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준호] 밴드
글리프 챌린지 참가글
“아, 베였다.”
준호는 왼손 검지손가락을 보며 중얼댔다. 손가락 끝에는 살짝 베인 상처가 보였고 피가 고이기 시작했다. 조심할 껄. 하고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려는데 그의 손목을 누군가 휙 잡아챘다.
“쯧, 조심하지. 내가 칼질할 때 딴 생각하지 말랬잖아.”
“대만아”
거실에 있던 대만이 인상을 찌푸리며 상처가 난 손가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리 와 하며 대만은 준호의 손목을 잡아당겼고 준호는 저항할 틈도 없이 끌려갔다.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도마에 급히 내려놓은 준호는 대만을 따라 거실로 나왔다. 대만은 준호를 소파에 앉히고는 티슈를 몇 장 뽑아서 건넸다.
“일단 그걸로 지혈하고 있어봐.”
“으응…”
준호에게 티슈를 쥐어준 대만은 거실 TV 선반으로 다가갔다. 선반 앞에 쪼그려 앉아서 뭔가를 찾던 대만이 들고 온 건 소독약과 연고 그리고 일회용 밴드였다. 준호 옆에 앉은 대만은 준호의 손가락에 감겨 있던 티슈를 벗겨냈다. 손가락에 선명히 남은 상처자국에 인상을 쓰면서 대만은 소독약을 발랐다.
“따가워?”
“응.. 조금”
“어휴, 진짜 왜 다치고 그러는 거야.”
준호를 타박하면서도 상처를 소독해주는 그 손길은 다정했다. 소독이 끝나자 이번엔 연고를 발라줬다. 이렇게까지 안해도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여기서 그런 말을 했다가는 대만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 지 몰라서 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만은 마치 의사라도 된 것처럼 신중한 얼굴로 상처 부위에 연고를 꼼꼼히 발랐다. 준호의 취향대로 산 뽀로로 밴드를 에쁘게 붙여주고 나서야 대만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 됐어.”
“고마워, 대만아. 심한 건 아니었는데.”
“심한 게 아니라니 덧나면 큰일나는 건데.”
준호의 말에 대만은 입술을 삐죽이며 그를 쳐다봤다가 아, 하며 다시 준호의 손을 잡아끌었다. 아직 제일 중요한 걸 안했어. 라고 말하는 대만을 보고 준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뭔데?”
대만은 대답 대신 밴드 위로 쪽 하고 입을 맞췄다.
“우리 준호 얼른 나아라.”
“뭐야 그게~”
뭐긴 뭐야 얼른 나으라는 애인의 치료주문이지. 대만은 그렇게 말하며 이번엔 준호의 입술을 입을 맞췄다. 그것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준호는 입을 맞추는 연인을 꼭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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