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에인로가드의 5학년이 살아남는 법

: 5학년이 되기 전에 도망치면 된다!

보존도서관 by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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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워다나즈가 사라졌다!

별안간 들린 소식에 에인로가드가 발칵 뒤집힌 것은 개학한 지 만 하루 만의 일이었다. 작년에 졸업 학년이었던 이한이 내년에는 정말로 5학년 확정이라는 것은 해골교장도 알았고 교수들도 알았고 학생들도 알았고 데스나이트도 알았고 황제도 알았고 관료들도 알았고 과장 조금 보태 대다수의 바깥사람들도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런 만큼 당연히 개학 때 돌아왔어야 하는 그가 방학 때 동기들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모습을 감추고는 개학 날까지도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쯧쯧, 얼마나 괴롭혔으면.’

‘솔직히 도망갈 만도 했지.’

‘안 잡히고 오래오래 숨었으면 좋겠네요.’

양심이란 것이 존재하는 교수 몇이 속으로 생각했다. 솔직히 지난 4년 동안 이한은 혼자서 4년의 제곱만큼 에인로가드를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전학파 수강에(사실 이것만 있어도 이미 16년치이긴 했다) 모든 공식클럽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안그래도 바쁜데 교장의 눈을 피해 외출하거나 밀수를 성공해서 해골교장에게 물을 먹이고, 그 밀수한 물자로 매일매일 같은 탑 동기놈들의 밥을 챙겨주고, 텃밭 일구고, 종종 해골교장에게 사사 받고, 3학년 때부터는 교수가 없을 때 대신해서 강의 진행. 교수의 연구를 돕고, 저런 짓을 하는 와중에도 선배와 동기, 후배들 연구도 도와주고, 매년 교장이랑 같이 신입생들 찾아다니고, 후원예산 타내고, 기타 등등등…….

심지어 저 몸이 세 개여도 모자랄 것 같은 일정을 진행하면서도 재학하는 동안 자신만의 마법을 십수 개 만들고, 소세계도 완성하고, 음악 마법이나 그 외 새로운 마법 이론을 정립하는 데 손을 거들고, 단발적으로는 서리거인의 왕에게 도전해서 이기고, 구울의 왕을 무찌르고, 반마법주의자를 격파하고, 악마공작 넷과 싸우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불확실한 차원에 떨어졌다가 살아 돌아오고……저러면서 전학년 수석을 놓쳐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새삼 정말 미친 행보네.’

‘진짜 사람인가?’

에인로가드 학생들도 다른 마법학교 학생들에 비해 굉장히 빡빡한 삶을 살긴 했지만 워다나즈의 행보는 실로 초인과도 같았다. 5학년 전에도 저랬는데 5학년이 되면 정말 과로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과연 없을까? 솔직히 다른 5학년들은 몰라도 이한 워다나즈는 조금 불쌍하지 않나? 그런 교수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워다나즈가 사라졌는데 어디로 갔는지 마법을 써도 아는 사람이 아무 없더라하며 상황을 설명하던 해골교장이 화가 났는지 허공을 빙글빙글 돌았다.

-이제 방법은 하나뿐이지! 파셀레트 교수가 예지 마법을 준비할 것이오! 시간이 촉박하니 다른 교수들도 다들 돕도록!

“……그렇게까지요? 그냥 워다나즈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라고 하죠?”

매년 신입생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대규모 예지마법을 의미하는 말에 경악한 교수들이 수군댔다. 이한 워다나즈 한 사람 찾겠다고 그런 대마법을? ……솔직히 할 만했다. 다른 5학년들이야 굳이 그렇게 할 필요 없었지만 이한은 그 대마법사 오수 고나달테스의 후계자 아닌가.

그렇지만 그것과 별개로 할 말이 없진 않았다.

“오죽하면 도망……흠흠, 솔직히 에인로가드에서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말이 좋아 4학년이지, 이한 학생은 2학년 때부터 5학년들이 할 만한 일을 했잖아요.”

“아무래도 워다나즈가 버두……에인로가드에서 좀 힘들긴 했죠.”

-성물함 깨지겠군! 쓸데없이 능력 없는 놈들 밥 챙겨주고 공부 도와주고 교수 연구 돕고 후배 연구 도와주던 건 전부 본인 선택이지 않소! 나는 분명히 하지 말라고 했는데!

“안돼! 워다나즈 없으면 내 연구는 어떡해!”

“…….”

“…….”

-…….

