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시리즈

[고죠유지] Beautiful boy

Boy 시리즈 1. 고죠유우, 고죠유지, 이타도리 유우지를 찬양하고 사랑하는 고죠 사토루의 이야기

Lacto락토 by 락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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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하 노래인 beautiful girl을 들으며 썼습니다. 



너무 좋아. 

소파에 앉아 다리를 커피 테이블에 올려 꼬아놓은 고죠는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제 앞에서 재잘재잘 나나미와 이야기하고 있는 유우지를 보면서. 안대 안 쪽의 새파란 눈동자는 끊임없이 유우지를 따라다닌다. 이럴때보면 이렇게 안대를 쓰고 있는 것도 괜찮다. 물론 눈이 피로해서 쓰고 다니는 거긴 하지만, 이렇게 몰래 유우지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장점일까.

나나미의 팔을 탁탁 치면서 웃어대는 모습이 귀엽다. 잘 익은 복숭아 색이 저런 색일까. 예쁜 분홍빛의 짧은 머리카락이 하늘하늘 흔들린다. 그 아래 노란빛의 눈동자는 웃을때 휘어지는 눈에 따라 반짝반짝 빛난다. 코도 동글동글 귀엽다. 입술은 말해 뭐할까. 빨갛게 빛나는 입술이 말랑말랑하면서 휘어진 눈을 따라 끝이 올라간다.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는 모양새는 시원하기 그지없다. 다부진 몸, 팔랑팔랑 잘도 움직이는 몸이. 고죠 선생님 하고 불러오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도.

다 귀여워.

나나미에게 장난을 치며 웃으며 입을 가린다. 입은 안가렸으면 좋겠다. 예쁜 웃는 얼굴을 다 보여줬으면 좋겠어. 곧 고개를 숙이고 배를 잡고 웃는다. 고개를 숙이니까 또 동그란 머리통만 보인다. 잠깐 유우지, 얼굴이 안보인다니까? 입 안에서 말들이 맴돈다. 곧 다시 고개를 드니 뭐가 그렇게 웃긴지 눈물까지 그렁그렁하다. 그저 음악을 듣듯 유우지의 목소리만 듣고 있을 뿐, 내용은 들리지 않는다. 아, 목소리도 귀여워. 

역시 어린 나이 답게 시시각각변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나나미에게 한소리 들으니 금세 눈썹이 팔자가 되어 내려갔다가 또 재밌는 얘기가 생각났다며 신나서 얘기한다. 질린다는 듯 쳐다보는 나나미를 아량곳하지 않고 오랜만에 만나 그저 신나한다. 귀엽다. 귀여워. 깨물어주고 싶어. 

유우지를 그대로 입 안에 넣고 굴리고 싶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느 카페의 디저트처럼 얼마나 달달할까. 혀에 올려놓고 빨리 녹지 않도록 머금고 싶다. 눈동자도, 코도, 입술도, 옷 아래로 숨겨져있는 다부진 몸도 혀에 넣고 굴리고 아프지 않게 씹어주고 싶었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선생이란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당장이라도 깨물어 삼키고 싶다는 걸.  

 어디하나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아마 안대를 벗고 있었다면 고죠의 눈이 하트모양으로 뿅뿅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한참이나 나나미와 떠들던 유우지가 별안간 고죠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아니, 자신이 계속해서 유우지를 보고 있었으니까. 갑자기 다가오는 유우지의 모습에 몸이 살짝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고죠의 배 위에 올려둔 맞잡은 손이 순간 움찔할 뻔했다. 꾹-. 하고 참아본다. 

고죠는 코 앞까지 다가와서 얼굴을 들이미는 유우지의 행동에 고민했다. 이대로 동그란 뒤통수를 부여잡고 입을 맞추고 싶은 충동. 저 말캉한 입술에 제 입술이 닿으면 얼마나 보드랍고 황홀할까. 혀를 넣고 좁은 입안을 이리저리 헤집고 싶다. 다부진 몸을 제 몸안에 가두듯 끌어 안고 여기저기 만지고 싶다. 작지 않은 몸을 안으면 그득하니 자신의 품이 꽉 차겠지. 생각만해도 포만감이 느껴졌다. 13살이나 어린 제자를 보면서 할 생각이 아닌데도 고죠의 머릿속은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포커 페이스였다. 고죠의 머릿 속에서는 이미 유우지는 홀딱 벗고 자신에게 유린당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머릿 속에 야한 시뮬레이션을 돌리던 고죠는 눈 앞에 왔다갔다하는 유우지의 손을 보고 있었다. 저 손가락도 냠냠 핥으면 얼마나 달큰할까. 

"고죠 선생님 자?"

"........"

들려오는 목소리가 다정하다. 손을 뻗어 얼굴을 매만지고 싶었는데 대답할 타이밍도, 손을 움직일 타이밍도 놓쳐버렸다. 그래서 그냥 아무말 하지 않고 있자 잠들었나봐요. 하고 나나미를 향해 말한다. 나나미는 흠, 그런가요. 하고 관심없는 듯 신문을 넘기며 대답했다. 자신이 잔다고 생각했는지 잠시 말이 없던 유우지는 고죠의 옆에 자리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옆에 있으면 선생님 심장이 너무 두근두근한다니까? 

