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 : Le Ciel

[Sample] 광쇄의 리벌쳐 - 1차 "수은의 행성"

TRPG 광쇄의 리벌쳐 1차 페어기반 작업 | 샘플 사용 허가에 감사드립니다.

TRPG 광쇄의 리벌쳐 1차 페어 기반 작업 | 공포 7,200자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생각된 순간, 눌리는 새빨간 버튼과 콕트핏 내부가 새빨갛게 점멸하고, 말하는 법조차 잊은 채 바깥으로 던져져 추락하던 때. 새파란 하늘은 지독하게 맑았고, 태양은 빌어먹게도 찬란하게 빛났다.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되어 눈에 담기는 것은 거대한 하늘의 포식자와 그것에 맞서는, 리벌쳐다. 정확하게는

― 내가 타고 있어야할 것이었다.


찰박거리는 검은 수면 위를 무작정 걸어도 보이는 것은 없었다. 왜 이 길을 걷고 있지? 무엇 때문에 멈추지 않고 이 길을 걷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지경이었음에도 ‘자신’은 걷고 있었다. 그럼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다시금 일어난다. ‘자신’은 누구인가. 누구이기에 자신의 존재를 규명하지 못하고 칠흑처럼 검은 수면 위를 무엇을 위해 걷고 또 걷는가. 모든 걸음에는 의미가 있어야 할 터인데 자신의 길에는 의미조차 없다. 원래이랬던가. 분명 본래는 이러지 않았을터다.

자신이 있던 세계는 어땠더라. 칠흑과도 같은 수면은 그 어떤 것도 비추지 않고, 들여다보면 새까만 검정색 수면 위 자신의 얼굴이 비친다. 마치스스로가 그것을 그리 칠했다는 듯이. 그렇다면 나는 왜 그것을 그리 칠했지? 검정색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좋아했던 것은 태양과도 같이 환하게 반짝이던 금색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분명 그랬을텐데 지금 자신의 세계는 지독하게도 새까맣다. 이 새까만 세계에는 태양도, 하늘도, 바다도 없다. 아, 걸을 때마다 파문을 일으키는 이 바닥은 수면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이긴 할까. 그저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무엇을 찾고 있었지”

분명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깊고 깊은 칠흑과도 같은 공간에서 눈을 뜬 순간부터 그대로 멈춰있으면 안된다고 누군가가 말을 하듯 등을 떠미는 기분에 이끌려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기분 탓이었던 것뿐이었을까. 한없이 걷고 걸어도 주변은 검은 수면 위다. 그저 잠깐씩 길 위에 부서진 건물, 혹은 풍경 중 일부였던 것으로 보이는 잔해만이 남아있을 뿐. 길을 걷다 지치면 그 잔해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길을 걷는다. 앞에 있는 것이 설사 새까만 색이라 할지라도.

“...대체 나한테 바라는게 뭐야.”

하지만 그 반복도 의미를 찾지 못한 채 계속되면 한계를 맞이하는 법이다. 인간은 의미 없는 짓을 못 견디는 동물이고, 자신은 또 그런 인간군상 중 하나였으니까. 아무도 없는 공간에 말을 붙여봤자 답해줄 이는 없다. 애초에 이 공간에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인데 당연하지. 이래서 인간이 혼자 남겨져 무의미한 짓을 끝없이 반복하면 미쳐간다는거군. 세간에 돌던 흥미 없던 소문을 이렇게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차라리 이곳에서 멈춰버리면 편할 것을, 움직이라고 소리치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여기서 눈을 감고 그대로 수면 아래로 다이빙해버리면, 고통은 없을텐데. 이 빌어먹을 몸뚱아리는 억지로 그 몸을 일으켜 다시금 앞으로 향한다.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는 듯이. 그렇다면 내가 왜 멈추면 안되는지라도 설명해주면 좋을텐데.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으면서 내게 뭘 원하는건데.”

같은 질문의 반복이다.

이런 질문에 그 녀석은 내게 그저 바보냐고 물으며 장난스럽게 물었던 것 같은데.

“...그 녀석?”