……워다나즈가 사라진 건 전부 저 새끼 때문이 아닐까? 긴급회의를 위해 교수들을 소집했던 해골교장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교수들이 같은 생각을 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비블레 버두스가 보통 인간은 아니니까. 역시 버두스만 없었으면 워다나즈는 얌전히 에인로가드에 있지 않았을까? 모두의 차게 식은 눈빛을 대표해 가르시아 교수가 버두스 교수를 비난했다.

“교수님 연구는 교수님이 알아서 해야죠!”

“그렇지만 걔도 재미있어할걸?”

“…….”

가르시아 교수가 순간 꽉 주먹을 쥐었고, 그 주먹을 봐버리고야 만 버두스 교수는 할 말이 많았지만 얌전히 입을 닥쳤다. 그치만 워다나즈도 분명……! 버두스 교수만큼 경우 없지는 않지만, 이한 같은 인재는 에인로가드에서 마법 연구를 위해서 오래오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몇몇 교수들도 입을 다물었다. 다른 건 몰라도 트롤혼혈 교수의 주먹은 조금, 조금 무서웠다.

그리고 이 모든 개판을 바라보던, 양심은 없지만 힘이 있고 권력이 있는 해골교장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상황을 친절히 정리해주었다.

-다들 닥치고 마법 완성이나 보태시오. 워다나즈 그 놈이 없으면 에인로가드의 연구 몇 개가 흐지부지되는지 설마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 말에 결국 양심이 존재하던 교수들도 전부 입을 닥쳤다. 이한 워다나즈가 사라지면 구심점으로 뭉쳤던 연구 십수 개가 사라진다. 그러면 불쌍하고 가여운 다른 학생들은 맨땅에 헤딩을 하거나, 다른 연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거나, 쉬운 길을 아주 멀리 돌아가야 했다.

……거의 교수들이 하나 같이 공통된 생각을 했다.

이건 솔직히 워다나즈의 업보라고.

‘……지금까지 잘했으니 그래도 어떻게든 하긴 하겠지.’

‘……지금 손대고 있는 것까지만 하고 다른 연구에 손대려고 하면 말려야겠다. 버두스 새……교수가 괴롭히려고 하면 막아줘야지.’

‘워다나즈 오면 이번에 진행하는 연구 마력 좀 보태라고 해야지.’

**

워다나즈 없이 일주일이 흘렀다. 교수들은 깨달았다. 워다나즈가 생각보다 일을 정말 더 많이 했구나! 갑자기 두배는 불편해진 것 같은 기분에 시달리며 그들은 생각했다. 워다나즈는 역시 에인로가드 특화형 인재라고. 교수들은 4년 사이에 워다나즈 없이는 불편한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워다나즈를 한시라도 더 빨리 잡아와야 했다. 어떤 양심 없는 교수는 학생들에게 수업을 떠넘기고 마법을 완성시키겠다고 왔다가 끌려나가기까지 했다.

“완성했다!”

“워다나즈 오면 연구에 마력 보태달라고 해야지!”

“버두스 교수, 워다나즈 좀 그만 괴롭히시오! 또 도망가면 어쩌려고!”

“내가 뭘?!”

……그런 이유도 교수도 갈리고 해골교장도 갈리고 에인로가드의 마력도 갈아 넣은 대마법이 일주일만에 번뜩였다.

이한 워다나즈의 행방을 추적해서 지도 위에 보여주는 마법. 복잡한 마법진이 번쩍거리며 빛을 토하고, 지도에 빨간 점이 찍히는 것을 보며 교수들이 중얼거렸다. “아주 외진 곳에 숨었네.” “해안가 같은데요?” “뭐? 수도인 것 같소만?” “음?” “예?”

그런데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지도에 찍힌 붉은 점이 스물이 넘어가는 것을 보며 지옥같은 침묵이 교수들 사이에 내려앉았다. ……워다나즈가 분신술도 쓸 줄 아나?

“…….”

“마법이 고장났나?”

“몇 명이 달라붙었는데 이걸 실패한단 말이오?”

“교장 선생님, 어떻게 된 겁니까?”

-……방해마법이 하나 개입했소.

방해마법? 아무리 이한 워다나즈가 불쌍해도 이런 마법에 방해까지 할 정도로 투철한 양심을 지닌 교수가 에인로가드에? 모두가 입을 다물고 눈치를 살피는 가운데 마법의 흔적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해골교장이 기가 막히다는 목소리로 중얼대는 내용이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워다나즈의……마력이군.

“오…….”

“아…….”

“와…….”

