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2024.05.23
(여러 비유를 들어가며 열심히 말하는 당신 본다. 그 친절을 보곤 얼굴 가득 내걸었던 비웃음 지워,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을 하며 묻는다.) 살아있는 한은, 자신의 죄를 참회하며 살아가는 당신이 선하지 않다는 말입니까? 적어도 무쿠하라 씨가 저보다는 선할 겁니다. 내내 저에 대해 긍정해 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이미 결정을 내렸어요. 그런 겁니다. 굳은 고집으로 하나의 결정을 밀어붙이는, 그런 고집쟁이. 당신도 하나 알지 않나요? ···아니, 이젠 둘이군요. 당신도 잘 알고 있을겁니다. 나의 죽음은 유예되었습니다. 에스 군에 의해. 그리고, (말을 잇는 동시에 당신에게 붙잡혔던 팔을 올려 관자놀이를 검지로 툭툭 친다.) 이곳에서 신나게도 떠들어대는 환청들에 의해. 그러니 나는, 그저 온몸에 휘감긴 사슬을 철컥대며 스틱스강을 항해할 뿐입니다. 영겁을 넘어서도 이어질 나의 업보에 대한 속죄로서, 이리 하는 것이라고요. 다만, ·········네. 인정하겠습니다. 당신의 다정함은 꽤나 효과가 있더군요. 무심코 뒤를 돌아볼 정도로, 그의 따듯함과 닮았습니다. (단순히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을 넘어, 마치 칭찬이라는 듯이 표정 풀어 당신과 자신 모두에게 익숙한 미소 짓는다.) 그러고 보면, 에스 군도 꽤 상냥하던데, 그건 감옥이기에 마주할 수 있는 역설입니까? 아니면 인간 자체로서 당신들이 드러낸 본성입니까? 어느 쪽이든, 조금은 부러워지네요. 그런 다정도 상냥도, ‘더는 흉내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전의 대화에서도 말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일단은 3심, 나아가 마지막까지는 살아 보기로 했습니다. 사람을 이렇게 고생케 한 장소가 보여줄 ‘끝’이 무엇인지 궁금해졌거든요. 이곳에서 내내 나던 죽음의 냄새도 그렇고, 마음에 걸리는 건 하나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우선은, 저도 조금 살아보려고 합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무쿠하라 씨. 인간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답니다. (정말로 분위기를 바꿀 겸, 당신이 비유한 신화 속 인물에 초점 맞춰본다.) ······헌데, 당신이 헤라클레스라면, 다른 이들도 닮은꼴이 있는 건가요? 오디세우스라던가, 이카로스 같은. 판도라는 설마, 싶지만 어쩐지 에스 군과 어울린다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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