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밴드니까

성단 by 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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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배!! 어서와요~!!”

“…다녀왔어요.”

방문을 열자 모에의 활기찬 목소리가 나를 반겼다. 현재 내가 처한 상황과는 상반되는 활기찬 목소리를 듣자, 어쩐지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게 느껴졌다. 힘 빠진 미소를 띄운 채 침대에 걸터앉자 책상 의자에 앉아있던 모에가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름인데 덥지도 않은 건지, 과하게 달라붙는 것이 당황스러웠지만 핀잔을 줄 마음은 들지 않았다. 사실은 이런 사소한 일로 핀잔을 줄 만한 여유가 없기도 했다. 그냥, 빨리 잠이나 자고 싶었다.

“모에쨩, 기다려준 건 고맙지만 이제 슬슬….”

“어, 션배! 여기 피 나요!!! 다친 거예요?!?!”

모에를 방으로 돌려보내려는 내 말을 자르고, 모에가 팔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 모에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붉은 선처럼 보이는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굳어있는 것이 보였다. 모르는 사이에 날카로운 것에 스치기라도 한 건가? 뭐, 이 정도면 가만히 놔둬도 낫겠지…. 감흥 없는 눈으로 상처를 흘겨보다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모에와 눈이 마주쳤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거리가 가까웠다. 당황스러운 기분에 적당히 웃음을 흘리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어서…. 다친 줄도 몰랐네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모에쨩.”

“엣헴, 모에는 관찰력이 좋으니까요! 이 정도는 당연하죠!!”

나의 감사인사를 칭찬으로 이해한 건지, 모에는 자신의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는 한껏 거들먹거렸다. 그런 태평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 방에 들어오기 전까지 있었던 피곤한 일들이 모두 머나먼 과거의 기억처럼 느껴지는 듯했다. …정말, 못 말린다니까. 이대로 모에의 재롱을 보고 있는 것도 기분 전환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일단은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아직 스스로를 뽐내고 싶어하는 듯한 모에의 말을 중간에 자르고, 상냥히 끼어들었다.

“모에쨩, 미안하지만 오늘은 이만 돌아가줄 수 있을까요? 오늘은 많이 피곤해서…. 이대로 자고 싶거든요.”

“…알겠어요! 좋은 꿈 꿔요, 션배!”

모에는 나를 또다시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그대로 나를 지나쳐 방을 빠져나가나, 싶었는데…. 모에는 내 앞에서 멈춰서 자신의 교복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무언가를 꺼내 나의 손에 꼭 쥐어주었다.

“모에가 이거 줄게요!”

“…이게 뭔데요?”

“모에가 엄청 아끼는 곰돌이 밴드입니다!”

“…곰돌이 밴드?”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에 쥐여진 것을 바라보니, 확실히 밴드에는 곰돌이 모양이 그려져있었다.

“션배의 상처가 빨리 낫기를 바라는 부적같은 거예요!!”

…어린이 같은 유치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의미가 있었던 건가. 나와 그다지 나이 차이도 나지 않는데, 이 아이는 어쩜 이렇게 순수한 건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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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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