그 녀석이 누구였지? 잊으면 안될 것을 잊은 듯한 기분이 순식간에 온 몸을 휘감는다. 그 이름은 잊으면 안 될 이름이었다. 왜 태양을 그리워하게 되었지? 무력함에 좀먹혀있던 감각이 하나둘 고개를 디밀고 사고회로를 깨운다. 네가 잊은 것이 무엇인지 기억하냐는 듯이. 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기억은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지독할 정도로 맑았던 인공하늘과 인공태양,

그리고 그 아래서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던―

순간 공간이 뒤흔들린다. 그 어떤 파문도 일으키지 않던 수면에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듯이 거세게 진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머릿속에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하고 가슴이 답답해지며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한다. 이 감정의 이름을 ‘나’는 안다. 이것은 ‘두려움’이다.

무엇에 대한 두려움이지? 그것에 대해 묻는다면 답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공간을 뒤흔들며 이곳을 향해 달려오는 그것은 자신에게 있어 가장 위험할 것이라는 의미와도 같았다. 그리고 무엇인지 확인하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연하지. 그것은 칠흑과도 같은 검은 물결의 모습을 한 채 거대하게 그 몸뚱아리를 불리며 저를 집어삼키러 오는 거대한 해일과도 같은 형태로 달려오고 있었으니까. 살고 싶으면 달려.

누군가 그렇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몸을 돌리려는 순간 제 손목을 꽉 잡는 형체가 있었다. 갑자기? 이제와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은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어둠을 밝히는듯한 은빛의 머리카락이 넘실거리고 마주친 눈은 밝은 금빛을 띄운 채로 당장이라도 울 것만도 같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도망치지마. 진”

“...뭐?”

“도망치는건 진 에르온이 아니야.”

“너, 뭐라고 하는..!”

“네가 진짜 진 에르온이라면, 돌아와야하잖아!”

그게 무슨, 진 에르온은 뭔데, 돌아오라는건 또 뭐냐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집어삼키려는 듯이 검은 세계의 거대한 해일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도망가기는 글렀다. 아니, 애초에 도망이 의미가 있던가. 어딜 가도 검은 색만 있는 이 세계에서 어떻게 도망을 치겠어. 하염없이 쫓기고 쫓기고 쫓기다 저 검은 해일에 먹힐 운명일테지. 그저 그 순간이 일찍 앞당겨졌을 뿐이다.

“...빌어먹을, 어쩔 수 없지..”

할 수 있는 것은 제 손을 꽉 틀어쥔 꼬마를 제 품으로 감싸 해일에게서 보호하는 것뿐이다. 이 꼬마는 자신에게 있어 중요한 것임이 틀림이 없을터다. 그러니 나는, 이 꼬마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이렇게 발목이 잡힌 것일테니까. 진 에르온. 그것이 내 이름일 것이다. 그렇다면 돌아오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것은 누군가와 한 약속일수도 있고 아니면 문장 그대로의 의미일수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이 공간에서 벗어나야만 가능한 문장이다. 하지만 그것은 제게 허락된 것이 아니니까. 차라리 내 소중한 무언가가 이 해일에 쓸려나가지 않게끔 꽉 끌어안고 있을 수 밖에.

“꽉 붙잡아..꼬마야”

그리고, 검은 해일이 단번에 쏟아졌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겠다는 의지만 가진 검은 수면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 않는 이 꼬맹이를 품에 꽉 끌어안는 것뿐이었고 꼬마 역시 손목을 쥔 손에서 힘을 풀지 않은 채로 오히려 절 끌어안았다. 그 온도는 유독 따듯한 것이었어서 쓸데없이 의식의 마지막 순간이 찾아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아, 이런 건 역시 싫다니까. 이대로 아무것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강제적으로 가라앉는 것은 내키지 않았는데 결국 내가 맞이할 결말은 이런 것이겠지. 자신은 너무나 여유를 부린걸까. 조금은 더 억지로 몸을 움직여서라도 내 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규정하고 이유를 찾아야 했을까.

그렇다면 나는- 너에게 닿았을까?

