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백호명헌] 강아지는 고양이가 좋아 1

강아지 사이에 낀 고양이

- 썰과 소설의 그 언저리

- 브금 : (가사x브금입니다.


“고양이?”

“야옹, 뿅?”

“…그러니까, 호랑이라고!!!”

강아지는 고양이가 좋아 1

수인이란 동물의 특성을 띄고있는 인간의 일종으로 예전에는 노예로 취급받거나 아예 이종으로 취급받았었지만 현재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가장 가까운 친척 종으로 인정받고 권리를 보장받는 ‘조금 특이한’인간이다. 특히 빼어난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운동계에 종사하는 수인이 많았다. 강백호는 호랑이 수인이다. 맹수의 수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목을 끌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털이 붉은색이라는 점이다. 강백호는 새끼 …아니, 아기일적부터 본인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에 뼈가 저리게 익숙해진 인간이다. 어릴때야 그 차이가 소름끼치게 싫었다지만, 커갈수록 쏟아지는 관심이 모두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어 그럭저럭 잘 살아갈수 있게 성장하는 중이다. 그런 그의 현재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라면 …바로 연애사업. 모든 여성들이 그를 부담스러워했다. 정확히는 …강백호가 좋아한 모든 여성은 강백호를 그닥 반기지 않았었다. 눈에 띄는 빨간 털이 문제인지, 큰 목소리나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머리 하나만큼 툭 튀어나오는 덩치가 문제인지. 강백호로써는 잘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중요한건 강백호는 오늘 51번째 고배를 마셨다는 사실이다.

“…그, 강백호. 너 괜찮냐?”

“... . 만만군은 말하지마.”

“그래요. 대만선배는 인기많은 늑대에 키도 크고… 연애도 많이 했잖아요. 백호야, 울지마라... . ”

눈이 퉁퉁 불어터진 강백호를 마찬가지로 눈이 부은 송태섭이 끌어안아 토닥이고 있었다. 정대만은 그 사이에 끼어 위로라도 하려하지만, 둘의 매서운 눈초리에 멀뚱히 서서 머리만 긁적인다.

“야, 그…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러냐. …그, 백호 너는 키도 크고 얼굴도 괜찮은데 ㅇ… 야, 야 그만울어!”

“만마안구운…!”

정대만은 어느새 그 불어터진 만두사이에 끼어 크고 빨간 만두의 열렬한 포옹을 받고있었다. 에휴, 하는 작은 한숨소리와 토닥이는 소리, 훌쩍하고 콧물을 마시는 소리가 수돗가에 가득하다. 

“야, 백호야. 그래도 이제 다음주면 축제아니냐. 축제때 다른 학교 여자애들도 오니까, 그 때를 노려보는건 어때?”

“오 야 송태섭 너 좋은 생각이다. 그래, 강백호 -! 이왕이면 아예 새로운 인연을 찾아보는거야.”

“크응... . 그게 맘대루 되냐구…"

 강백호는 말은 그렇게 했어도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사실 이전에는 축제때 자신의 반이 어떤 행사를 하는지도 몰랐던 양키였다면 지금의 강백호는 실오라기 하나라도 붙잡고싶은 솔로였기 때문에, 강백호는 그 날 이후로 시간을 쪼개고 쪼개 본인 반 부스를 성공리에 마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물론 그의 주머니에는 3000원밖에 없었고 대부분 노동력으로 그 값을 치룰 수 밖에 없었지만. 무거운 짐은 다 나서서 들고, 톱질에 시트지에 …본인의 신체적 노동력을 이용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런데, 강백호의 이 완벽한 계획의 패착이라면 …. 그때까지도 본인 반이 무슨 부스를 여는지 몰랐다는 점이겠다. 그랬다. 강백호가 이렇게 열심히 도운 반 부스의 컨셉은 집사메이드 카페였고 당연히 여학생들이 집사, 남학생들이 메이드역을 맡기로 이미 사전에 결정이 되어있었다. 강백호가 체육관에서 농구공을 튕기고 있을 동안 말이다.

