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성단 by 성단
4
0
0

문을 열었더니, 그곳은…. 완전히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순간 내가 하도 잠을 자지 않아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절해 자각몽에 빠지기라도 한 게 아닌가, 라는 공상이 들 정도였다. 아니지, 그럴 리가 없어. 머리를 두어번 흔든 다음, 침착하게 심호흡을 했다. 일단 이곳이 어디인지를 파악해볼까. 무릎을 굽히고 흙을 살펴본 결과 흙 자체는 기존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형이 바뀐 건가? 그러고보니 반에 중력을 조작할 수 있는 녀석이 있었지. 지금 이건 그 녀석의 능력인 걸까. 굽혔던 무릎을 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 학교 건물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자, 학교조차도 위치가 바뀌어버린 건지 건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큰일이 생긴 게 아니면 좋겠는데.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창고의 문을 닫은 뒤 좁은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늦은 시간에 잘 모르는 곳을 돌아다니는 건, 객관적으로 좋은 판단이 아니다. 하물며 이 곳은 산이다. 창고에서 밤을 보낸 뒤 해가 뜨면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생각 정리를 끝마친 뒤, 벽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쿄야 씨!”

“…히이라기?”

창고에서 자고 있던 나를 깨운 것은, 생각지도 못한 히이라기의 목소리였다. 나를 찾으러 왔던 건가? 그런데, 지형이 바뀌었는데 대체 어떻게…. 얼떨떨해하는 나를 바라보다 히이라기는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 지형은 이틀에 걸쳐 원래대로 돌아왔고, 나는 지형이 돌아온 이후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아 모두가 나를 찾고 있었다고 했다. …잠들고 나서 벌써 그렇게나 시간이 흘렀나. 이래서 자는 건 좋아하지 않는 건데. 히이라기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함께 창고를 빠져나온 다음 걸음을 내딛으려고 하자, 히이라기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쿄야 씨는, 이 곳에서 학교로 돌아가는 길은 잘 알고 계신 거죠?”

“알고 있어. …왜 묻는 거지?”

“다행이다. 저는 잘 모르거든요. 이쪽으로는, 와본 적이 별로 없어서….”

나에겐 익숙한 길이지만, 네게는 익숙하지 않은 길인 걸까. 그런 생각을 하자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내가 가볍게 웃자 히이라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도 나의 반 걸음 정도 뒤에서 나를 제대로 따라오는 것이, 어쩐지 믿어주는 것 같아 기뻤다.

“걱정마. 제대로 학교까지 안내할 테니까.”

그러고보니, 이 길을 누군가와 함께 걸어가는 것은 처음인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이 길은 분명 익숙한 길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나에겐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어쩐지, 히이라기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특별한 것처럼 느껴져서. 괜히 기분이 들떴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