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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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디 배그렉이 돌아왔다.

- 인큐버스의 날개와 뱀파이어의 피에 맹세코 당사자들에게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주절주절 by Ζ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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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영원 징벌방에서 나흘 만에 살아 돌아왔다.

무너져 내리는 징벌방의 벽을 뒤로하고 그는 결국 푸른 용의 탑 기숙사로 돌아왔다.

푸른 용의 탑 5학년 볼라디 배그렉 선배가 해골 교장과 일주일 동안 혈투를 벌이고 교장을 잠시 제압하는 것에 성공한 것은 에인로가드 학생이라면 다들 아는 공공연한 영웅담이다. 그 후에 교장이 고대의 대마법을 이용해 교장실 전체를 영원 징벌방으로 이동시키는 수를 썼다는 것도.

그러나 배그렉 선배는 그에 굴하지 않고 공간 마법의 여파로 남겨진 교장실 마도서의 마법을 탐구했고, 결국 나흘 만에 영원 징벌방을 무너뜨리고 탈출에 성공했다는 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뭐. 저렇게 떠드는 것을 보니 한 시간 뒤면 다 알려지겠지만.

검은 거북이 탑 3학년 제비스가 두꺼운 수첩에 배그렉 선배의 무용담을 써 갈기며 생각했다.

이 3학년 황소 수인 학생은 선배의 무용담을 팔아 배를 불릴 생각은 뱀파이어의 송곳니에 맹세코 전혀 없었다. 같은 탑이고 다른 탑이고, 후배고 선배고 동기고 자꾸 배그렉 선배의 이야기를 말해 달라 졸라서 그렇지. 제비스는 결국 금화 한 닢이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얇은 필사본을 넘겼다.


배그렉 선배는 피가 짙은 뱀파이어로서 그에 걸맞은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타는 듯한 붉은 눈, 포식자의 세로 동공, 단단하고 날카로운 송곳니, 길고 윤기 나는 흑단 같은 머릿결! 아, 그의 진실됨은 과묵한 성격 아래 더욱 빛나는 법이었다.

배그렉 선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혹자들은 그의 진실함을 무례하다고 오판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건 완벽히 틀린 말이다! 나는 작년에-그러니까 배그렉 선배는 4학년이셨다- 배그렉 선배가 거기서 1학년 더 진학한 선배를 대하는 걸 운 좋게 목격할 수 있었다. 선배에게도, 후배에게도, 동기에게도, 심지어는 교수와 교장에게도 한결같은 태도를 보이는 저 진실함이란. 무례함 같은 쉬운 단어로 취급할 태도가 아니다. 그런 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더 무례한 말이겠다.

둘째로 선배의 과묵함! 그 과묵함은 배그렉 선배의 번득이는 지성을 가려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 부분을 훌륭하다 감히 평하고 싶다. 실제로 배그렉 선배는 한 학년 더 진학하셨음에도 특정 교수에게 불려 다니는 일이 없지 않은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성일 것이다. 선배의 다른 동기들만 봐도 특정한 교수에게 이리저리 귀찮게 불려 다녀 개인 연구를 할 시간이 별로 없으신 것을 볼 수 있다. 한 학년 더 진학한 선배들 대부분 지도교수가 졸업을 방해해서 그렇게 되지 않았는가. 그러나 선배는 그렇지 않다. 스스로 결정해 진학하신 것이다. 심지어 배그렉 선배는 스스로 5학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신다! 배그렉 선배의 지적 열망이란 정말 훌륭한 것이라, 교수가 잡지 않았음에도 이 지옥에 스스로 남았다는 점에서 그 점을 살짝 엿볼 수 있겠다.

그래, 선배의 지성. 그토록 많은 무용담을 남긴 선배지만, 배그렉 선배가 그토록 많은 존경을 받는 이유에 선배의 지성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이야기를 쓰기 전에, 나는 이 일화의 일부분을 배그렉 선배와 같은 탑, 같은 학년인 쿠 선배에게서 들었음을 밝힌다.