 백호는 손에 가장 큰 사이즈의 메이드복을 들고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 ...천재의 완벽한 계획이... . 이 완벽한 계획을 아는 몇 안되는 이 중 하나인 양호열은 당일에 웃느라 허파가 아플지경이었다. 설마. 강백호가 모를까? 했는데 강백호는 그 ‘설마’의 인물이라는걸 양호열은 간과하고있었다. 야, 백호야 힘내. 어떤 분은 네가 메이드복 입은게 취향일수도 있잖냐.

“야…. 이만한 덩치가…. 이런 옷을 입은게……?”

“그-럼. 백호 네가 아직 모르는 세상이 넓다.”

“………그르냐?”

바보. 

강백호는 이왕 이렇게 된거 이거라도 열심히 해보겠다며 야 호열아 뒤에 자크좀 올려봐라! 하고 소리치며 메이드복을 주섬주섬 입고있다. 그런데 어쩌나. 가장 사이즈가 컸던 이 옷은 인간용인지 꼬리 구멍이 뚫려있지않았다. 그렇다고 꼬리를 아래로 깔고 들지 말라고 말하기에는 … 백호의 꼬리는 유독 통실하고 힘이 강했다. 그리고 툭하면 기분 좋다고 꼬리를 들기 일수였다. 저기서 소연이를 봤다고 바짝 들고, 고릴라 소리가 들린다며 바짝 들고, 슛을 넣었다고 꼬리를 바짝 들어서 바르르 떨었다. 근데 꼬리용 구멍이 없는 치마를 입는다? 아무리 속에 반바지를 입을 예정이라해도 참사가 일어날게 뻔했다. - 긴 교복바지는 안에 넣으면 흉물스럽다고 반 여자아이에게 일찌감치 뺏겼다. 양호열은 남학생이 모두 메이드복을 입는 이 상황이 더 흉물스럽지 않느냐고 물으려했지만, 뺏는 여학생의 모습이 흉흉해 차마 말을 할 수 없었다. - 

“백호 너는 고양잇관데도 꼬리가 두툼하구나?”

“후눗…. 그, 그런가?”

“어엉. 너구리꼬리같아!”

금새 강백호는 또 헤실헤실 웃으며 꼬리구멍을 뚫는 여자애를 보며 웃고있었다. 양호열은 이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불현듯 인터하이 에서 봤던 그 까까머리 남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뭐랬더라. 강백호 학생은 괜찮나요? 하고 걱정스런 얼굴로 물어보고는 대답이 없자 고개를 숙여 나을거에요. 하고는 본인 팀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었다. 이제는 누군지도, 등번호도 제대로 기억나지않는 희미한 잔상이지만 …왜 갑자기? 이게 데자뷰? 라는 그거였나? 양호열은 어깨를 털며 고개를 갸웃한다.

-

 기본적으로 공식 운동경기를 할 때는 수인화를 자제한다. 수인이라는 종은 언제나 귀나 꼬리를 내놓고 사는 것이 아니라, 숨길 수 있다. 다만 그게 예전 인간 역사로 치면 코르셋을 차는 정도로 건강에 안좋고 불편하기때문에 굳이 권장하지는 않고 일생생활을 할때는 수인화 한 채로 내놓고 다니는게 보편적이다. 그러나 공식 운동 경기에서는 예외이다. 기본적인 먹이사슬에 관한 본능 탓인지 선수의 종 상성에 따라 기량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팀이 아니고서야 선수의 종은 알기 힘들다. 

