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거울.
2024.06.14
(시작부터 제 죄를 걸고넘어지는 모습에 침음한다. 그저 서글프다는 표정만 짓다가 어렵사리 입 연다.) ······그건 제가 가장 잘 압니다. 그 죄는 분명 내가 죽어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갚기 힘들겠지. 그렇기에 살아있는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거고, 설령 제가 용서받지 못해 죽게 된다고 해도 이의는 없어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 죄가 무겁고 깊어, 죽는다면 분명 지옥에서 영원히 불타오르리라는 것은. 하지만 불가능하더라도 모두를 살리는 것에 도전하고 싶고, 이미 그러고 있어요. 그래서 유즈리하 군과는 원만하게 지내진 못해도, 싸우지는 않으려는 겁니다. 당신과 카야노 군, 무쿠하라 씨는 이 감옥에서 가장 강한 사람들입니다. 그건 명백한 진실이고, 눈에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야노 군이 모두에게 호의적으로 군다고 해도, 인격의 전환으로 인해 완전히 안심할 수가 없어요. 또, 무쿠하라 씨가 가장 강하다고는 하지만, 방금 유즈리하 군이 당신의 입으로 내뱉은 말대로, 당신을 상대로 완전한 승리는 힘들 수도 있을 겁니다. 유즈리하 군 당신은 습격하려는 입장이니, 제 쪽에서는 더더욱 경계해야 할 대상이고요. 다만, 제 목적이 전원의 생존이니만큼 당신도 중상을 입지 않길 바라는 것뿐입니다. 이 감옥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 수월한 공간이 아니고, 의료 인력도 저 하나뿐이라서 여러모로 부족하기만 해요. 만약 내가 당신의 앞을 막아선다고 해도, 그건 환자들을 지키기 위해서이지, 당신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아닐 겁니다. 하여튼, 이 이상 전투나 습격으로 인해 중상을 입는 환자가 생긴다면, 그때는 환자들은 생을 연명시키는 것조차 장담하게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것만은 피하고자, 이러는 거예요. 당신과 제 사상은 이대로 계속 대립하더라도, 다른 이들만은 안전하길 바라는 거라고요···!!!!! 이 감옥에서의 약자, 그러니까, 부상이 심한 두 사람이나 아마네 같은 이들만이라도 안전하길 바라지만···, 유즈리하 군을 보면 가능성이 희박한 것 같네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협박하는 것도 그리 내키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대화로 해결하는 게 가장 평화로우니까, 가장 피해가 적으니까!!!!! 우선은 그렇게 대화로 해결하고 싶은 거라고요!!!!!!!!! (답답하다는 얼굴로 당신에게 외치다시피 말하던 것 멈추고 잠시 침묵한다. 뺨을 타고 흐를 듯한 피곤함을 마른세수로 닦아내고, 조금 낮아진 목소리로 물어본다.) ·········당신은, 어째서 그렇게 귀를 틀어막고만 있는 겁니까? 결국엔 당신도 나와 같아요. 아무리 선을 위했다고 해도, 당신의 단죄도 결국은 나와 다를 바가 없는 범죄일 뿐이란 걸 모르는 겁니까? 사람은 스스로가 정한 가치로 타인의 목숨을 저울질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그랬기 때문에 모든 걸 잃었고, 이제는 속죄하려는 거라고요!!!!! ·········너무 과열됐군요. 잠시 인간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사람은 살아있기에 죄를 짓고, 후회하고, 반성합니다. 그렇게 참회해서 기어이 갱생하는 사람도 있고요. 하지만, 당신의 단죄는 참회할 이들마저 꺾어버리고 말아요. 그렇게 폭력으로 해결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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