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죠유지] Grumpy boy
Boy 시리즈 2. 고죠유우, 고죠유지, 고죠 사토루에게 고백하고 도망 다니는 이타도리 유우지의 이야기
뷰티풀 보이의 유우지 시점
"유우지~"
불러오는 목소리에 유우지는 움찔 몸을 떨었다. 멀리서 달려오는 그는 지금 유우지가 가장 피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길다란 다리로 저벅저벅 걸어오며 금세 유우지의 곁으로 다가왔다. 유우지는 눈알을 또르르-. 굴리다가 못 들었다는 듯 저 멀리 걸어가고 있는 마키를 부르며 뛰어버렸다. 유우..! 하고 다 불러지지 못한 이름을 분명히 들었지만 못 들은 척 했다. 지금은 고죠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아직도 벌겋게 달아오르는 자신의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들킨 건 진작에 너무 많았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유우지는 고죠 사토루를 피하고 있었다.
그 날은 오랜만에 나나미를 만나 기분이 좋았다. 고죠와 나나미와 함께 있던 방에서 신나게 떠들고 있자니 고죠는 어느새 잠이 든건지 아무말이 없다. 슬쩍슬쩍 티나지 않게 고죠를 훔쳐보기를 몇 번, 평소에는 금세 반응하는 제 선생님이 전혀 반응이 없자 신기한듯 다가섰다. 손을 눈앞에 흔들어도 꾹 다문 입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실 안대를 쓰고 있어 고죠가 입을 열지 않으면 자신은 알 방법이 없지만, 분명 깨어있다면 자신이 이렇게 다가선 것을 고죠가 모를리 없었다. 그러니까 정말 자는 줄 알았다.
나나미가 방을 떠나고 찾아온 정적이 꽤 어색했다. 슬그머니 올려다보면 까만 안대를 쓰고 입을 일자로 꾹 다문 고죠가 보였다. 반짝이는 하얀 머리카락은 삐죽삐죽 솟아있었고 콧날이 오똑하다. 그 아래 입술도 도톰하니 시원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잘생긴 얼굴. 안대를 벗고 하늘처럼 파란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벅차면서 두근거렸다. 두근거림.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스릴넘치는 걸 볼때와는 또 다른 두근거림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심장의 고동소리에 유우지는 처음에 당황했다.
사랑에 빠졌다. 라는 상투적인 글귀가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까. 처음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예쁜 연상이거나 동급생정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해보긴했지만, 친구들과 장난치며 노는게 더 즐거웠기에 딱히 사랑에 대한 감정을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다가온 사랑이라는 감정은 꽤 당황스러웠다. 같은 남자,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연상, 게다가 자신의 선생.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을 저 커다란 두 손으로 죽여줄 사형집행자. 유우지가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낀 사람에게는 이렇게 많은 수식어가 붙었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착각인 줄 알았다. 할아버지 말고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에게 보호를 받아본 기억이 딱히 없어서 아버지가 그리운걸까? 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를 생각하며 한 몽정은 그것을 산산히 부숴버렸다.
이런 감정을 차지하고라도 유우지는 그에게 늘 감사했다. 언젠가는 죽을 목숨일지언정,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들어 주었다. 한번도 스치지도 못할 소중한 인연들을 알게 해줘서, 혼자가 되지 않게 해줘서. 그것만으로도 고죠에게 너무나 감사했다.
흘러나온 말들은 감정을 북받치게 한다. 자신답지 않게 느릿하지만 몰래 감사함을 전해본다. 그리고 다시 올려다본 고죠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없이 앉아있었다. 어디서 용기가 나왔을까. 자고 있는 사람에게 전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지금이라면, 듣지 못하고 자고 있는 상태라면, 말해도 좋지 않을까. 단 한 번이라도 입 밖으로 그에게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리고 있잖아."
마음을 먹었지만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잡고 유우지는 다시 한 번 고죠를 바라보았다. 든든한 사람, 뒤에 있다고 생각하면 무서울 게 없는 사람. 최강인 사람. 늘 다정하고 함께라면 즐거운 사람. 심호흡 하듯 몸 안에 공기를 잔뜩 집어 넣는다. 잠시 숨을 참자 더욱 거세지는 고동소리가 입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다. 잠든 사람에게 하는 고백치고 유우지는 꽤나 긴장되어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마음을 전해보았다.
"좋아해요. 고죠 선생님."