 한편 정말 우연으로, 산왕 농구부에는 고양잇과가 없었다. 딱히 동아리에 들어갈 때 차별이 있는것도 아니고 산왕 농구부의 역사 내내 고양잇과가 없던 것도 아니다. 그냥 이번에만, 어쩌다보니. 그리고 정우성은 갯과였다. 정확히는 굳이 따지자면 보더콜리라는 종을 닮았댔다. 부모님도 갯과고, 팀원도 대부분 갯과거나 파충류거나 하다보니 고양잇과는 심리적인 거리감이 좀 있는 편이었다. 꼬리를 탁탁 흔들면 기분이 나쁜거라던가, 귀를 젖히면 화났거나 겁에 질렸다는거라는 이론은 아는데 …워낙 갯과랑은 반대다보니 머리로 아는거랑 몸이 반응하는건 좀 달랐다. 중학생 적에 꼬리를 흔들고 귀를 젖히길래 너도 신났구나! 하고 다가갔었고 상대측에서 날린 주먹에 나가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래서 정우성은 고양잇과가 좀 불편했다. 별로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도 않고. 근데,

“백호야 이거 잡고싶어?”

“깨객,,, ㄱ,, 아니!!! 누굴 진짜 고양이로 알아!!!”

 호랑이라는 강백호는 좀 웃겼다. 고양인데 속이 빤히 다 보인다. 앞에서 뭘 감질맛나게 흔들면 바로 엉덩이를 꿍실거리면서 시선을 못뗀다던지. 기분 좋으면 바로 머리를 부비작거렸다. 이렇게 속내가 뻔한 고양이는 처음이야. 

“얍!”

“캿!”

“오~ 강백호~ 사냥 좀 하는데?”

“당연하지 까까중, 천재라ㄱ…야앗ㅅ!!”

 북산고등학교의 강백호가 속한 반의 집사 메이드 카페에 놀러온 정우성은 실컷 현재를 즐기고 있다. 맨 처음 경기가 끝나고 나서, 정우성은 병문안을 가는 이명헌에게 자기 번호를 강백호에게 전해달라고. 그리고 강백호 번호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었다. 물론 부탁하면서 이명헌에게 일주일동안 놀림을 당하고 신현철에게 두 번 암바를 당했지만 성공적으로 번호를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서태웅이라는 본인과 닮은 1학년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그 호기심은 서태웅과 시너지를 보이는 강백호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갔다. 얘는 뭐지, 스킬은 별로인데 센스는 좋고. 기본기는 탄탄한데 터무니없이 기본적인 실수를 하는 이상한 애. 곁에 두면 보는 재미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농구를 좋아하는게 너무 잘보였어서, 같은 팀으로 경기를 뛰어봐도 재밌겠다 - 하는 관심이었다. 

 근데 그게 연락을 하다보니 … 애가 좀 순진한 맛이 있는거다. 오늘 뭐했어? 하고 묻는 문자에 ‘뭐야, 천재의 비법이 궁금한거냐-?!’ 하다가도 ‘만만군이 라멘사줘서 곱빼기로 먹었다’, ‘오늘은 호열이랑 오는 길에 길고양이 밥줬다. 이렇게 쪼끄만데 어떻게 저만해지는거지…?’ 하며 아기고양이랑 동네 터줏대감 대장 고양이를 찍어 보내주질 않나. - 그 고양이는 …정말 컸다. - 그래서 농구, 공부, 농구 만 반복하던 삶 사이사이에 강백호에게 문자를 보내는게 습관이 됐다. 

하루는 웬일로 쉬는 시간에 핸드폰을 붙잡고있는 우성에게 성구가 툭 하고 물었다.

‘우성이 너, 여친있냐?’

체육관에 정적이 맴돌았다. 여친? 정우성? 그럴만하지 그 얼굴에.

그치만 재밌는건 재밌는거다. 

모두들 달라붙어 누구냐 예쁘냐 어디사냐, 질문을 한참 쏟아냈다. 도감독도 아서라 얘들아 우리 에이스 놀란다. 하고 너스레를 떨어다가도 좋을 때다- 하고 웃으며 우성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우성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고, 애초에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는 걸 말할 틈도 없이 그냥 여친 있는 남자가 되어버렸다.