인간이 죽음의 마지막에 도달하면 느끼는 것은 주마등이라더니, 그것과 같은게 여기서도 펼쳐지는걸까. 지금까지 떠오르지 않았던 것들이 물밀 듯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사이렌 소리가 정신없이 귀를 때리고 오퍼레이터가 자신을 부른다. ‘에르온군, 출격명령입니다. 이번 피앙세는 당신으로 -’ 그 말에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의 포식자, 소라바미가 포트리스를 노리고 공격을 해온 것이고 자신은 이제 그것을 막기 위해 출격해야 하는 것이었다. 실전이 처음인 피앙세를 내보낸다는 것은 현재 다른 피앙세들은 출격이 불가능하다는 뜻일테지. 그리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흔들리는 네 눈도 보았다.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가진 자는 가진 자로서 의무를 다해야 했고, 자신은 에르온가문의 적장자이자 피앙세로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그 끝이 추락이라 하더라도. 하지만 말은 화를 부르는 법이기에 웃었다.

‘...진!’

‘...괜찮아. 어쩔 수 없잖아. 긴급상황이니까.’

‘하지만..!’

‘출격명령이 떨어졌고, 내게 거부권이 없다는걸 알잖아’

‘.....’

‘괜찮아. 반드시 돌아올게.’

‘...약속이야, 반드시 돌아와야해. 진’

그때 나는 네게 뭐라고 답했지. 아, 그래. 떨리는 금빛의 눈동자를 마주보고 그렇게 말했었다.

“다녀올테니까 걱정하지마. 소기”

잊지 말았어야 할 너와의 약속을 나는 끝의 끝에서야 기억해냈으나 너무 늦어버려서 돌이킬 수 없게 된 것을 후회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 “깨어났다, 보좌관님께 알려. 어서!”


검은 해일에 먹히며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으나 그 해일에 휩쓸렸기에 눈을 뜰 수 있었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눈을 뜬 순간 아릴 정도로 눈부신 빛무리에 눈이 멀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독한 소독약 냄새와 제 몸에 연결된 수없이 많은 링거와 기계들. 본능적으로 든 거부감에 몸을 일으켜 벗어나려 했으나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의 거부감을 눈치챈 의료진들은 진정하라고 연신 말하며 이곳은 위험한 곳이 아님을 어필하느라 진땀을 뺐고 내가 경계를 푼 것은 이 포트리스의 피앙세가 도착하고 난 후였을 것이다.

의료진들에게 상태를 묻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나자 그는 자신이 이 포트리스의 유일한 ‘피앙세’이며 이곳은 ‘포트리스 알렉산드리아’라고 불리는 곳이라고 전했다. 포트리스 알렉산드리아. 모를 리가 있나. 수호신이 있다는 번영한 포트리스 중 하나. 머큐리와 마찬가지로 왕가가 다스리는 하나의 제국이나 다름없는 곳. 하지만 내가 왜 이곳에 있지? 기억이 명확하지 않았다. 기억 속 중요한 퍼즐들이 듬성듬성 빠져나간 것처럼.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은 하나였다.

“내가 왜 이곳에 있습니까”

분명 출격을 했다. 그 기억이 이렇게 선명한데 자신이 있는 곳은 머큐리가 아니라 알렉산드리아다. 그 말에 이 포트리스의 피앙세는 잠시간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당신은 퍼지되었습니다. 바다에 쓸려 죽어가던 것을 저희 슈발리에께서발견, 구출 후 계속 치료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당신은 퍼지 당시 충격에 의한 뇌손상이 의심되어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죠. 우선 깨어나신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마저 검사를 진행한 후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

그렇게 남자가 돌아간 이후 검사는 계속 이어졌다. 뇌손상의 문제가 제기된 만큼 뇌 쪽으로 검사가 더 정밀하게 이루어졌고 모든 검사가 끝나고 내려진 진단은 그러했다. 몸에 남은 흉터들은 평생 갈 것이라는 점, 왼쪽 눈은 영원히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그 외에 다른 문제들이 발견되었으나 가장 큰 문제라면 역시-,

“기억상실증, 정확하게는 부분기억상실증입니다. 본인의 이름과 소속 포트리스와 같은 중요한 것들은 기억하는 듯 하나 그 외의 다른 것들에 대한 기억에 문제가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신체반응률도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입니다. 코마 상태가 근 8년간 지속 되었으니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군요 ”

“..잠깐, 그게 무슨, 8년 동안 제가 잠들어있었단 말입니까?”