짧은 두 마디는 곧 목구멍을 통해 세상으로 튀어나왔다. 그에게 전해지지 않을 고백이라도 유우지는 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의 손이 움직이는 걸까. 어째서 그의 안대가 이마로 쓸려올라가고 지금 시원하고 청량한 하늘빛을 닮은 눈동자와 마추친걸까. 어? 하고 자신도 모르게 의문의 소리를 낸 유우지는 곧 너무 놀라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입을 떡 벌렸다. 자고 있던게 아닐까? 다 들은걸까? 다 들었겠지? 말하자마자 움직였잖아. 뭐지? 머릿속은 엉망진창이다. 전할 생각이 없었던 고백을 몰래 해볼 생각이었는데 이건 유우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다 들은거지? 끊이지 않는 질문을 자신에게 여러번 던지다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니까 다 들은거잖아?? 얼굴이 터질듯 뜨겁게 달아오른다. 심장은 너무 빨리 뛰어서 입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다 망했다. 다 망했어. 유우지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왔다. 부끄럽고 당황해서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을 내리 고죠를 피해다녔다. 자신을 끊임없이 쫓는 고죠였지만 여차저차해서 다행히 길게 이야기하지 않고 도망다닐 수 있었다. 들킨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색하고 무섭다. 시꺼먼 남고생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했으니 아무리 자신에게 다정한 고죠라도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왜 저렇게 매번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며 찾아오는걸까. 그냥 모르는 척 해주면 안 되는 걸까.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주는 걸까. 웃기게도 그렇게 생각하니 또 가슴이 따끔하니 아픈 것 같다. 이런 모순된 마음에 유우지도 머리가 아팠다. 평소에는 뭐 어때, 라는 긍정적인 자신이었는데. 쉽게 넘겨지지가 않는다.
조금만, 조금만 더 지나면 평소처럼 다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물어온다면 그냥 장난이었다고 가볍게 넘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조금만 더 피해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담임선생님이라 아예 못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후시구로와 쿠기사키가 있을때는 또 선생의 모습으로 있어주었으니까. 아주 조금만 더.
하지만 그런 유우지의 생각은 일주일째 되던 날, 산산 조각 아주 박살이 났다.
그러니까 유우지가 고죠를 피해다닌지 일주일째 되던 날은 날이 더웠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목이 너무 말라서 쿠기사키와 후시구로에게 인사를 한 후 바로 자판기를 찾았다. 막 자판기에서 나온 콜라를 바로 따서 마시며 방으로 향했다. 음료를 마시느라 잠시 들린 고개를 내리며 방문 앞을 바라보는데 그가 서 있었다.
아무렇게나 올라가 있는 하얀색 머리카락, 까만 안대를 쓰고 검은색 옷으로 칭칭 두르고 있는 고죠가 유우지의 방문 앞에 기대서서 자신을 보고 있었다. 푸읍-! 마시던 콜라가 깜짝 놀라 기도로 넘어갔다. 톡톡 쏘는 탄산으로 인해 목이 따끔거려 유우지는 도망가야된다는 생각만 할뿐 쉽게 다리를 움직이지는 못했다. 입을 가리고 한참을 기침을 하고 있으니 곧 자신에게 다가온 커다란 남자가 눈 앞에 서 있었다. 쉽게 진정되지 않아서 눈물을 그렁그렁한채로 슬쩍 올려다보니 안대로 가린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고죠가 보였다.
아차-. 하는 마음에 유우지는 그대로 뒷걸음질쳤지만 이번에는 고죠가 빨랐다. 콜라캔을 쥐고 있던 손이 붙잡혔다. 그 힘에 콜라캔은 바닥으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안에 있던 내용물이 나무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안대를 쓰고 있는 고죠의 의중을 파악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우지."
"......."
"우리 할 이야기 있지 않아?"
"없..는데.."
"없을리가."
슬쩍 입꼬리를 올린 고죠는 유우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 끌었다. 질질 끌려가다시피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왔다. 문을 열어놓았던가. 하는 생각을 하는 사이 문이 닫혔다. 그렇게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던 개방된 문은 둘만의 시간으로 단절시켜주었다.
"유우지."
그가 부르는 자신의 이름이 좋았다. 길게 말을 늘어뜨리며 부르는 이름이. 정확히는 그 목소리가 좋았다고 하는게 맞겠지. 장난기 가득하게, 또는 진지하게. 또는 상냥하게. 유우지는 괜시리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짧다면 짧은 일주일동안 부던히도 도망다녔던 그와의 조우는 꽤나 버거웠다. 그에게 한 고백은 어느정도는 충동적이었고 어느정도는 흘러나온거였다. 넘치고 넘쳐서 흘러나온 그 마음을 그걸 단도리할 생각이었다. 자신과 고죠가 처한 상황도 그러했고, 끝을 알고 있는 관계에서 쉽게 할 수 없는 고백.