 나중에 슬쩍 이명헌에게 이 사실을 터놓고 얘기하니 이명헌은 대뜸 그럼 진짜 여친으로 만들어버려 뿅. 하고 대답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망설이지 않는다는 점이 이명헌답다 해야할지, 연애에 능숙해보이는게 의외라고 해야할지…. 이명헌은 어디사는지를 묻더니, 본인도 이번에 그 곳에 가야한다고, 같이 가자며 말을 했다. 마침 정우성은 한 번쯤 얼굴을 보고싶긴 했었기 때문에 무심코 동의해버렸다. 왜 강백호와 본인이 엮기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이 감정의 정체를 알아야했다.

 여튼 그 결과, 정우성과 이명헌은 지금 북산고등학교의 1학년 한 반에서 메이드복을 입고 귀와 꼬리를 내놓은 강백호를 보며 싸구려 레모네이드를 홀짝거리고있었다. 정우성과 이명헌은 귀를 쫑긋거리고 북실한 꼬리를 휘휘 흔들며 강백호에게 눈을 못떼고있었다. 물론 그 둘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었다. 강백호는 원래 튀는 그 빨간머리에, 약간 자랐지만 그래도 아직 밤톨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채 가슴이 조금 낑기는 메이드복을 입은 … 사실 무의식적으로 보지 않기가 좀 힘든 비주얼이었다. 

“백호 고양이인지 몰랐다뿅.”

“뿅쟁이는 병문안 왔을때는 귀랑 꼬리 안보여주더니…개였어?!”

“백호야. 왜 내가 개라는거에는 안놀라?”

“까까중은 뒷통수로 봐도 갯과야.”

뭐어-? 어이없다는 듯 웃는 정우성과 고개를 끄덕이며 맞는말뿅. 하는 이명헌이 강백호는 좀 웃겼다. 농구장 코트에서 맞은 편으로 봤을 때는 그렇게 태산같기 그지없었는데 지금은 그냥 이상한 말투쓰는 갯과 하나랑 힝힝거리는 갯과 하나였다.

“정우성 너 그 시바견같아.”

“백호야 사실 욕하고 싶었던거 아니지?”

“우성 시바견 닮았뿅 시바”

“명헌이형은 욕하고 싶었죠. 그냥.”

 들켰뾰옹.. 하고 너스레를 떨며 이명헌은 강백호 어깨에 기대 강백호의 턱을 살살 긁었다. 워낙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강백호는 무의식적으로 그냥 턱을 내줬고, 금방 갸르릉 거리며 꼬리를 천천히 흔들었다. 

“뿅쟁이 너 재능있다.”

“원래 죄많은 남자에용.”

 본인은 잊은 것마냥 둘이 골골거리고 붙어있는 꼴을 보니 정우성은 빨대 끝을 얌전히 둘 수가 없었다. 괜히 속이 타서 벌써 다 마신지 오래인 얼음 가득한 레모네이드를 쪽쪽 빨았다. 당연히 나오는건 없고. 소란스러운 소리만 계속 울린다. 타학교 남고생 둘이 남자애 하나를 지목해 앉아 주위가 소란스러웠던것도 잠시, 이 반에있는 사람들은 이명헌과 정우성, 강백호에게 관심없이 모두 자기 할 일을 하느라 바쁘다. 정우성은 팔짱을 끼고 주위를 둘러본다. 내가 이 먼 북산고에 왜 왔더라? 명헌이형은 … 왜 강백호 반까지 따라온거지? 아니 잠깐, 명헌이형 볼 일이 뭐였지?

 정우성은 번뜩 무언가를 깨닫는다. 이명헌의 의중. 굳이 이 먼 곳을 온 목적. 그것이 어쩌면 본인과 같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고, 눈을 크게 뜬 채로 이명헌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정우성은 오랜만에 이명헌의 웃는 눈과 마주친다. 

아,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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