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감각은

성단 by 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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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들으면서 생각했다. 아, 결국 내 잘못이구나. 내가 린을 불안하게 해서 린이 나를 떠난 거구나. 내가 오빠로서 조금 더, 린에게 믿음직한 모습을 보였어야하는 건데. 그러지 못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면서 린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애처로워서 먼저 다가가 린을 토닥이자 린은 내게 안겨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주변에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다는 게,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게…. 린에게 얼마나 큰 외로움을 선사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끝없는 후회가 몰려들었다. 하나뿐인 여동생을 이렇게 외롭게 만들다니, 나는 분명 오빠 자격 실격이겠지.

한참동안 나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던 린은, 한참 지나서야 내게서 떨어졌다. 눈물과 콧물이 뒤섞여서 엉망이 된 얼굴이었지만, 잔뜩 울고 난 이후이기 때문인지 린은 어딘가 후련해보였다. 린에게서 들을 이야기는 다 들었으니, 이제는 린의 안정을 위해 쉴 수 있게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 린의 간호를 맡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방으로 돌아오니 어쩐지 히이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히이라기에게 말을 걸어보니, 쭈뼛거리던 히이라기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쿄야 씨는 괜찮은 거예요?”

“…나?”

당연히 린의 상태에 대한 질문일 거라고, 멋대로 예상하고 있었다. 린이 아니라 나를…. 걱정하는 거구나. …어째서? 의문이 들었다. 내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짓자 히이라기가 입을 꾹 다물었다가, 결의에 찬 것 같은 목소리로 답했다.

“이건, 쿄야 씨의 일이잖아요…! 그런데 쿄야 씨는, 여동생분 앞에서는 계속…. 괜찮다고만, 하시니까….”

말을 이어나가는 히이라기의 목소리에 점점 물기가 섞인다. 표정도 점점 슬프게 변해가고, 어딘가 울고 싶어보인다. 눈에 맺히기 시작한 눈물을 재빨리 닦고, 히이라기가 나를 향해 팔을 벌렸다.

“…자! 쿄야 씨도 울어요!”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는데.”

“슬프다는 감정을 계속 참으면, 슬픈 순간에 제대로 슬프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구요…! 그러니까, 빨리요!”

“….”

이상한 논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를 바라보는 히이라기의 표정이 너무나도 올곧아서. 조심스레 다가가 그녀에게 안겼다. 하지만 우는 건 어떻게 하는 거지? 슬픔이란 건, 어떻게 표현하면 되는 거지. 무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라 가만히 멈춰있자, 어째서인지 히이라기쪽이 울기 시작했다.

“…왜 히이라기가 우는 건데?”

“쿄야 씨가 울지 않으시니까, 속상해서….”

속상하다는 말이, 무겁게 다가온다. 어쩌면 나는, 나를 위해 우는 법을 잊고 있었던 걸까.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린을 불안하게 만들고 히이라기를 속상하게 만들어버린 걸까.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를 소중히 여겨야한다니, 어려운 일이네. 내 품에서 울고 있는 히이라기를 조심스레 토닥였다. 그리고 이제 나에게는 잊고 있었던 것을 잊고 있었다고 깨닫게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기쁘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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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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