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싶어 1화
전직 밀레시안은 백수가 꿈이다
제국의 97번째인지 101번째인지 모를 황자는 한때 밀레시안이었다. 그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살아왔고, 영웅으로서 세계를 지켜내었으며 지금은 환생한 삶을 아주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다.
우선 그는 황위계승권이 아주 멀었고, 어머니는 돈이 엄청나게 많은 대부호였으며 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이었다. 혈통이 빛의 정령인지라 패시브가 현혹으로 깔린 건 조금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어쨌건 밀레시안으로서는 작금의 생을 최대한 누리기로 마음먹었다.
제국의 황제라는 게 골드 드래곤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밀레시안은 드래곤의 기사다. 그냥 이름만 그럴듯한 칭호가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 그는 모든 드래곤들의 수장인 골드 드래곤 아드니엘의 하나뿐인 감응자다. 계약으로 이어진 여러 드래곤들도 있었다.
황제는 그가 드래곤과 긴밀한 친분이 있는 관계라는 걸 알아차렸고, 급기야 그를 차기 황제로 점찍었다. 황태자로 공표하려는 걸 가이난도가 뜯어말리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당했을 터였다.
어디까지나 인생을 즐기려던 가이난도는 갑작스레 닥쳐온 불행에 슬퍼하며 저택에 틀어박혔다. 황제가 되는 것만큼 그에게 끔찍한 일은 없었던 탓이다.
‘있는듯 없는듯 그냥 죽은듯이 살아가면 언젠가 나를 대신할 황제의 재목이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어느 날 그는 에인로가드의 입학장을 받았다.
에인로가드.
4년제의 기숙사제의 학교이며, 명실상부 제국 최고의 마법학교. 천 년을 살아온 리치가 다스리는 곳. 졸업하기만 한다면 영예와 실력이 보장된다던가.
그는 아주 오랜 세월을 밀레시안으로 살아왔고, 마법에도 통달했다. 그랜드마스터 마법사라는 칭호는 괜히 딴 게 아니다. 어차피 마법에는 자신이 있고, 타인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학교라면 적어도 4년간 그는 마음껏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가이난도는 기꺼이 에인로가드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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