해골교장을 여러 차례 물 먹인 전적이 어디 간 것이 아니었다. 도망치기 전, 해골교장이 대마법을 쓸 것까지 예측하고 방도를 마련할 줄 몰랐던 교수들이 침묵했다. 과연 이한 워다나즈, 대마법사의 재목. 정말 난 놈은 난 놈이었다. 이윽고 후계자에게 뒤통수를 이중으로 후려 맞고 기가 막혀 부들부들 떨던 해골교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런다고 방도가 없는 줄 아느냐, 이한 워다나즈!!

**

왜 대마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느냐, 그것은 1년 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4학년의 어느 날, 사악한 에인로가드의 교수와 교장에게 갈리고 갈리던 이한 워다나즈는 깨달았던 것이다.

……지금도 마법 공부하다가 죽을 것 같은데, 5학년이 되면 과로사 확정이다! 다시 태어난 이후 대학원의 학자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확실한 건 5학년 때에는 정말 도망의 ㄷ자도 생각하지 못하게 될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당장 도망책을 생각해야지.

“이한, 혹시 18살에 죽는 게 꿈이야?”

“갑자기 무슨 소리냐 요네르. 내가 왜 죽지?”

“과로사로…….”

“…….”

이한 워다나즈는 4학년에 들어서 정말 미친 듯이 마법을 연구했다. 마법 배우다 요절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과로에서 도망치기 위해 과로를 해야만 하다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었지만 1년 과로하고 행복해지는 것이 남은 일생을 과로하면서 사는 것보다야 나았다. 도망치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해골교장은 대마법을 써서라도 잡아올지도 모르니까! 솔직히 자신 때문에 아껴뒀던 고대마법을 사용한 게 한두 개인가?

‘내가 써달라고 한 건 아니지만, 속이 많이 좁으시지.’

해골교장이 들었다면 후계자의 망발에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피를 토할 생각이었지만 이한은 당당했다. 어쨌거나 해골교장에게서도 도망치려면 마법에 대한 대안책이 있어야 하는데 해골교장이 기막혀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자신이 도망치면 어떤 마법을 쓸 것인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도록 예지하는데 일주일, 그 마법을 막을 방도를 마련하는 데에 반 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방해마법 하나 더. 그리고 도망치고 나서 돈은 어떻게 할 것인지, 어디에서 살 것인지, 눈을 피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한은 결국 그렇게 해골교장과 교수들이 달라붙은 대마법을 일부나마 교란하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과연 절박한 천재의 근성이란 놀라웠다.

‘편하군.’

교수와 해골교장을 엿먹이기 위해 1년을 갈아넣은 이한이 새로 출간된 마법서를 팔락거리면서 생각했다. 일어나자마자 교수의 마수에 휘둘려서 과로하지 않는 삶이란 정말 편했다. 잠을 푹 자는 삶이 얼마만인가? 역시 자유민이란 최고였다. 책장을 넘기며 이 마법서에 적힌 마법의 개선점, 강화할 수 있는 부분, 생략해도 괜찮을 부분을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마법을 그려보고 있을 때였다.

파사삭……. 손에 끼고 있었던 반지가 기묘한 소리를 내며 부스러졌다. 이한은 날짜를 셈해 보다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야 말았다.

‘……아직 일주일 밖에 안됐는데?’

벌써 대마법을 썼다고? 이 정도면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쓴 것이 아닌가? 이한은 새삼 제 스승의 속좁음에 전율했다. 제자가 편한 꼴을 과연 두고보지 못하는 악독한 리치였다. 이한은 주위를 둘러보았고, 수상쩍은 데스나이트, 교수, 대학원생, 리치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사람 많은 거리를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당분간은 몸을 사려야겠다.

**

심심해서 마법을 하나 만들었다.

만든 마법을 여러 번 시전해보며 개선점을 고민하던 이한은 자신이 더 이상 읽을 책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주가 지났는데, 내려갈까 말까. 돈도 더 벌긴 해야하는데. 의뢰도 받아야 하고. 하지만 웬만한 의뢰는 정보가 새니까……. 이한은 조금 고민하다가 자신의 외관을 마법으로 바꾸고, 후드를 깊게 눌러쓴 채로 외출했다. 다행히 익숙한 존재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마법서 중 흥미로워 보이는 것을 사서 돌아가는데, 이 주 전까지 한적했던 거리에 이상하게 사람이 많은 것이 보였다. 그리고 뭔가 이상한 마력 흐름도. 이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무슨 마법이지?

