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겔/타브게일] 발게삼 집밥 백일장
사랑을 자각한 순간
-가내타브: 4체형 메피스토 티플링, 용혈 소서러
-가내 타브게일입니다(3막 초반 진행중, 2막 로맨스씬까지 봄)
-백일장이라니 너무 재밋겟다 두구두구
-게일맨스 스포일러잇듬(2막까지)
그러니까, 언제부터였을까?
야영지의 딱딱한 바닥에 침낭을 깔고 누운 산티아고는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고 상념에 빠져들었다. 산티아고의 짙푸른 시선이 닿는 곳에는 그가 있었다. 워터딥의 위저드, 게일.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사랑할 사람. 이런 감정은 산티아고에겐 낯선 것이었다. 어릴 적 첫사랑에 처참하게 실패한 뒤로 오래 가지 못하는 연애만 해오던 그에게 드디어 평생을 함께 하고픈 이가 생겼다. 그런데, 그는 곧 죽을지도 모른다.
게일의 첫인상은 저마다 유별난 야영지 동료들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았다. 대뜸 벽에서 손이 튀어나와 구해달라고 하질 않나, 이래봬도 소서러인 자신을 마법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뜨내기 취급을 하질 않나. 그러는 자신은 얼마나 마법에 대해 잘 알기에 저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지 호기심이 일었다. 티플링 난민들과 함께한 파티 날, 그래서 그와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게일과 이런 사이가 될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때문에 자신과 약속을 해놓고선 전여친의 얼굴을 띄워놓고 보는 게일을 보고도 별 생각이 들지 않았고, 위브 속에서 그와 손을 잡고 산책하는 상상을 한 것도 별 의미 없이 떠올린 생각이었다. 그냥… 어쩐지 그와 함께라면 평범한 산책도 즐거워질 것만 같았달까.
어느 날 함께 야영지의 저녁을 준비하던 중 게일이 갑자기 물어왔다. 넌 언제부터 날 사랑하게 된거야?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지만 그 말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산티아고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음식이 탄다는 핑계로 얼버무렸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는 그 질문이 남아 종종 그를 상념에 잠기게 헸다.
“산티아고, 잠이 안 와?”
“게일? 언제 일어났어?”
“네가 그렇게 쳐다보는데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워터딥의 위저드는 웃으며 산티아고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으면 산책이라도 갈래? 산티아고는 당연히 미소로 화답하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 언젠가 위브 속에서 꿈꾸던 바로 그 순간이다. 다정하게 서로의 손을 잡고 천천히 밤의 장막을 지나 걷는 순간. 산티아고는 일순 지금이 위브로 만든 환영은 아닐지 의심했다. 그러나 환영이라기엔 맞잡은 손에 와닿는 온기가 너무 생생했다. 밤에만 우는 풀벌레 소리도, 촉촉하게 젖은 잔디를 밟는 느낌도 모두 현실이었다. 그들은 숲 속 어딘가 스스로 빛을 내는 날벌레가 가득한 곳에서 멈춰섰다. 이곳까지 오는 내내 입을 쉬지 않던 게일이 잠깐 말을 멈추고 풍경을 바라보았다. 산티아고는 언젠가 게일이 그랬던 것처럼 손을 휘저어 침대 대신 두 사람이 앉을만한 긴 나무의자 하나를 만들어냈다.
“우리 조금 앉았다 가자.”
“좋지! 아, 이 의자 제법 괜찮은데?”
“내가 뭐든 금방 배우잖아.”
하하, 맞아. 그렇지. 그때 그 위브 수업 때도……. 이야기가 길어질 기미가 보이자 산티아고는 게일의 이름을 불렀다. 무슨 할 말이 있냐는 듯 다정하게 바라보는 눈빛이 가슴을 따스히 파고들어왔다.
“전에 네가 물어봤었잖아. 내가 널 언제부터 사랑하게 되었냐고.”
“으음…… 그… 그랬었나? 그래서?”
괜히 귀 뒤의 머리를 만지며 민망해하는 게일을 보며 산티아고는 말을 이었다.
“나는 그게 지금인 것 같아.”
“응?”
널 보면 매 순간마다 새롭게 사랑에 빠져. 매분 매초 네가 날 바라보는 방식과 말투로 널 계속 사랑하게 해. 이 정도면 충분한 답이 됐을까?
게일의 답을 기다리는 순간이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고백에 당황하는 모습마저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산티아고는 그의 몸 속에 심어진 수정구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이미 네가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겠는걸.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가 사랑하는 네가 내 곁을 떠나는 일은 없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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