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멘

이타적인 것이 무엇인지는 이미 잊은지가 오래였다.

2024.05.15

약속 by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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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전해 듣는 것으로도 자신이 있는 이곳보다도 더 심한 상황에 머뭇거리다가 품에서 꺼낸 손수건 카즈이에게 건넨다.) ······. 그건, 무쿠하라 씨의 탓이 아니니까 자책하지는 말아 주세요. 저나 아집의 탓도 아니고, 감옥에 있는 누군가의 잘못도 아니에요. 단지, ···그건, 빌어먹을 사고였을 뿐이라서, 그래서······. (울컥대며 올라오는 감정에 입술 짓씹으며 침묵한다. 감정을 조금 가라앉힌 후에서야 제가 아는 그보다도 고생 중인 당신의 모습이 안쓰러워져 손 올려 그의 등 토닥인다.) 후우···. 당신 탓이 아니라고요, 그건. 그러니까 무쿠하라 씨가 자책할 이유는 없어요. 당장 같은 일을 겪은 저만 봐도 이렇게 잘만 일어나 있으니까. 만약에, 내가 침몰하는 배에 탔다고 해도 그대로 잠겨 죽을지, 아니면 어떻게든 살아남을지는 저 자신의 판단이고, 그는 그대로 빠져 죽는 걸 택했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를 말리는 것도 살리는 것도 결국엔 그의 몫이죠. 아니면 제 몫이던가. 저와는 생판 남일 뿐인 무쿠하라 씨로서는, 지금까지의 얘기만 듣더라도 많이 노력해 주신걸 알겠어요. 오히려 이렇게 노력해 준 데에 조금 경외심도 생겼고요. 내내 말했지만, 이 감옥에 오고 나서야 처음 본 사이잖아요? 그런데도 이타적인 모습이 감동이네요. (농담조의 말에 맞춰 꾸며낸 근엄한 얼굴 하다가 피식 웃는다.) 뭐, 너무 이타적이지만은 않아서 다행입니다. 인간이 이타적이기만 하면 어떻게 살아남겠어요? 분명 이곳저곳에 재산을 나눠줘서 본인은 빈곤해질 게 뻔하죠. ···라고 해도, 그런 무책임한 도움이 아니라 단호한 상냥함을 내보이던 그처럼 되고 싶었어요. 거기에 이름을 붙이자면, 아마 동경이었을 거예요. 그런데도 지금의 저는··· 하하, 우습지 않나요? 속죄도 후회도 내가 입에 담아서는 아니 되는 것들인데······ 오만하기 짝이 없게도 다시 입에 담고 말았네요. 이래서 인간이란. 조금 잡담을 해보자면, 저는 성무선악설을 믿는 쪽이었습니다. 윤회니, 성악설이니 하는 것들엔 큰 관심이 없었고요. 제가 선한 이가 되려고 하는 것은, 아마 그가 제게 보낸 빛이 아직도 다 전해지지 않은 까닭일 겁니다. 저는 그저 달에 불과한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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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Non-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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