배그렉 선배는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속한 학파가 없으셨다. 선배는 그때부터 비범했는데, 에인로가드의 학칙의 맹점을 파고들어 해골 교장에게 한 방 먹이는 것에 성공하셨다! 바로 ‘학생이 원하는 강의의 경우 개설 혹은 부활이 가능함.’ 항목을 이용하신 것이다. 부가적으로 붙은 ‘단, 교장의 검토를 거쳐야 함.’은 배그렉 선배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그 교장도 선배의 능력에는 한 수 접을 수밖에 없는 증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쿠 선배의 이야기에 따르면, 배그렉 선배는 강의를 꾸준히 듣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흥미 있는 강의가 있으면 듣고, 그렇지 않으면 결석해 개인 훈련을 하셨다고 한다. 그럼에도 선배는 학년 수석이셨는데, 그건 꾸준한 수련과 개인 연구에 따른 결과겠다. 놀랍지 않은가! 1학년 때 우리가 쉬는 시간에 하던 일을 떠올려 보라. 마법에 대한 열망으로 선배처럼 마도서와 마법진을 연구한 적이 있던가? 시험 기간이 다가와 낙제의 위기가 있을 때, 징벌방에 가지 않기 위해 간신히 깃펜과 책을 잡고 글자를 대충 끼적인 게 전부였는데 말이다!

징벌방.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배그렉 선배도 피해 갈 수 없는 고난이 있다. 바로 징벌방. 어쩌면 이토록 완벽한 선배이기에 해골 교장은 배그렉 선배를 더욱 괴롭혔는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완벽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나는 확신한다. 해골 교장이 학생들을 괴롭히는 취미가 있다는 것이야 에인로가드 학생이라면 잘 아는 사실 아닌가.

어쨌거나 배그렉 선배도 징벌방에 자주 들어가셨는데, 놀라운 사실은 선배 스스로 들어가기를 자청하여 들어가셨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방에 침입해 일부러 창고지기를 부른다든지, 밤 산책을 나와 데스 나이트들과 전투를 벌인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배그렉 선배의 전공이 전투라는 것쯤은 알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렇다. 선배는 훈련을 위해 징벌방에 들어가셨다.

우리도 익히 알듯 징벌방에는 간수들이 존재하고 그 간수들은 온갖 원소를 능숙히 다루는 정령들이잖은가? 배그렉 선배는 그 간수들을 이용해 원소 회피 훈련을 벌이셨다! 징벌방에 갇히고 간수의 눈앞에서 탈출하기를 반복하며 훈련하셨는데, 정말이지 보통 사람들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3학년 이상이라면 다들 외부 의뢰 한 번쯤은 나가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임무를 맡아 외출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호위로 동행해 주신 것이 바로 배그렉 선배셨다.

의뢰를 나가면 대부분 그렇듯 여러 학생들과 함께 나가게 되는데, 솔직히 말하면 살짝 불안하긴 했다. 배그렉 선배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아직 학생이시니까. 하지만 선배 홀로 호위를 선다는 것은 원래 호위로 붙던 교장의 하수인들과 맞붙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갖추셨단 뜻 아닌가. 나는 선배를 믿기로 했다.

그리고 그 사건은 돌아오는 길에 벌어졌다.

우리는 의뢰를 잘 끝냈다는 마음에 살짝 풀어져 있었다. 에인로가드로 돌아가기 전에 바깥 공기를 만끽하고 싶기도 해서 안전 수칙을 살짝 무시한 것도 사실이다. 3학년이나 됐으니 다들 한 몸 건사할 능력 정도는 가지고 있다 생각하기도 했고.

다들 알다시피 북부 쪽에는 악신 숭배자들이 비교적 많지 않은가. 우리가 의뢰를 나갔던 곳이 하필 서북부 쪽이었다. 공터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준비하던 중, 배그렉 선배께서 우리에게 한 곳으로 집결하라 명령하셨다. 다른 놈들도 눈빛을 번득이는 선배가 무섭긴 했는지 다행히 선배의 말에 따랐다. 해는 지고, 점점 어두워지는데 선배는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경계 태세를 곤두세우고 계셨다. 그런데 아무리 긴장되는 상황 속이라도 그 시간이 길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좀 풀어지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몇몇 동기들은 긴장이 조금 풀어져 텐트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물론 선배는 허락하지 않았다. 대열을 이탈하려던 동기 앞에 불구슬이 내리꽂혔다.

그렇게 대기하기를 몇 시간, 사방이 온통 어둑해지자 우리는 선배의 눈동자밖에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무언가 시작된 듯, 선배는 아주 작고 미약한 불빛을 왼쪽으로 열 발짝 떨어진 곳에 띄웠다.

