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담.
2024.05.19
(얼굴 찡그리며 웃어 보인다. 바라던 대로를 솔직하게 말한 것이건만, 당신은 또다시 내게 살아가라고 말한다.) ······매정하시네요, 무쿠하라 씨는. 다만 그 말도 맞습니다. 제게 살고 싶은 욕구가 없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거짓말이니까요. ···그래도 말입니다, 저는 고장 난 저울입니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건, 폐기하는 게 옳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제 직업은 의사, ···였습니다. 눈앞에 자리한 사람이 사형수이든 범인이든, 귀천과 상황에 관계없이 최대한 사람을 살리는 쪽으로 움직여야 하는 게 의사라고요. (당신의 말 듣다가 희미하게 내걸었던 웃음조차 완전히 지우고 얼굴 찡그린다. 괴로움만 가득히 묻은 얼굴 푹 숙였다가 다시 고개 든다. 정말로 살고 싶지 않은 것이냐고? 사실은 살고 싶다. 그러니까 죽어야만 한다. 이런 죄를 짊어진 자신은, 목숨으로 갚는 게 맞다. 그런 생각뿐인 것이다.) 그래야 할 사람이, 그렇게 이기적인 행동을 했으니까, 그러니까 제가 전부를 잃은 겁니다. 그 오만이, 그 무지가 제 목을 틀어쥔 거라고요!!!!!!!! 그것에 대해 벌을 내려달라는 말마저 당신이 막으시면, 저는 무얼 말해야 합니까? 반복할수록 침울해지기만 하는 옛날이야기? 돌아오지 않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 (···.) 무얼 골라도 제겐 괴로움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에스 군의 선택에 걸어보겠다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설령 3심의 판결로 제가 어떻게 된다고 해도, 그건 제 업에 대한 적법한 처벌이지, 무턱대고 죽음만을 바라는 만용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무쿠하라 씨는 제게서 죽음을 분리하시려는 겁니까? 이런 제게, 어째서 살라고 하시는 것인지,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밀그램은 분명히 3심제라고, 에스 군이 말했습니다. 그 말이 틀리지 않는다면, 다가올 3심만이 나를 제대로 죽여줄 기회란 말이에요. 나는 그걸 놓칠 수 없습니다. 그 기회를 놓쳐서, 그래서 내가 살아서는 안 돼요. 나의 죽음을 바라는 건, 나뿐만이 아닌 걸 아십니까? 나에 의해 가족을 잃은 그들, 그 수많은 사람들도 내 죽음을 바랄 겁니다. 그러니 제 죽음은 더 이상 저만의 것이 아닙니다. 정당한 처벌이자 그들의 소원을 이루는 것입니다. (거짓 섞인 진심 전부 토해내고 헉헉댄다. 진실을 말하는 게 원래 이렇게 힘들었던가? 이젠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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