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근데진짜 type

[아니근데진짜] [감상] 1차 HL 역극

[241208] [2,000]

백업 by 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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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픈 희망

프로필을 전부 읽을 필요는 없다고 적어주셨지만, 조금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우선 두 사람의 간략한 서사를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잘못된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미 미래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이 두 사람의 역극을 제정신으로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 TWS (투어스) -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1학년, 호그와트 급행열차

라이티티아의 수수께끼와 함께 시작되는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뭐랄까, 굉장히 반짝거리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리티는 프로필로 접한 것보다 더 사랑스럽고 재치 있는 아이였고, 리버에게서는 특유의 여유롭고 부드러운 느낌이 잘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역시 제 시선을 가장 끈 지점은 천재에 대한 두 사람의 견해차였어요. 리버는 개인의 우수성을 중요시 말했고, 리티는 그 말에 대해 가벼운 투로 다른 논조를 제시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때 리버는 리티의 말을 ‘나와 다른 생각’으로 그저 그렇구나, 했죠. 리티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줏대가 있었지만, 그것을 타인에게 강권하는 태도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리버가 이럴 수 있었던 건 자신이 믿는 것이 흔들릴 리 없다는 확신과 여유, 다시 말해 일종의 나이브함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리버의 성씨가 나이브스인 것을 보면 캐릭터 빌딩 과정에서 의도된 바인 것 같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미래를 얼핏 엿보고 와서 그럴까요? 이 대화가 결국엔 두 사람이 각자의 갈림길로 떠나리란 암시처럼, 대립의 포문을 여는 첫걸음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대화는 매끄럽고 유연하게 이어집니다. 리버의 말처럼, 두 사람의 성향이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다르므로 더욱 조화로울 수 있는 관계도 있으니까요. 이때 리버가 흐르는 강 같은 존재라면 리티는 꼭 그 위에 유유히 떠가는 구름처럼 느껴졌어요.

 

1학년, 배정식 뒤

두 사람의 티키타카는 정말 자연스럽네요. 마치 타고난 모양은 다르지만 잘 맞물려 들어가는 톱니바퀴를 보는 듯 해요. 리티의 통통 튀는 성격이 매 언사에 잘 드러나고, 리버가 그것을 잘 받아치는 덕분에 두 사람의 대화를 읽는 건 기본적으로 유쾌한 감각을 줍니다. 특히 리티의 눈이 골든 스니치같다고 칭찬하는 말에서는 좀 설레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근본적으로는 서로를 또 다른 시선으로 관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리티는 활발하고 순수한 아이지만 래번클로의 아이답게 통찰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죠. (장식장이 아니라 원석을 보고 싶다고 하는 지점에서 리티는 정말 래번클로의 총아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버는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태도를 보이고요. 그런 지점에서 두 사람의 관계의 향방이 어떻게 뻗어갈지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역시 미래를 모르는 편이 좋았을 텐데….)

 

1학년, 할로윈

리티가 기어다닌다는 말에 정말이지 육성으로 웃어버렸어요. 사족보행이 비주얼적으로도 멋있다고 주장하는 리티와 정상적인 비주얼을 원한다며 은근슬쩍 뇌물로 시선을 돌려버리는 리버 둘 다 너무 귀여워요. 이제는 리티가 리버의 퍼지를 먹어 치워주는, 한 단계 더 진전된 사이가 되었네요! 하지만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스탠스가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마는군요. 이럴 때마다 장미의 가시에 찔린 사람처럼, 신발 속에 돌멩이가 든 사람처럼 움찔, 하게 돼요. 두 사람이 웃을 때 같이 웃을 수 없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네요.

 

♬ 엔플라잉 - Blue Moon

 

4학년, 개학식 뒤

리티가 성장하고 변화하면서 슬픔에 잠겨버리는 4학년이 도래했군요. 그런 리티를 달래는 리버의 마음씨가 부쩍 다정하게 느껴져요. 컵케이크를 쥐여주며 다른 친구들이 있는 연회장이 아니라 리티가 있을 평원에 함께 하겠다고 하다니. 비행하는 장면에서는 그만 탄식했지 뭐예요. 만월과 함께 나는 두 사람이라니…. 리티가 리버를 바라보며 느끼는 먹먹함이 제게도 전달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언제든지 하늘을 날고 있을 테니까, 네가 내킬 때 오면 돼.’ 아니 어떻게 이런…. 이런 말을…? 리버가 이렇게까지 유죄라니…. ‘그치만 내가 생각하건데, 난 분명 열광적인 퀴디치 경기의 관중이 될 거야. 네가 경기장에 있을테니까...’ 허어. 저 진짜…. 어떡하면 좋죠? 이제 네 번째 역극을 읽고 있는데 벌써 정신이 혼미하고 마음이 울렁거려요…. 미래 같은 게 대체 왜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 진짜 심각해요.

