by 사명
···. (가만히 눈 두어 번을 깜빡이다가 작게 물어본다.) 개를 닮았다는 것이 싫어할 소리였던가요? (잠시 눈 감고 기억 되짚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산났을 때의 모습은 개, 특히 대형견과 무척이나 닮았었는데. 단지 자신의 기분 탓인가? 금방 눈 뜨고 답한다.) 칭찬이었습니다. 무쿠하라 씨의 언행이 좀 닮았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데
(시작부터 제 죄를 걸고넘어지는 모습에 침음한다. 그저 서글프다는 표정만 짓다가 어렵사리 입 연다.) ······그건 제가 가장 잘 압니다. 그 죄는 분명 내가 죽어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갚기 힘들겠지. 그렇기에 살아있는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거고, 설령 제가 용서받지 못해 죽게 된다고 해도 이의는 없어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 죄가 무겁고
········무쿠하라 씨처럼, 부인도 경찰이시니까··· 아마 웬만한 잡범들은 전부 이기지 않을까요? 세상 모두가 경찰은 그리 쉽게 지지 않는다고, 꼭 히어로인 양 떠들어대잖아요. 무어, 저는 경찰도 그 가족도 아니니 잘 모르겠습니다만, 가끔 본 적은 있습니다. 기실은, 전부 범인 체포 중에 생긴 부상을 치료한다며 잠깐 들렸던 것입니다. 나름 신기하더군요,
그 이유를 말하자면, 아마 제가 의사였기 때문일 겁니다. 의사는 상대가 악명 높은 범죄자라도 치료해야 하고, 곧 죽을 사형수라도 치료를 거부해서는 아니 됩니다. 눈앞의 사람이 누구이고, 직업이 무엇이든 간에, 그 사람을 살려낸다. 그게 의사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이으려던 말을 뒤로 미루듯 멈췄던 손 움직여 붕대 꼼꼼히 묶는다. 혹시 모른다며 가방의 위쪽
(전설에 따르면, 호기심에 상자를 열어버려 세상에 질병과 전쟁을 뿌렸다고 일컫는 이. 그도 처음에는 상자를 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을 대중들은 알까?) 그와 에스 군의 차이라면, 그는 열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호기심에 열었다는 것이고, 에스 군은 열 수밖에 없었다, 정도가 있겠네요. 그런 판도라에게도 사실은 상자를 열어버리도록 호기심을 가득 담아 만든 인간이
(여러 비유를 들어가며 열심히 말하는 당신 본다. 그 친절을 보곤 얼굴 가득 내걸었던 비웃음 지워,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을 하며 묻는다.) 살아있는 한은, 자신의 죄를 참회하며 살아가는 당신이 선하지 않다는 말입니까? 적어도 무쿠하라 씨가 저보다는 선할 겁니다. 내내 저에 대해 긍정해 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이미 결정을 내렸어요. 그런 겁니다. 굳은 고집
(마치 이전의 언젠가처럼 닳아버린 얼굴로 희미한 미소 같은 것 지어 보이며 묻는다.) 이제 아셨습니까? 결국 저도 아집, 그자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단지 그보다는 죽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담아 미뤄둔 것뿐이고, 환자들의 치료와 보호를 더 우선할 뿐. 마치 먼 과거, 제가 열의 넘치는 신입이던 시절처럼요. ···당신이 구태여 제게 당부하지 않아도, 그럴 생
(얼굴 찡그리며 웃어 보인다. 바라던 대로를 솔직하게 말한 것이건만, 당신은 또다시 내게 살아가라고 말한다.) ······매정하시네요, 무쿠하라 씨는. 다만 그 말도 맞습니다. 제게 살고 싶은 욕구가 없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거짓말이니까요. ···그래도 말입니다, 저는 고장 난 저울입니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건, 폐기하는 게 옳지 않겠습니까? 더군다
예, 아마 그런 이유로 다들 변해버린 것이겠지요. 그래서, ······음? (담담하게 말 이어가다가 당신 보곤 의아하다는 눈짓 한다. 잠깐의 침묵이 지나가고, 빤히 당신 바라본다.) 무쿠하라 씨가 범인이셨던 건가요. 의도치 않게 범인을 잡아버렸군요···. 하지만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 넘어가도록 합시다. 물론, 과음은 좋지 않다는 것은 무쿠하라
그럼, 잠깐만 혼잣말이나 하고 있을까요. (자기혐오 탓에 아집에겐 하지 못했지만 이젠 그나 아집에게도 ‘할 수 있겠다’ 싶은 건지, 뻗은 손으로 가만히 당신 등 토닥인다. 꼭 겁에 질린 아이를 어르고 달래듯이 부드럽게. 결국 당신도 나처럼 죽이고 싶지 않았던 쪽인가. 여전히 흘러내리는 눈물 보면서 잠깐 눈 감았다 뜬다.) 그 분열이란 거, 참 싫더군요. 아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선명하게 보이는 감정에 잠깐 고개 숙여 제 허리께에 매달린 가방 본다. 지금은 그도 큰 착각을 하고 있어서, 이 상태를 유지한다면 아집의 행동에 대해 더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게 무슨 상관이 있더라. 그런 건 모르겠다. 아집을 더 알아도 자기혐오만 짙어질 뿐, 나아질 것 같지는 않아서 이만 카즈이를 깨우기로 한다.
······아, 눈앞에, 서···? (가죽이 뒤집어지는 기분이 든다. 제 눈앞에서 그가 무너져 내리던 순간이 희끄무레한 환각이 되어서, 소금물이라도 부어진 듯 따가운 눈을 감을 수가 없게 됐다.) 아, 아아······. 아니, 야. 아니야. 살려냈어아직죽지않았다고여전히내품안에존재하고있– 있는, 데도. 있어. 내 손에 있다고, 아직, 분명히 죽지 않았····
(대충 전해 듣는 것으로도 자신이 있는 이곳보다도 더 심한 상황에 머뭇거리다가 품에서 꺼낸 손수건 카즈이에게 건넨다.) ······. 그건, 무쿠하라 씨의 탓이 아니니까 자책하지는 말아 주세요. 저나 아집의 탓도 아니고, 감옥에 있는 누군가의 잘못도 아니에요. 단지, ···그건, 빌어먹을 사고였을 뿐이라서, 그래서······. (울컥대며 올라오는 감정에
(실질적인 고통이 발갛게 피어난 양, 가슴을 움켜쥐고 얼굴을 찡그린다. 그러나 실은, 자신도 알고 있었다. 이것이 환상통이고, 이미 지나가 없는 일상의 잔재라는 걸.) 괴로움을 죽여 스스로를 억눌러도, 그것은 가시가 되어 마음에 박힐 뿐이에요. ···종국에는 그 가시에 찔린 마음이 너무 괴로워서, 아무것도 듣지 못하게 되어버린 이들을 얼마나 숱하게 봐왔는지
··· ···. (꽤 흥분한 당신의 상태에 가만히 이야길 들으며 흥분이 잠잠해지길 기대해 본다. 자신이 외과의라고 해도, 흥분한 사람과 대화가 원활하게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말입니다, 또 다른 카야노 군. 당신에게 소중한 것이 원래의 카야노 군이라는 것은 이해했습니다. 다만, 제게는 없습니다. 목숨보다도 소중한 것도, 꼭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