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팔

답장

From. J-165345901 제 12섹터

아스티 씨에게.

안녕하세요. 어릴적 잘못 온 편지에 답을 드려 혼란을 드린것같아 죄송합니다.

저는 86번째 P입니다. 지금은 14살이예요. 답장 드린때와는 5년이나 지났네요.

많은 오차가 있어 이제야 배달왔다고 생각됩니다.

그간 있던 일들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저는 9살, 그러니까 처음 편지 드렸던 날에서 일주일 뒤에 전신의체이식수술을 받았어요. 수술 전엔 왼팔이 없었는데 지금은 자유자재로 움직일수 있습니다. 어릴적부터 있던 유전적 결함 또한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제일 나이가 많은 원생이예요.

저는 행성 J-165345901에서 살고있어요. 이 행성은 아스티씨가 말한것처럼 고아원의 역할을 하는 행성입니다. 백여개의 섹터가 있고, 저희 섹터는 알파벳으로 원생의 이름을 짓습니다. 원생이 입양을 가면 새로운 원생을 들이고 입양간 원생의 이름을 물려받습니다. 다른 행성에서 사시는분이라면 잘 몰랐을것 같아 지금이나마 설명해봅니다.

공장에 대해 알려드리자면, 저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인간입니다. 어느 사에서 만들어진지는 불명이지만 제가 상품이 아니라 이 행성으로 오게 된 걸 보면 아무래도 불량이었던 모양이예요. 유전적 결함또한 그런 이유겠죠. 폐기중 무슨 오차가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곳에 와서 전신의체로 몸을 갈게 되어서 행성에 많은 폐를 끼친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의사가 되진 못했습니다. 인간은 20살이 되어야 성년이라고 치거든요. 그래도 어떤 의사가 되고싶느냐 한다면 외과의사가 아닐까 싶어요. 제일 자주 보게 되는 의사고… 그래서 더욱 존경스러웠습니다. 따라하겠다고 직접 잡풀을 갈아 약을 만들어 친구 몸에 발랐다가 혼났던 일도 있었던것 같네요. 지금은 그래도 책으로 많이 배웠습니다.

어릴적엔 원장님이 잘못 온 소포를 통째로 버리려다가 식물이 예뻐보여 식물은 제가 키우겠다고 보챘던 기억이 납니다. 어릴적엔 식물에만 관심이 있어서 편지에 써주셨던 돌은 본적이 없는것같아요. 편지 보고 초록이를 기른지 5년만에 처음으로 꽃을 차로 우려봤어요. 말씀주신대로 단맛이 나네요. 주셨던 식물(초록이)는 저희 12섹터의 마스코트같은 식물이 되었습니다. 제가 열심히 키웠거든요. 지금은 제법 크기가 많이 커진것같습니다. 처음엔 탐탁지 않게 보시던 원장님도 제법 정을 준것같아요. 아마 제가 이곳을 떠나더라도 초록이는 잘 지낼수 있을것같아요.

음, 사실 다른 친구들에게는 비밀로 했지만 원장님은 편지를 보낼때 도움을 주셔서 편지에 답을 준걸 알고계세요. 지금 다시 물어봤더니 잘 기억나진 않는다 하시네요. 하긴 5년도 지났으니까요. 이해는 갑니다.

어릴적엔 그 편지를 정말 소중히 여겼어요. 분명 잘못 온 편지인걸 알지만 그래도 어쩌면 이걸로 저도 입양을 갈수 있는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던것 같아요. 지금도 제법 먼지도 쌓이고 낡았지만 편지 자체는 침대 아래에 붙여놓고 숨겨놔서 아직도 간직하고있습니다. 어렸을땐 몰랐지만 지금 다시 읽어보니 다급해보이는 편지인데 어릴적 저의 속편한 소리나 담긴 편지나 받게 되어 당황하셨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5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사과드려요.

저는 다음달에 지구로 이송된다고 하니 제가 만약 다른 P를 만난다면 소포 꼭 전해드리도록 할게요. 부디 그분이 멀쩡했으면 좋겠네요.

추신. 사탕은 동생들에게 나누어줬어요. 저도 좋아하긴 하지만, 저만큼 동생들도 좋아하니까요.

고마워요, 요정 아스티. 요정이 아닌건 알고있지만요. 만약 제가 이송되기 전에 만날수 있다면 좋겠네요. 만난다면 머리 쓰다듬어주시는 약속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4살의 86번째 P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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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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