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살/마비]놀고싶어

놀고싶어 2화

에인로가드의 밀레시안

소재 모음 by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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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난도의 짐은 매우 간소했다. 애초에 먹을 것이나 쓸모있다고 여긴 것들은 전부 그의 아공간 속에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전 밀레시안은 설령 에인로가드가 답도 없는 마굴이라고 해도 자신이 잘 살아남아 적응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아무렴, 악명이 높다 한들 갑자기 마왕이 뛰쳐나온다거나 신수가 나타난다던가 신과 싸워야 한다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는 느긋하게 걸어 친애하는 사촌을 맞이했다. 요네르 메이킨은 가이난도가 어렸을 적부터 자주 마주했던 사이였다. 그녀의 언니가 조금 사고방식이 이상하긴 해도 요네르 자체는 좋은 사람이었다.

요네르의 이름을 부르려던 순간 가이난도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굴러갔다. 밀레시안이 보기에도 합격점을 줄 만큼 잘생긴 소년이었는데, 뭐랄까 마력이 많았다. 정말 많았다. 대해에 비견될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라서 그는 호기심을 살짝 드러냈다.

“안녕? 나는 가이난도.”

“이한 워다나즈입니다, 황자님.”

정중한 대답에 가이난도는 그냥 말랑하게 웃었다. 이한의 속내가 살짝 보였던 탓이다. 대외적으로 그는 황제가 점찍은 후계자요 명백한 차기 황제였으니 선을 대기 좋다고 생각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가이난도는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었고. 제국의 황제라는 건 저기 있는 아덴아르트처럼 능력 있고 야망 있는 애들이 해야 한다. 그처럼 낡고 지치고 백수를 희망하는 전 밀레시안이 아니라.

“그냥 편하게 가이난도라고 불러줘. 황자라고 존칭하지 않아도 돼.”

“…음. 알겠다, 가이난도.”

“나는 딱히 황위에 관심이 없거든. 황제가 될 생각은 조금도 없어. 그런 건 귀찮기만 하니까.”

저 멀리서 아덴아르트의 푸른 시선과 마주친 가이난도가 나긋하게 웃어주었다. 아덴아르트는 추종자들이 많다. 저 애는 스스로 그만두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위치고, 그에 반해 가이난도는 스스로 왕관을 집어던진 희대의 이단아다.

많이 부딫힐 일이 없으면 좋겠다만… 아무래도 추종자들의 흉흉한 분위기를 보아하니 무리인 모양이다.

가이난도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을 때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홀에 터지듯이 울려 퍼졌다.

-잘 떠들었나, 무쇠대가리들아! 이제 그만 떠들어도 좋다. 앞으로 몇 년 동안 떠들 수 있을 테니까.

홀 가운데에 떠오른 커다란 해골을 보며 그의 눈이 살짝 가라앉았다. 저것이 바로 이 에인로가드의 교장. 천 년을 살아온 리치.

과연 그 악명대로 해골 교장이 지닌 마력은 상당했다. 주변의 마력 밀도가 극도로 높아지며 위압감이 가득했다. 그러나 가이난도는 슬쩍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밀레시안의 영혼이 깃든 몸인데 고작 이 정도로 움직이지 못했다면 영웅 실격이니까.

애초에 밀레시안이 무엇인가.

복수와 전쟁, 그리고 까마귀의 여신이 빚어낸 특수한 육신을 가진 종족. 불로불사이며 매우 뛰어난 재능을 가진 불멸의 종족이었다.

특히나 그는 반신도 모자라 이미 신이었고. 가이난도는 해골 교장이 무어라 말하건 흘려 들었다. 해골 교장의 성격이 잔뜩 뒤틀리고 최악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이난도는 그가 직접 만들어낸 별 다섯 개의 요리에 익숙했고, 식탐도 없는 편이었다. 밀레시안은 애초에 무언가를 섭취해야 할 필요가 없었으니 어쩌면 당연했지만 말이다. 그러니 그는 해골 교장이 내어준 것에도 불평하지 않았다. 역시 허름한 교복에는 눈썹을 찌푸리긴 했지만.

그는 묵묵히 다 식은 주먹밥 하나를 해치웠다. 검고 딱딱한 빵은 보관했다. 그래도 주먹밥이야 식어도 맛있었지만 딱딱한 빵은 별로였다.

생각보다 에인로가드가 불친절하다.

가이난도는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을 했다가, 머리에서 지워냈다. 이곳은 아주 넓으니 사냥하면 그만이었다. 생활 스킬과 전투 스킬 전부 1랭 + 3단 승급까지 해낸 밀레시안은 여유가 넘쳤다.

뭐,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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