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2024.05.15
그럼, 잠깐만 혼잣말이나 하고 있을까요. (자기혐오 탓에 아집에겐 하지 못했지만 이젠 그나 아집에게도 ‘할 수 있겠다’ 싶은 건지, 뻗은 손으로 가만히 당신 등 토닥인다. 꼭 겁에 질린 아이를 어르고 달래듯이 부드럽게. 결국 당신도 나처럼 죽이고 싶지 않았던 쪽인가. 여전히 흘러내리는 눈물 보면서 잠깐 눈 감았다 뜬다.) 그 분열이란 거, 참 싫더군요. 아집, 그자를 더 알게 된 것 같아서 영 찝찝했어요. (···.) 타인이라며 선을 긋고 외면하는 것도 안 좋지만, 너무 많이 들여다보는 것도 좋지 않은 건 어린아이라도 알 겁니다. ······어쩌면, 그것보다는 그냥, 제가 인정하기 싫었던 것 같네요. “저런 오만한 멍청이가 나라니, 저런 빌어먹을 것이 나라니, 그럴 리가 없어.” 라면서요. 하나의 목표만을 가진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는 자신이 더 잘 알면서도, 혼자 깨끗한 척을 해대는 게 퍽 싫었나 봅니다. 아집과 박애, 그리고 당신과도 대면하게 되다니. (잠깐 말을 멈추고 챙겨왔던 물 한 잔 건넨다. 저렇게 울어버리면 이대로 탈수가 올 텐데.) 제가 ‘당신이 아는 시도우’가 아니듯이, 당신 또한 ‘제가 알던 무쿠하라 씨’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조금 더··· 담배 냄새가 짙다고나 할까요. 일부러 더 익살스럽게 구는 그와는 다르게, 당신은 꼭 호수 같았습니다. 수면에 파문을 일으킬 것은 전부 잠겨서, 모든 것이 수면 아래에만 존재하는 호수. ···사람을 자연물에 비유하다니, 이상한가요? 저는 차라리 사람보단 자연이 알기 쉬웠습니다. 연구 자료도, 논문도, 이쪽이 훨씬 많았거든요. (···.) 그게 아니면 그저 제가 사교적이지 못한 사람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요. 어찌 됐든, 저는 그런 사람입니다. 전에 했던 말이지만, 표정 변화도 적고, 감정이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 그런 조용한 사람. (하하) 지금 보면, 그런 가면이 내심 즐거웠었던 것 같아요. 적어도 그런 소문이 있으면, 가벼운 이유로 주위에 접근하는 사람은 얼마 없었거든요. 사실은 조금, 그런 고요가 달가웠습니다. 공부하기에도 좋고, 쾌적하니까. 별것 아닌데도 괜히 붙잡혀서 대화하는 걸 싫어하던 시기였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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