“범죄자도 아닌데 수배금액이 이렇게 높은 건 처음 보네.”

‘수배?’

“……즈 가문이면 이쯤 될 만 하지.”

“막내아들에 이름도 높은 마법사잖나. 가문에서도 같이 찾고 있을테니.”

“세상에, 금액이 장난 아니군. 찾기라도 하면 몇 년은 놀고먹겠어.”

혹시 만날 수도 있으니 좀 봐둘까? 솔깃한 얼굴을 한 이한이 수군대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었다가 침묵했다. 아주 익숙하고 친숙한 얼굴이 수배지 안에 있었다.

이한 워다나즈(19세) 겨울방학 때 실종

찾는 즉시 에인로가드로 연락. 사례하겠음.

에인로가드 교장 오수 고나달테스.

‘아니, 이런 미친 해골교장 같으니.’

 

……본모습으로 다니는 건 무리겠군. 쓸쓸하게 생각하며 돌아서려던 이한이 문득 멈칫했다. 갑자기 기묘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이윽고 주변을 둘러보던 이한은 아까 전의 그 이상한 기운이 어디에서 흘러나왔는지 문득 깨달았다. 이 수배지는 그냥 수배지가 아니었다! 수배지 안에 내재된 마법은, 그러니까, 이 마법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사람이 있다면 곧장 탐색하고 그 사람이 이한 워다나즈일 경우 해골교장을 호출하는…….

“…….”

……잠깐.

어마어마한 마력이 몰아치더니 이젠 너무 익숙해서 분노마저 유발하는 해골형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며 이한이 망연한 얼굴을 했다. 이런 짓을 할 줄이야! 기겁한 사람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와중에 이한이 빠르게 지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하하하하하하! 이한 워다나즈!

“…….”

‘아니, 저런 마법을 수배지 뿌리는 데에 낭비한단 말인가?’

곧장 이동마법을 사용하려던 시도가 가로막혔다. 역마법으로 마법을 사용하기도 전에 해제시켜버린 것이다! 제자를 절대로 자유롭게 만들지 않겠다는 스승의 의지를 느낀 이한이 지팡이를 휘둘렀다. 워다나즈가 만든 온갖 공격마법이 일거에 쏟아지는 것을 본 해골교장이 태연자약하게 마법을 치우고는 제자에게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너를 하루이틀 보는 줄 아느냐? 이한 워다나즈, 이만…….

“이것도 받으십시오! 나와라, 고나달테스! 일어나라! 공격해라! 우레를 노래해주십시오, 정령이여! 심연에서 당신을 부릅니다! 불태워라! 정화해라! 휩쓸어라!”

-워다…….

그걸 보고서도 굴하지 않고 곧장 공간에서 아티팩트를 꺼내 공격하고 온갖 소환수들까지 꺼내는 제자를 보며 해골교장은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입으로는 5학년이 되겠다고 말했으면서 저렇게 온갖 대비를 다 해놨을 줄이야? 워다나즈가 이제 슬슬 스승의 등 뒤에 칼을 꽂을만한 실력이 되기는 했지만, 해골교장에게 칼을 꽂으려면 아직 몇십 년은 더 남았다. 해골교장은 손짓 한 번으로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소환수를 쓸어서 역소환 시켜버리고,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아티팩트를 부수고, 콧방귀를 뀌는 것으로 공격마법을 치우며 이한 워다나즈를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았다.

“……크윽! 비겁합니다!”

-5학년이 되겠다고 하며 교수들을 안심시켜놓고 도망간 너만 하겠느냐?

“5학년 하나 잡겠다고 대마법에 수배까지 하는 교장선생님이 더 비겁합니다!”

-네가 평범한 5학년이냐? 마법 풀 생각하지 마라.

“크으윽!”

양심이란 게 없는 해골교장은 가여운 (예비)5학년을 바라보며 코웃음 쳤다. 그냥 5학년이 도망갔으면 괘씸하고 아쉽긴 해도 놓아줬을 것이다. 그러나 이한 워다나즈는 그럴 수 없었다. 교수 다섯보다 이한 하나가 더 나았기 때문이다.

이한 워다나즈는 전학파를 수강했기 때문에 전학파를 강의할 수 있었고, 다른 마법사들은 잘 모르거나 개척 중인 소수학파들 중 몇몇도 웬만한 마법사들보다 훨씬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도 강의하거나 연구할 수 있었으며, 맡은 일에도 성실하고, 관료 격멸자였고, 예산과 신입생들을 책임졌고……기타 등등.

