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멘

신화를 전부 믿지 말지어다.

2024.05.24

약속 by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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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에 따르면, 호기심에 상자를 열어버려 세상에 질병과 전쟁을 뿌렸다고 일컫는 이. 그도 처음에는 상자를 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을 대중들은 알까?) 그와 에스 군의 차이라면, 그는 열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호기심에 열었다는 것이고, 에스 군은 열 수밖에 없었다, 정도가 있겠네요. 그런 판도라에게도 사실은 상자를 열어버리도록 호기심을 가득 담아 만든 인간이란 설도 있고요. 어느 가설이든, 결국 판도라는 항아리 –사실 상자가 아니라 항아리였다고 합니다.– 를 열어버렸고, 그리하여 세상에는 죽음과 악의, 슬픔이 퍼지게 되었다는 결론이 남죠. 그런 설화 탓인지 판도라를 욕하는 이들도 간혹 있기야 하더군요. ‘판도라가 상자를 열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이렇게 끔찍하고 우울한 세계로 내쫓기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그들은 비유투성이인 이 이야기를 상당히 굳게 믿는 것 같았어요. (말을 하는 동안 잠시 이제까지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3심. 다가올 그것이 불러올 파장이 걱정되는 것은 자신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 해도, 지금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이니 넘어갈까요. 저는 그런 에스 군이 걱정됩니다. 심문 중에 보였던 모습들도 그렇고, 그가 아무리 의젓하고 성숙한 사람이래도 역시 아이입니다. 그럼 아이다움이 그의 내면 어딘가에 있어요. 그런 아이에게, ‘확실하게 처벌하기 애매한 타인의 죄’에 대해 판결토록 해도 되는 것인가, 그에게 이런 짐을 지워도 되는 것인가, 하고요. ······이것 역시, 에스 군이 안다면 정강이를 걷어차 버릴지도 모르겠군요. 무쿠하라 씨도 아시다시피, 자식이 있던 몸이니 의지해주지 않아도 챙기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다른 이들은커녕, 가장 어린 아마네 한 명조차도 제대로 챙기질 못하다니. 가족들에게 면목이 없습니다. 물론 에스 군도 포함이지만, 챙겨야 할 아이 취급을 받을 사람은 쿠스노키 군이나 카지야마 군 같은 이들이니까요. 제가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의 형태로 남아있는 것이 이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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