옆에 앉은 유우지는 말이 없다. 자신의 다리를 들어 왔다갔다 하면서 발장난을 치고 꼼지락거리면서 손장난을 한다. 고개를 살짝 젖히고 있어서 바로 옆에 앉은 유우지가 잘 보이지 않아서 아쉽다. 나나미 옆에서 얘기할때는 훔쳐보기 좋았는데. 아쉬운 마음에 입맛이 절로 다셔질 것 같았다. 그런데 또 은근하게 느껴지는 유우지의 체온이 느껴졌다. 살짝 뜨겁다 싶을정도로 체온이 높은 유우지는 몸도 마음도 뜨겁다. 언제나 남을 먼저 생각하는 유우지, 따뜻한 유우지. 나를 더 따뜻하게 해줘. 

곧 신문을 보던 나나미는 진동하는 핸드폰을 재킷 안주머니에서 꺼냈다. 받자마자 몇마디 하지도 않고 알았다며 전화를 끊더니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은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다며 유우지에게도 얼른 기숙사로 돌아가라는 말을 남기고 나갔다. 나나미의 시선이 곧 고죠에게 닿았다. 자고 있지 않다는거 나나미는 알았겠지. 라고 생각하며 고죠는 여전히 안대 아래쪽은 무표정이었다. 입술 끝이 떨리지만, 이렇게 유우지가 옆에 있는데 무표정한거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 나나미? 하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제 옆에 앉아서 나나밍, 잘가요! 하고 인사하는 유우지의 옆모습만 훔쳐볼 뿐이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곧 정적이었다. 

유우지는 더 이상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조용했고, 자는 척하는 고죠는 언제쯤 깬 척을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계속 자는 척을 하면 유우지가 돌아가버릴거니까. 그러면 너무 아쉬우니까. 그때 슬쩍 느껴지는 시선에 눈을 내리 깔았다. 유우지가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맑은 금색의 눈동자가 빛났다. 머뭇머뭇, 입술 안쪽을 깨물며 유우지가 무언가 고민하는 것 처럼 보였다. 작은 머리통을 살살 굴려가며 자신을 보며 고민하는 모습은 굉장히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었다. 

그때 아까처럼 뻗어오는 손가락, 이번에는 안대 앞에서 휘적휘적 저어보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콧날에 스쳤다. 정말 살짝, 닿을듯 말듯하게 스쳤다. 손가락이 스쳐 지나가자 숨을 고르게 쉴 수가 없다. 자는 사람한테 장난을 치는걸까. 평소에도 텐션이 높고 장난을 잘치는 유우지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커서 이런 장난을 치지는 않는데. 

"선생님 잘 자네. 자는 거 처음보는 것 같아."

고죠가 잠이 들었다고 생각한 유우지의 목소리는 나나미가 있을때만큼 크지 않았다. 조용조용. 낮은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또 다시 이어지는 정적. 유우지는 고죠의 옆자리에서 떠날 생각도 하지않고, 방을 나설 생각도 하지 않는다. 

유우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알아챈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주물이 없어졌다는 메구미의 전화에 살짝 선생 도리를 해볼까 싶어서 찾아간 곳에서 이 아이가 있었다. 스쿠나의 손가락을 삼켰다는 말에 그 깊고 맑은 금색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을 때인가? 기절 후 일어나서 당황함이 물든 얼굴을 봤을 때인가. 아니다, 스쿠나의 손가락을 다 먹어주겠다고 말하던 장난기있지만 다짐한듯한 표정을 봤을 때인가? 싸늘하게 식어 제 앞에 누워있을 때인가. 그때는, 감정이 잘 조절되지 않았지. 그게 단순이 앞으로 같이 미래를 헤쳐나갈 제자를 잃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잘 모르겠다. 그냥 어느순간부터 눈에서 둥둥 떠다니는 모습. 자꾸만 떠오르고 보고 싶었다. 자꾸만 생각이 났다. 그냥 그렇게 어느 순간 알아버렸다. 

아, 나는 저 아이를 좋아하는구나. 

인정하는 순간 모든 감정은 물밀듯 쏟아진다. 보고싶어. 만지고 싶어. 안고 싶어. 얘기하고 싶어. 나만 보게 만들고 싶어. 욕심은 그득하니 차오르고 내뱉지 못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며 터질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하는 모습에는 질투가 나고, 손이라도 스치면 화가 난다. 그러다가 다시금 자신을 보며 웃는 얼굴을 보면 사르르-. 하니 녹아 버렸다. 무서운 유우지. 자신의 화를 한 순간에 녹여버리는 이 천사같고 무서운 유우지. 

