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Ζu
고통이란 무엇인가. 상처를 입으면 왜 고통을 느끼는가. 질병에 걸리면 왜 고통을 느끼는가. 어째서 고통을 느끼는 것인가. 상처를 입은 사람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치료할 생각을 하지 않아 상처가 악화되어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병에 걸린 사람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치료할 생각을 하지 않아 병이 악화되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고통이란
“환상 마법은 쓰레기다.” 강의실에서 나오던 볼라디가 불쑥 말을 꺼냈다. 또 시작이군. 쿠는 고개를 저었고, 이한은 볼라디의 옆구리를 쳤다. “왜 그러지?” “네가 강의 시작 후 몇 시간 만에 그 말을 하는지 내기했거든. 내가 졌어.” “쿠, 헛소리 마라. 볼라디 너도 말을 좀 가려서 하는 게 어떤가.” “왜지?” “그야 교수님의 분야를 무시하다니, 시
“저녁 시간인데 이한은?” “아까 배그렉 업고 방으로 가던데?” “뭐?” “왜?” “설마 둘이 전투하다 배그렉이 죽은 거야?” “의외군. 전투에 있어서는 배그렉이 한 수 위 아니었어?” “…….” “그 자식, 요즘 혈마법 연구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마력 폭주 탓에 죽은 게 아닐까.”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한과 볼라디는 이한의 방에 얌전히
이한 워다나즈. 제국 역사상 최악의 마법 범죄자. 지혜를 원한다는 이유로 눈을 버린 미치광이. 네놈의 마법에 휘말려 죽어간 제국민들이 얼마인지 알고 있으며, 네놈이 제국에 입힌 피해가 얼마인지 알고 있느냐! 워다나즈가 코웃음 쳤다. 검은 안대 위에 수놓아진 금빛 마법진이 오른눈을 대신하여 번쩍 빛났다. 미미르의 샘이여, 그대 역시 어리석군. 이깟 눈 하
이한은 기분이 좋았다. 배그렉 교수가 오랜만에 이론 위주의 강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극악의 말재주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본인의 책을 짚어가며 설명하는 식이라 알아듣기 어렵지도 않았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지금 강의를 위해 꺼낸 책이 단 하나뿐이라는 점이다. 배그렉 교수가 손으로 집필한 단 하나뿐인 교재. 덕분에 이한과 배그렉 교수는 책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쪽이 혼자만 아니었더라면 차라리 전쟁에 가까울 것이다. 볼라디 배그렉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즐거워한다. 그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혈향이 그의 코를 간지럽힌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를 손등으로 훔쳐 핥는다. 엘프 혼혈이었나. 그가 생각한다. 그 엘프. 차림으로 보면 그리 낮은 위치는 아니었을 텐데. 영양이 부족해 밍밍한 피라. 교
배그렉 교수님께. 잘 지내시나요, 교수님. 저는 지금 여행을 왔습니다. 교수님이 좋아하시던 찻잎이 나는 곳입니다. 여기는 햇살이 참 맑습니다. 비 오는 날이 적어 산책하기에도 좋고요. 지금은 드물게도 비가 오는 중이라 실내에서 차를 마시며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편지에 찻잎을 동봉해 보낼 테니 교수님도 드셔보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는 차보다 커피를 선
後, 볼라디 배그렉의 등시판명 “쿠.” “오, 볼라디! 눈치가 정말 없구나. 어떻게 찾았어?” “마법은 몰래 흡연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넌 너무 딱딱해.” “다른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게 어떤가.” “정말이지,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화려한 차림의 환상마법사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직 삼키지 않은 연기를 내뱉었다. 볼라디 배그렉의 얼굴
關, 친애하는 배그렉 교수님께. 전쟁이 일어났다. 제국에서는 드문 일이다. 오수 고나달테스와 볼라디 배그렉은 이런 일을 예상하고 있었다. 언제쯤 돌아올 수 있겠소? “내년 초여름까진 돌아올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워다나즈는. “출정 전날 강의를 마치고 기말고사 대체 시험을 보겠습니다.”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오. “따라오려고 하면 막아주
“워다나즈 조교, 아니, 교수님 돌아오셨대!” “헉, 진짜? 나 막힌 연구 있었는데!” “지금 교장실에 계셔.” “뭐? 누가 돌아왔다고?” “워다나즈 선배. 아니, 교수님.” 후배들은 아직도 워다나즈의 호칭을 섞어 불렀다. 어느 학파에서는 선배로, 어느 수업에서는 조교로, 워다나즈의 수업에서는 교수로 있었으니 헷갈리는 일이야 당연했다. 워다나즈로서는 서
그런 말이 있다. 뱀파이어는 두 부류로 나뉜다고. 금발이면 미친놈으로, 흑발이면 우울증으로. 틀린 말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뱀파이어라는 종족은 대부분이 미쳤으며 동시에 우울증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들의 수명은 길고 쉽게 다치지 않는다. 친구를 아무리 사귄다 한들 그 친구는 언젠가 나이 들어 죽어갈 것이다. 아무리 자극을 찾아 헤매도 갈수록 익숙해져
-이한 워다나즈 사망, 시신 수습 실패, 볼라디 배그렉 실종. 이게 무슨 일이냐? 오수 고나달테스는 드물게도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라그린데 교수와 우레걸음 교수, 번개걸음 교수까지 갔는데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제국 동부 쪽에서 마취 물약에 들어가는 약초가 많이 발견되었다. 치유학파의 물약인 만큼 라그린테 교수가 확인하기로 했고, 연금
오수가 볼라디 학창 시절 이한한테 말해주는 게 보고 싶어요 전투광 뱀파이어의 전학파 기초과목만 골라듣는 젊은 시절은 과연 그랑덴 시의 후원자는 종종 불시에 만나봐야 할 일이 생기기도 하는 법이다. 그게 바로 이 황금 같은 주말에 워다나즈가 해골 교장과 외출한 이유다. 이한은 붉게 노을 져 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입학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을
그가 영원 징벌방에서 나흘 만에 살아 돌아왔다. 무너져 내리는 징벌방의 벽을 뒤로하고 그는 결국 푸른 용의 탑 기숙사로 돌아왔다. 푸른 용의 탑 5학년 볼라디 배그렉 선배가 해골 교장과 일주일 동안 혈투를 벌이고 교장을 잠시 제압하는 것에 성공한 것은 에인로가드 학생이라면 다들 아는 공공연한 영웅담이다. 그 후에 교장이 고대의 대마법을 이용해 교장실 전체
자네는 삶이 지루할 때 없나? “항상 같습니다.” 항상 지루하단 뜻이군? “무료하다고 하겠습니다.” 지루한 거나 무료한 거나 거기서 거기지. 나야 스스로 버렸다지만 자넨 종족 특성이니 더 고역이겠어.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학생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군. “…….” 현재를 직시하는 건 좋은 습관이지만, 배그렉 교수. 가끔은 과거와 미래도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