그런데 자는 줄 알았던 고죠가 그걸 다 듣고 있었다니. 부끄럽고 곤란했다. 거절당하고 싶지 않아, 어색해지고 싶지 않아. 어색해질거면 그냥 혼자 품었다가 혼자 떠나보내는게 나아. 입술을 슬쩍 깨문 유우지는 손가락만 꼼지락했다.
"그러니까 유우지."
"......."
"그때 했던 말 다시 해줄래?"
여전히 유우지의 손목을 잡은 고죠의 손이 슬쩍 손으로 내려온다. 커다란 손이 유우지의 손을 감싸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린다. 손에서 타고 올라오는 찌릿한 느낌에 유우지는 슬쩍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때 했던 말. 그 말의 의미를 모르지는 않았다. 그런데 모르는 척 하고 싶었다. 그냥 넘어주었으면 좋았을 걸. 무슨말..? 하고 작게 되물었다. 유우지의 그 말에 고죠는 풋, 하고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놀리는건가 하는 생각에 유우지는 괜히 눈가에 힘을 주었다. 고죠의 발끝만 노려보던 유우지는 그 옆으로 떨어지는 검은색 안대를 쳐다보았다. 팔랑거리며 떨어진 안대가 툭, 소리를 내며 두 사람 주변에 아무렇게나 뒹굴었다.
손을 잡고 있지 않는 고죠의 반대편 손이 유우지의 뺨을 쓰다듬었다. 숙이고 있는 얼굴을 슬쩍 힘을 주어 들어올렸다. 반항하듯 힘을 주었지만 그건 미약했다. 그때 마주했던 그 눈동자. 놀라서 커졌던 청량한 눈동자가 다시 유우지의 눈과 마주쳤다. 웃음기를 머금은 눈동자 뒤로 약간의 긴장이 느껴진다면 그건 유우지의 착각일까. 일렁이는 눈동자는 고스란히 유우지를 담고 있었다. 착각일까. 그가 바라는 말이, 유우지가 생각한 것처럼 꼭 거절로만 이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아니 사실은 일주일 내리 자신을 찾아다니는 고죠의 행동에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눈 앞의 대단한 남자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응? 유우지. 다시 해줘. 일주일이나 기다려 줬잖아. 이제 한계인데."
마치 유우지가 다시 말을 한다는 게 당연하다는 듯, 기다렸다는 말을 하는 고죠의 말에 유우지는 눈을 도르르-. 굴렸다. 이 사람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무게가, 사실이 무겁다. 지금 처한 자신의 상황이 그러했으니까. 그런데 눈가를 만지는 손가락이, 자신의 손가락을 지분거리는 행동에 유우지는 같은 말을 다시 내뱉지 않고는 못견디게 하는 것 같았다. 사실은 자신이 도망가는 동안 쫓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아무리 도망가더라도 잡아줬으면 하고 바랬다. 너른 품을 꼭 안고 한정된 시간이라도 함께하고 싶은 욕심이 솟구친다.
조금만 더 있으면 괜찮아질거야. 라고 속삭이는 자신을 밀어낸다.
욕심부려. 괜찮아. 하는 자신이 더욱 커진다.
세상을 구하려고 나타난 이 사람이 좋다. 자신을 죽여주기로 한 이 사람이 좋아. 장난치듯 치대오는 이 사람이 좋아. 누구든 이길 수 있다고 근거있는 자신감으로 말하는 이 사람이 좋아. 외로운걸 단번에 알아채고 곁에 있어주는 이사람이 좋아. 하얀 머리카락이, 안대에 가려진 청량한 눈이, 자신이 매달려도 흔들림없는 몸이, 이름을 불러주는 낮은 목소리가. 좋아하는 이유는 수 없이 많았다.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만 같았다. 그가 가진 힘과 그에 다른 책임때문에 라도 온전히 자신의 것만이 되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좋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 이끌리기라도 하듯 멍하니 고죠를 바라보던 유우지의 입술이 다시 달싹인다. 잠든 이에게 했던 그 말, 흘러나와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고백의 말이.
"좋아해요. 고죠선생님."
그 말에 고죠의 눈이 더욱 크게 일렁인다. 하늘색 눈동자는 물기를 머금은 듯 반짝이며 유우지를 담는다. 유우지는 웃고 있는 그를 보고 따라 어쩔 수 없다는 듯 따라 웃었다. 눈가를 쓰다듬는 손가락 끝이 살짝 떨리는 거처럼 느껴져서 유우지의 심장도 두근거리며 뛰었다. 거절 당할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왜일까. 그동안 그를 왜 그렇게 도망다녔을까. 그의 미소를 보자 그게 다 부질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가 어느정도 시간을 주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얼마든지 추궁하려면 자신을 붙들어둘만한 힘이 있는 사람이니까.
