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 철인전국시대

[프랜레나] 재회

학이: 철인전국시대 프랜시스 X 레나

덕질용 by 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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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창이.

몇 년 만에 재회한 프랜시스를 묘사하기에는 충분한 단어였다. 총기 가득했던 눈은 생기마저 사라져 비겁하게도 자신을 바라보았고, 푸석해진 얼굴과 군데군데 분포한 흉터는 그간의 고통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게다가 그의 행색은 한차례 전투 후 폐허가 된 이곳과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말하고 있었다. 자신은 망가졌다고. 그는 한 곳을 계속 바라보지 못하고, 레나와 허공을 번갈아 응시하며 눈치를 봤다. 주저앉아 일어날 수 없는 사람처럼, 그는 그렇게 무력하게 있었다.

"레나. 도망치자. 여기도 얼마 못 버틸 거야. 같이... 같이 도망가서, 목숨이라도 부지하자. 이게 옳아."

떨리는 목소리에서는 아직 삶에 대한 욕망이 묻어났다. 그는 조심스레 다가와 레나의 뺨을 어루만졌다. 레나는 아무 말도, 반응도 없이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프랜시스의 손에 닿아 쓰라렸다. 부러져 허술하게 부목을 댄 왼쪽 다리도, 움직일 때마다 욱신거려 붕대로 감아놓은 오른쪽 팔도 아우성을 치는 듯 쑤셨다. 자신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보여줬던, 빛이 나는 듯 반짝거리던 그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지금의 그는 한심하고도 초라했으나, 어쨌든 레나는 그를 비난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삶에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자신은 모를 일이니까. 레나는 프랜시스의 손을 잡아 자신의 얼굴에서 떼어내고 그 손에 쪽지를 건넸다.

"내가 심하게 다쳤을 때 의탁했던 분이야. 멀지 않은 곳에 계실 테니까, 찾아가."

"레나. 우리는 실패했어. 조만간 여기에도 군인이 들이닥칠 거고, 너도, 너도..."

그는 양손을 레나의 어깨에 얹었다. 절망에 찬 눈동자에 레나의 얼굴이 비쳤다. 잘 지내길 바랐고,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사람들을 지휘하고, 설득하고, 위로하고 있었으니까. 그는 불신과 회의로 가득 차 사람들 사이에 섞이지 못하는 레나를 돕고, 혁명이 끝날 때까지 함께 하겠다며 약속했다. 시간이 흐르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다치고 죽어가며 그도 지치는 듯 보였으나, 결연한 의지 만큼은 잃지 않았다.

"괜찮아. 네가 떠나지 않는 한, 네 곁에 있을게."

꽤나 큰 부상을 입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도, 그는 그렇게 말했었다. 우리는 실패하지 않아. 그 말을 들으며 레나는 믿었다. 프랜시스는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프랜시스."

레나는 프랜시스의 손을 털어내고, 절뚝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저리 같았다. 이렇게 된 프랜시스도, 이런 그를 보며 아직도 과거의 그를 찾고 있는 자신도. 저린 왼팔로 총을 챙겨 든 레나는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 나는 도망치지 않겠어."

"떠나자, 레나. 그렇게 말했던 모든 이들이 죽었어. 그 괴물 같은 놈들은 나도, 너도 죽일 거야."

그는 거의 애원하듯 말했다. 좌절감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처럼 곪아 터진 입술을 떨며 중얼거렸다. 우리는 어디에도 돌아가지 못해. 조만간 나도 그렇게 되겠지. 알 수 없는 소리를 웅얼거리던 그의 눈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레나는 눈을 질끈 감고, 총구를 그의 이마에 겨눴다. 차가운 금속이 이마에 닿자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중얼거림을 멈추고 레나를 응시했다.

"비켜. 계속 막으면 쏘겠어."

"레, 레나..."

그는 주저앉을 채로 뒷걸음질 치듯 물러났다. 입술을 잘근대며 레나는 총을 거뒀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를 지나쳤다.

"... 잘 지내. 살아서 보자."

뒤를 돌아보고 싶었다. 뒤를 돌아보면 미련이 계속 남아, 그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앞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걸었다. 입은 꾹 닫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살아서, 정신 차리고 꼭 다시 보자. 속으로 말을 삼켰다. 곳곳의 상처가 쓰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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