언제쯤 이 넘치는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당장이라도 말하고 싶은데, 천하의 고죠 사토루라도, 현 세계 최강이라고 불리는 이에게도 단 하나. 이타도리 유우지만큼은 조금 무서웠다. 사실 많이. 조금이라도 이 아이의 곁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마음하나 전하지 못하는 바보천지가 되어버렸다.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가정만해도 심장이 바닥에 패대기 쳐지는 것만큼 아프다. 혈혈단신의 아이가 자신에게 의지하는 게 너무 좋다. 조금만 더 이용한다면 언제든 자신의 곁에 있어주지 않을까. 얼마나 더 해야할까. 

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며 고죠는 잠시 고민하듯 생각에 빠졌다. 그냥 밀어붙여버릴까. 아무데도 못가게 묶어버릴까. 그런데 단지 그것만이 답은 아니었다. 고죠는 사랑받고 싶었으니까. 이 아이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해줬으면 좋겠으니까, 이렇게 공을 들이고 있었다. 늘 곁에서 지켜주고 사랑을 해주면서 자신만을 의지하게 만드는, 어떻게 보면 얍삽하고 저열하지만 또 다르게 보면 확실한 방법. 꽤나 영리한 머리를 가지고 있는 고죠는 이런 공이 점점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않았다. 

"선생님. 요즘은 선생님한테 감사하고 있어."

유우지는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잠든 이에게 고해성사하듯 조용하고 부끄럽다는 듯. 

"살아있는 것도 선생님 덕분이고, 이런거 저런거 많이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이건 선생님이니까 당연한가? 히히, 또 혼자가 되지 않게 해줘서,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게 해줘서 늘 감사해."

꼼지락거리는 손이 귀엽다. 뭉툭한 손톱 아래로 다부진 손은 제 손보다는 훨씬 작아서 꽉 잡아주고 싶고 보드라운 손등에 입을 맞춰주고 싶다. 왠지 모르게 가슴께가 간지럽다. 말캉한 입술 사이로 나오는 목소리에 취하는 것만 같았다. 사탕처럼 달콤한 유우지. 언제쯤 너의 포장을 뜯어볼 수 있을까. 당장 뜯어내고 입안으로 넣고 싶어. 

"그리고, 그리고 있잖아."

머뭇거리던 말이 점점 더 느려진다. 커다란 눈이, 그 안에 금색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또르르 굴러다닌다. 이내 입술을 꾹 깨물고는 결심한듯 고개를 돌려 고죠를 바라보았다. 검은 안대 속의 고죠의 새파란 눈동자와 유우지의 금색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다시 한 번 심호흡하듯 입술을 열어 숨을 들이킨 유우지는 이내 입을 달싹거렸다. 

"좋아해요. 고죠 선생님."

고죠의 눈이 일순 커졌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안대를 쓱- 하니 올려버렸다. 그리고 이번엔 안대를 거치지 않고 제대로 마주친 눈. 금색의 눈동자는 당황스러움으로 물들었다. 어? 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정적. 그리고는 경악으로 물들었다. 튀어나올 정도로 커진 눈이 자신을 온전히 담는다.

좋아해요, 고죠 선생님. 좋아해요, 고죠 선생님. 좋아해요, 고죠 선생님. 좋아해요, 고죠 선생님. 좋아해요, 고죠 선생님. 

메아리처럼 머릿속을 울려퍼지는 말, 수줍은 듯 말하는 그 목소리가 머릿속을 계속 뒤 흔들었다. 좋아해? 나를? 유우지가? 땅으로 푹 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니 이내 태풍에 휘말려 빙빙 돌려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안착하듯 돌아온 곳에서는 아연실색한 표정의 유우지가 있었다. 정신이 번뜩 든다. 마주보고 있던 유우지의 얼굴이 새빨간 사과처럼 물들었고 곧 벌떡 일어나 그대로 문을 향해 달려갔다. 

평소라면 놓칠 일 없는 고죠였겠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되려 고백을 받아버려 당황하고 말았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고죠가 당황을 했다고? 하면서 말도 안된다며 손사례를 쳤을거다. 그만큼 당황하거나 정신을 놓는다거나 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니까. 장난기가 많아도 늘 냉정한 머릿속은 정리정돈이 되어있는 상태다. 하지만 역시 사랑이라는건 논리로 표현되는건 아니니까 갑작스럽게 훅 들어온 고백은 고죠의 머릿속을 굉장히 오랜만에 뒤 흔들어놓았다.

잠깐만, 하고 벌떡 일어난 고죠는 문을 쾅-. 하고 부실듯이 열었다. 그리고 본 복도는 횋하니 아무것도 없었다. 왜 도망가는거지. 밀어올린 안대를 다시 내릴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복도를 바라보던 고죠는 아쉬운듯 입맛을 다셨다. 이미 들은건 잊을 수 없고 생긴 기회는 놓칠 생각이 없으니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겠다. 그러니까 아직도 벌렁거리는 심장 쪽에 손을 올리고 발그레하게 물든 유우지의 얼굴을 떠올렸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아이다. 자신을 이렇게 뒤흔들고 도망을 쏙 가버리다니. 잡으면 여기저기에 뽀뽀를 해주고 깨물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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