번득, 선배의 방어막이 최소의 크기로 여러 개 띄워졌다! 방어막이 생성됨과 동시에 단검들이 그 방어막에 날아와 꽂혔다. 나는 몇 박자 늦게 깨달았다. 적들이 멍청해서 선배의 방어막에 단검을 꽂은 게 아니라 선배가 궤적을 예측해 그곳에 최소한의 방어를 설치한 거라고!

선배는 케이프 코트를 벗어 던지더니 홀스터에서 단검들을 빼 한 손에 쥐고 적에게 던졌다. 선배가 던진 단검은 정확하고 빠르게 급소를 노렸다. 빛이 없는 상황에서는 피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적들도 우리를 보기 힘들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선배는 다행히 뱀파이어. 야간에 유리한 신체 기능을 갖췄다.

배그렉 선배는 우리에게 구리반지를 건네주고 우리 전체에게 방어막을 씌워주며 말씀하셨다.

“위급 상황이 닥치면 바닥에 힘껏 던져라.”

에인로가드에서 그렇게 든든한 등은 황소의 뿔에 맹세컨데 이전에도 이후에도 본 적 없다!


나는 배그렉 선배가 약 일주일 정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 다른 선후배들은 배그렉 선배에게 그렇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 이 사실을 알아챈 건 나뿐이라 해도 좋으리라.

물론 쿠 선배가 있긴 하다. 배그렉 선배 옆에는 항상 쿠 선배가 있고, 그 선배는 배그렉 선배의 친구라고 해도 좋은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두 사람의 우정은 이 삭막한 에인로가드에서도 인기 있는 가십이니까. 어쨌거나 쿠 선배는 역시 배그렉 선배의 소재를 알고 있었다. 교장실에 교장과 결판을 내러 갔다나.

그렇다! 배그렉 선배는 모든 학생들을 염원을 그 불타는 피에 담아 해골 교장에게 한 방 먹여주러 갔다! 일주일 내내 보이지 않던 것은 절망적이라면 배그렉 선배가 삼엄한 징벌방에 갇혔기 때문이고, 희망적이라면 교장과 계속해서 싸우는 중이라 그런 것이겠지! 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선배는 그 북부의 산맥에서처럼 나의 희망과 믿음을 결코 배신하지 않았다!


제비스의 책을 읽던 흰 호랑이 탑 3학년 학생이 야유했다.

“네가 배그렉 선배를 좋아하는 건 알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

“그래. 외모 묘사는 넘긴다 치더라도 훌륭하긴 뭐가 훌륭해, 그냥 미친 거지!”

“그리고 에인로가드에 배그렉 선배 존경하는 사람 너밖에 없거든?”

함께 읽던 다른 학생들도 같이 야유했다. 그러나 제비스는 신경 쓰지 않고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배그렉 선배가 교장에게 한 방 먹인 건 사실이잖아.”

“두 번 믿음직했다간 다 죽겠다. 너 그 산맥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다 까먹었냐?”

“왜? 무슨 일이 있었는데?”

“무슨 일이긴 무, 무, 무, 무슨, 쿠, 쿠 선배!”

투덜거리며 무용담을 늘어놓으려던 흰 호랑이 탑 3학년 피누야가 등 뒤를 돌아보고 놀라 말을 더듬었다. 잠깐. 쿠 선배가 있으면 그 옆에는 항상……! 제비스가 기대의 눈빛을 감추지 않고 키르민의 뒤를 보았다.

“추운가?”

“아, 아, 아, 아니, 안, 안 춥습니다.”

“다행이군.”

“아, 볼라디, 기다려. 나 이거 듣고 싶단 말이야.”

“내가 말해주면 되잖나. 더 늦으면 위험하다.”

“네가 있는데 무슨 상관이야.”

푸른 용의 탑 5학년 학생 둘은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볼라디가 키르민을 끌고 도서관으로 갔다는 표현이 옳지만, 제비스는 그렇게 적었다.

“봐! 친절하시잖아!”

“친절은 얼어 죽을!”

“에인로가드 지하에 잠든 고대 괴물 눈빛이 저것보단 따뜻하겠다!”

하지만 제비스의 책은 언제나 인기가 좋으니까.


키르민은 에인로가드 암시장의 암시장에서 은밀히 거래되는 책을 한 권 구했다. 아하하. 볼라디, 이거 봐. 너랑 내가 이렇대. 틀린 말은 아니군. 그래? 그럼 해볼까? 네가 원한다면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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