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2024.05.15
······아, 눈앞에, 서···? (가죽이 뒤집어지는 기분이 든다. 제 눈앞에서 그가 무너져 내리던 순간이 희끄무레한 환각이 되어서, 소금물이라도 부어진 듯 따가운 눈을 감을 수가 없게 됐다.) 아, 아아······. 아니, 야. 아니야. 살려냈어아직죽지않았다고여전히내품안에존재하고있– 있는, 데도. 있어. 내 손에 있다고, 아직, 분명히 죽지 않았······, (멀끔한 행색하고 차분히 말하던 방금 전과는 다르게 미친 사람 – 마치 제가 증오하던 아집처럼 – 처럼 같은 말만 반복해 대다가, 문득 고개 든다. 병실의 바닥과는 다르다. 벽도, 구조도, 그 안을 채운 사람도 다르다. 병원이 아니야.) ······왜? 분명, 틀릴 리가 없어. 그랬는데, 그랬어야만, 하는데···. (무한히 이어지는 짧은 영상이 눈앞에서 재생되는 듯이, 허공의 한 곳에 시선 고정하고 얼굴 일그러뜨린다. 귓가를 가득 채운 심전도 측정기의 삐– 거리는 소리가 몹시 거슬려, 치우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 기계, 가, 고장··· 났나 봐요. 소리가 멈추질 않아. 환자도 더는 없어서, 기계를 멈춰야 하는, ······. (횡설수설, 자신이 뭐라고 말하는지도 모르는 채 이것저것 뱉어내던 입이 멈춘다. 귓가에 들린 제 목소리가 낯설다.) 내, 가··· 방금 무슨, 뭐라고······? (아집, 그는 정말로 타인인가? 정말로 그가 단순히 미친 인간일 뿐인가? 자신은 그와는 다르다고, 안심하며 그를 힐난하던 시간은 무엇이지? 아주 잠시, 정신이 드는 것 같아, 힘없이 들어 올린 손으로 제 뺨 강하게 친다. 화끈거리는 뺨과 희미하게 남은 타격음에 겨우 정신 붙든다. 또 다른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그의 앞에서, 자신마저 그와 같아질 수는 없다. 적어도 자신만은 제정신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청승 떠는 건 그만하자. 이곳에 소중한 걸 잃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리 침몰해댄단 말인가. 저만 괴로운 것도 아닌 주제에.) 아, ···저, 이젠 괜찮습니다. 이젠, ······제대로 정신 차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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