쓸모없는 교수 하나가 사라져도 수배를 거는 판국에 워다나즈가 사라지면 당연히 이 정도의 성의는 보여야 했다. 이한으로써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자신을 찾겠다고 대륙을 대상으로 탐색마법에, 예지마법에, 수배지에 마법을 걸고……세상에, 그 돈이면 과장 조금 보태서 에인로가드의 불쌍한 학생들 열은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한이 억울해하는 와중에 해골교장이 땅바닥에 떨어진 마법서를 보며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었다.

-너는 기껏 도망쳐놓고 왜 마법서를 읽고 있지?

“하하하, 그게 말입니다…….”

-이런 마법서에서 네가 배울 수 있는 것도 없을텐데. 너처럼 마법 좋아하는 녀석이 무슨 에인로가드에서 도망치겠다고.

“…….”

이런 미친 교수들 같으니…….이한은 울고 싶었다. 자네, 대학원에 가겠다고 해놓고서는 이제 와서 왜 이러나? 내가 자네를 얼마나 믿었는데? 대학원 안 가겠다고 선언하는 제정신 차린 학부생들을 보며 불쌍한 척하는 교수는 몇몇 봤어도, 대학원생이 도망간다고 수배 돌리는 교수는 없었다. 아니, 내가 당사자가 됐으니 이젠 생겼군. 이것이 바로 에인로가드의 광기인가?

대마법에 이어서 수배지라니. 항상 에인로가드의 광기를 실감하며 살아왔다지만, 이렇게까지 절절하게 실감한 적은 또 없었다. 솔직히 대마법은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약간, 아주 약간 생각하긴 했지만, 예지 마법을 돌려서 확인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설마 싶었는데 수배지까지 돌릴 줄이야! 아마 이한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들에 전부 저걸 뿌려버린 게 분명했다. 저 수배지는 만드는데 대체 얼마나 많은 인력과 마력을 갈았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여기서도 마법을 할 거면 그냥 에인로가드 가서 하면 되지 않으냐?

“툭하면 교수님들한테 잡혀가는데 제 마법 할 여유가 어디 있습니까? 저 부르는 교수님이 한둘인줄 아십니까?”

교수가 아무리 부려 먹어도 본인 마법도 해내던 에인로가드의 초인이 이한 워다나즈였지만 교장은 할 말이 없었다. 한둘은 아니지. 서넛도 아니었다. 너덧명? 그것보다도 많았다. 솔직히 교수들도 이한처럼 살면 진작 단명했을 것이다. 본인 마법할 여유 같은 게 있을 수가 없는데 만들어서 했던 이한이 신기한 거였다. 지금 보라. 저렇게 얼굴이 좋은 건 근 4년만이다. 양심이 없는 사람도 안쓰러워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워다나즈에게는 존재했다.

-……네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마!

“…….”

-지금도 마법서 사놓고 마법 연구하고 있으면서, 무슨 바깥에서 연구를 한다고? 에인로가드만큼 마법연구하기 좋은 곳이 흔하지 않다는 것은 너도 알잖느냐.

“하지만 버두스 교수님이나…….”

-다 막아주마! 그냥 다른 5학년들 하는 것처럼만 해라!

……새빨간 거짓말!

그렇지만 해골교장의 감언이설에 이한은 반쯤 넘어가고야 말았다. 어라? 그런데 전생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지 않았나? 이한은 그런 기시감을 애써 무시했다. 아닌 척해도 그는 결국 대학원생 체질이었다.

“……그렇지만 5학년이 안 되면 시간이 더 남습니다!”

-워다나즈. 잘 생각해라.

“뭘 말입니까?”

-네가 정말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으냐?

“…….”

해골교장의 눈에서 번득이는 광기를 본 이한은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이미 삼 주나 낭비했고, 대마법도 깨부쉈고, 수배지에 들어간 돈도 상당할텐데 여기에서 더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면 해골교장이 그냥 넘어갈리 없었다. 아무리 저 리치의 제자가 되긴 했다지만, 저 광기는 도무지 이길 자신이 없기도 했고……망할 해골교장 같으니! 결국 이한은 친히 행차한 해골교장에게 붙잡혀 에인로가드로 돌아가야 했다.

평화로운 에인로가드. 해골교장이 이한 워다나즈를 잡기 위해 벌인 소요로 황제에게 불려간 것은 며칠 뒤의 일이다.

그리고 교장 및 몇몇 교수들이 이한 워다나즈를 지나치게 혹사한다는 투서가 황제에게 들어간 것은 조금 더 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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