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진심.
2024.05.17
예, 아마 그런 이유로 다들 변해버린 것이겠지요. 그래서, ······음? (담담하게 말 이어가다가 당신 보곤 의아하다는 눈짓 한다. 잠깐의 침묵이 지나가고, 빤히 당신 바라본다.) 무쿠하라 씨가 범인이셨던 건가요. 의도치 않게 범인을 잡아버렸군요···. 하지만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 넘어가도록 합시다. 물론, 과음은 좋지 않다는 것은 무쿠하라 씨도 잘 알고 계시리라 믿어요. (그렇지 않느냐고 당신에게 되묻듯이 상큼하게 웃어보인다.) 판결에 대해서는, 무쿠하라 씨와 아마네의 판결이 끝날 즈음에 에스 군에게서 들었습니다. “죄수번호 005, 키리사키 시도우를 용서한다.”라고요. 어째서 제가 두 번이나 용서받은 것인지,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의사로서, 타인을 살리는 게 제 쓸모란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용서가 필요한 건, 그게 당연한 건 제가 아닌 이들이지 않습니까? (···.) 잠시 잡담을 해볼까요. 습격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눈치채질 못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깊이 생각해 볼 구석들이 있었죠. 그러니 무쿠하라 씨는 아마 경찰이나 경호원 같은 무력이 필수적인 직업이었을 겁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그런 무쿠하라 씨의 앞에서 하기에는 조금 웃기는 말이지만, 아마 이곳의 다른 죄수들보다도 제 죄가 더 무거울 겁니다. ···그런 저를, 에스 군은 이번에도 용서했습니다. 나는 그에게 사상을 긍정 당했고, 유예를 받았어요. (말을 이어갈수록 점점 더 일렁이며 올라오는 감정 애써 무시하며 말한다.)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제 손은 이미 많은 이들의 피로 얼룩져서, 이 장갑조차 흰빛이 보이질 않는 수준이라고요!!! 그런데도, 어째서······. (마치 1심처럼, 혹은 싫어하던 아집처럼, 자신의 유해함을 근거로 「용서 하지 않는다.」를 호소하다가 흠칫한다. 살아가고 싶어졌다고 생각하고, 그런 자신을 혐오하던 것이 얼마나 먼 과거라고 또 이러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럼에도 다른 이들을 생각하면, 저는 살아야만 합니다. 제가 살아있지 않으면 안 돼요. 그게, 현실과 희망의 간극이 넓다는 게 너무나 괴로워서 속이 뒤집어지는 것만 같았어요. ···역시 이런 건 이제까지 용서 받기만 한 사람이 말해서 더 배부른 소리겠죠. 하지만 저는 이번에는 뭔가 다를 거라고 믿어요. 그래야만 합니다. 나는 이곳에서 처벌받아야만 해. 그게 「옳은 일」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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