말이 없다. 자신의 두번째 고백에 그는 말이 없었다. 유우지는 갑작스럽게 올라오는 불안함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설마 그가 말하는 할말이 이게 아닌가? 혼자 착각한건가? 하는 생각에 슬쩍 뒷걸음질치려 했다. 하지만 곧 잡았던 손을 끌어당기는 힘에 주저없이 고죠의 품으로 안겼다. 마주 안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끌렸던 손은 갈길을 잃었다. 붙잡아도 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쉽게 잡지 못하는 손이 자꾸만 허공을 맴돈다. 그 말을 들은채 그저 자신을 안고 있는 사람을 괜히 밀어낸다. 들려올 대답이 두려워서, 자신의 터질 것 같은 심장소리가 들리는게 부끄러워서. 밀어낸다고 밀리는 사람이 아니라는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선생님..?"
"하아, 널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낮고 뜨거운 숨결과 함께 들리는 목소리가 떨려오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착각일까. 얼굴을 보기 위해 밀어내도 단단한 팔은 유우지를 놔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선생님. 잠깐만. 하고 밀어내도 꼼짝도 않는다. 힘에서는 자신있던 유우지였지만 옴싹달싹 못했다. 오히려 더 감겨오면 모를까. 그렇게 추궁해서 얻어낸 말에 대해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러게 얼마간 안고만 있던 고죠가 갑작스럽게 떨어지더니 유우지의 볼을 잡았다. 어린나이 답게 통통한 볼살이 고죠에 의해 찌그러지듯 부풀었다. 커다란 눈은 당혹감에 물들었고, 붉어진 뺨은 여전했다. 고죠의 손이 뜨겁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떨어진 입술. 자신의 이마에, 눈가에, 그리고 입술에 고죠의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리고 방금전까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던 건 어디갔냐는 듯 호들갑떠는 모습에 유우지는 황당했다.
"아니, 유우지-! 그러니까 그때는 왜 도망갔어? 내가 불렀잖아. 그렇게 너만 말하고 도망가면 선생님은 어떡해?"
"어..?"
"이렇게 이마도 예쁘고, 눈도 예쁘고, 코도 예쁘고-! 하는짓은 귀여워 가지고. 며칠동안 도망다니면서 응? 무슨 생각을 했어?"
"선생님.. 잠깐만."
귀여워. 귀여워 유우지. 하면서 쪽쪽 소리가 날만큼 뽀뽀를 날리는 고죠의 행동에 유우지는 고장난 사람처럼 몸을 삐걱거렸다. 점점 강해지는 힘에 뒤로 밀려서 어느새 등 뒤로 닿은 방문에 더이상 뒤로 물러날 곳이 없었다. 자신을 방문과 제 몸 사이에 가두고 고죠는 여전히 번득이는 눈빛으로 유우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짝이는 하늘색 눈동자는 온전히 유우지를 담고 있었다.
"또 말해줘."
자신의 말에 대답은 하지 않는 고죠의 행동에 유우지는 어이가 없었다. 응응? 하고 유우지의 눈가에 또 뽀뽀 세례를 날린다. 쪽쪽-. 듣기 민망한 소리가 유우지의 얼굴에서 울려퍼졌다. 유우지는 지금 상황이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고죠를 쳐다보았다. 어린아이처럼 잔뜩 들뜬 얼굴로 또, 또 말해줘. 하고 재촉하는 모습에 제 얼굴을 잡고 있는 고죠의 손을 잡았다. 커다란 손이 제 손에 가득 찼다.
"좋아해. 선생님."
"또!"
"좋아해. 좋아한다구."
마지막 말은 칭얼대듯 투정부리는 목소리였다. 자신은 말해주지 않으면서 자꾸만 유우지에게만 요구해와서 유우지는 점점 얼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고죠의 손을 끌어내리려해도 꿈쩍도 않는 이 남자를 누가 이길 수 있을까. 투정부리는 목소리에 활짝 웃는다. 반짝거릴만큼 활짝 웃는 얼굴에서 유우지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의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이 좋았다. 자신을 바라봐주는 이 사람이 좋았다. 그리고 곧 그의 입술에서 나오는 말에 유우지도 그를 따라 활짝 웃었다. 그동안 도망다닌 시간이 갑자기 웃기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그가 내뱉은 말을 유우지가 생각한 그 말이었으니까. 그 한마디에 상념에 사로잡혔던 유우지의 걱정은 사라지는 것 같았다. 다 차지하더라도 이 말 한마디에 울렁거리는 가슴이, 떨리는 심장이 시키는 대로 일단 하자고 생각했다.
"좋아해. 유우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