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멘

이 감옥에 필요한 건 거울이 아니었을까.

2024.05.19

약속 by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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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전의 언젠가처럼 닳아버린 얼굴로 희미한 미소 같은 것 지어 보이며 묻는다.) 이제 아셨습니까? 결국 저도 아집, 그자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단지 그보다는 죽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담아 미뤄둔 것뿐이고, 환자들의 치료와 보호를 더 우선할 뿐. 마치 먼 과거, 제가 열의 넘치는 신입이던 시절처럼요. ···당신이 구태여 제게 당부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입니다. 나의 쓸모는 치료와 연명, 그것에 의해 나의 생도 함께 연장될 뿐이니까. (퍽 안쓰럽단 눈을 하고도 당신이 떨리는 손으로 담배에 붙인 불 바라보기만 한다. 사람의 본질이 원래 연약하기 짝이 없다지만, 이곳은 그게 유독 심해 보였다. ···그러니까 전부 살인자인 거구나. 별 쓸모도 없을 깨달음에 탄성 흘린다.) ······아. 그렇구나. 걱정 마세요. 당신 앞의 사람은 스스로 죽을 용기조차 없어 15살의 간수에게 죽음을 부탁하는 머저리니까. 적어도 3심의 끝까지는 잘만 살아있을 겁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면, 이곳에서 나는 ‘죽음의 냄새’이지만··· 이젠 됐습니다. 그저 제가 해야 할 일만은 열과 성을 다해서 해낼 테니, 걱정은 잠시 접어두시죠. (자신에 대한 비웃음 섞어가며 말한 것치고는 담담하게 말을 끝마친 후, 붙잡혔던 손 힘주어 빼냈다가 제 품 안의 담뱃갑 꺼낸다. 금세 거칠게 품에 구겨넣고 손수건 꺼내 당신 손에 쥐어준다.) 미련은 없습니다. 그저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할 뿐, 아집처럼 죽겠다며 난동을 부리거나 치료를 멈추지는 않을 거니까 안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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