 

7학년, 개학식 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 얼마나 야속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이 그 흐름에 몸을 내맡기며 변했고, 변해야만 했다는 것도 참 속이 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을 잇고 있는 연결고리가 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각자 다른 톱니바퀴가, 그래도 여전히, 맞물려서 돌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구나, 라는 감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리티가 리버에게 가진 애정이 물씬 드러나서 마음이 아팠어요. 리티는 정말 ‘사랑’이라는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바닥에 점차로 퇴적층이 쌓여 그 흐름이 느려지고 정체되듯이, 리버는 고착화되어 가고 있죠. 그런 리버에게 ‘딱딱한 건 강력해져. 그래서 아주 성공적여지지. 그치만 부러지면 많이 아플거야.’라는 조언은 정말로 필요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청자에게 닿지 않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닿기를 바라는 그 마음까지도 씁쓸하면서도 너무나 다정했어요.

그리고 ‘달’을 언급하며 두 사람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리티가 그 기억을 얼마나 소중히 하는지 실감 됐습니다. 보석함을 열고 여전히 반짝거리는 기억 한 조각을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리티의 곁에서, 저도 그 반짝임을 함께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미 뒷이야기를 아는 저로서는 리티가 ‘벌어질 일은 어떻게든 벌어진다는 것’을 감각하고, 그럼에도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이 때에 얼마나 괴로웠을까 싶어서 무척 슬펐습니다.

 

7학년, 결투클럽 뒤

저는 여기서부터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을 아예 포기했습니다. ‘나이브스’에게 거는 것 맞냐고 묻는 리버와 ‘리버’에게 걸 것이라고 말하는 리티라니…. 그리고 리티가 리버에게 여행을 추천할 때 잠깐 두 사람이 함께 여행하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만, 정말 그러지 않는 게 좋았을 거예요. 마음에 다이너마이트가 터진 것처럼 아파요.

♬ ByssBlue - Hanabi (Feat. 임가영)

 

7학년, 테러 뒤

저 너무 고통스러워요…. 신청자분께서는 분명히 정제된 언어의 감상을 원하셨을 텐데 저는 그냥 역극을 읽으면서 숨이 턱턱 막혀만 하고 있어요. 리티가 리버에게 기대서 울 때 저도 같이 울고 싶었어요….

다음에 또 같이 하늘이라도 날자고 하는 리버의 말에 영영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대꾸하는 리티를 보고는 그냥 울었습니다. (진짜로) 이때 리티는 그것이 이제 파편화된 기억이라는 것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과거의 리버에게서 떨어져 나온, 지금의 ‘리버 칼 나이브스’와는 그 색채도, 모양도, 반짝임도 다른. 그걸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요.

 

♬ 임연 - LOST

 

성인

하지만 리티는 리버와 재회하고 말하네요. ‘그치만 넌 여전히 너야. 바뀌었어도 너야’. 리티는 리버가 바뀌었어도, 이제는 과거의 그와 너무나 달라졌어도, 설령 ‘잔해’로 남았어도…. 항상 그랬듯 리버를 사랑하는군요.

‘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네가 나이브스의 아들이 아니라, 퀴디치 유망주가 아니라, 그저 리버로써 널 받아들이길 소망해. 그래서 네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난 강하게 바라고 있어. 그렇게 원하니까 믿을거야. 믿지 않으면 아무것도 실현되지 않으니까... (라이티티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웃었다.) 넌 할 수 있어. 해야만 해. 널 구할 수 있는 건 너 뿐이야. 부디 스스로를 저버리지 말아. (그는 간청하고 있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그렇게 버리지 마.’

이 부분은 정말 통째로 인용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리티가 리버를 끌어안는 장면에서 마음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면서도, 이게 또 얼마나 따뜻한 순간인지 실감할 수 있어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 또다시 스니치 같은 금빛 눈 이야기가 나오면서 저는 이 서사를 통째로 되짚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고통스러웠어요.

 

성인-위치 대화

‘그렇다면, 네 여로에 나도 데려가 줘...’

‘우리 가야할 곳이 엄청나게 많네. 그러니까, 살아남아줘.’

 

♬ 최유리 – 숲

 

정말 미치겠네요.

 

성인-리버 사망 뒤 위치 대화

정말 미치겠네요. 222 죽고 나서 첫 키스? 하…. 저는 이제 어떡하면 좋죠? 너무 심하게 과몰입해 버린 나머지 인간의 언어를 잃어버릴 것 같은데요….

 

성인-불사조 패배 뒤 위치 대화

……(머리 깡!)(기절)

…그래도 언젠가 다시 만날 두 사람에게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바치고 싶어요.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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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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