“...네. 에르온씨. 당신이 구출된 후 저희 알렉산드리아에서 깨어나기까지 8년째입니다.”

그 이후에 들은 말들은 다가오지 않았다. 당연하지. 8년이 지났댄다. 허참, 어이가 없어서. 하지만 그들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애초에 그런걸로 거짓을 말할 자들이었다면 8년 동안 깨어날지 알 수도 없는 자에게 계속 호흡기를 붙여놓을 리가 없잖나. 그리고 그것을 왕-슈발리에-의 피앙세가 직접 전한다는 것에 거짓이 있을 리가 없다는 뜻이다. 하하,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걸렸더라. 1년, 2년도 아니고 8년이다. 바뀌어도 많은 것이 바뀌고도 남을 시간. 네게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던 시간에서 8년이 흘렀다. 아버지는, 어머니는, 그리고 그곳에 있을 너는 괜찮을까. 끊임없는 질문들이 떨어져 내린다. 차라리 잊었다면 하는 생각마저 들었더라. 차라리, 나를 기억에서 지우고 그들이 자신의 인생들을 살기를 바라나 자신이 기억하는 제 부모와 소기는 그러지 않을 것임을 알아서 이젠 정말 제대로 선택해야 했다. 이곳에서 모든 걸 잊고 평범하게 살수도 있을터다. 8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갑자기 죽은 아들이, 죽은 친우가 살아돌아오면 바뀌는 것이 있을까. 오히려 혼란을, 겨우 잠재웠던 슬픔을, 비통을 다시 수면 위로 들어 올려 다시 슬픔을 확인시킬 필요가 있을까. 이곳에서 다른 이름으로 평범하게 사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텐데. 그래, 차라리 이곳에서 살고, 그들에게서 죽은 자로 남자. 그래. 그것만이 정답일 것이다.

― 사실, 그러고 싶지 않았어


깨어난 후 재활 치료를 받으며 보내는 이곳에서의 창밖으로 보이는 일상은 지독하게 평화로웠다. 그렇다고 너무 뒤떨어진 문명도 아니고 오히려 굉장히 발전한 이 포트리스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일을 하며 웃고, 떠들며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평화로운 곳이었다. 포트리스 ‘알렉산드리아’는. 자신이 있던 ‘머큐리’와는 다르게 너무나 평화로워서, 자신이 살아가던 곳과는 또 달라서 기분이 이상했다.

분명 평화롭건만, 괴리감이 사라지질 않았다. 이곳은 너의 세계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사람들은 친절하나 그 친절은 내가 받을 것이 아니라고 말하듯이. 물론 이 평화는 일시적인 것이다. 소라바미의 침공은 끊이질 않았으나 이 포트리스의 왕이자 반드시 승리해 돌아오는 이곳의 슈발리에는 반드시 승리해서 돌아오더라. 그 옆에는 자신의 하나뿐인 피앙세를 곁에 두고서.

푸른 창공으로 출격하는 리벌쳐를 보며 가슴이 답답했다. 강제로 물 밖으로 튀어나와 억지로 그 숨을 이어붙인 수생식물과도 같았다. 잠에 들면 리벌쳐에 올라 창공의 끝까지 올라갔던 순간의 쾌감이 듬과 동시에 추락하는 순간의 공포마저도 한 번에 차올라서 검은 수면에 맞닿는 그 순간, 항상 그때 잠에서 깨어나길 반복했다. 왜 계속 이런 꿈을 꾸는건지. 더 이상 미련 두지 않겠다고 여기지 않았나. 그런데도 미련이 앞을 가리는 것일까. 이곳도 아름답고 평화롭고, 상냥한 세계다. 그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곳은 자신의 세계가 아니었다.

나의 세계는, 바다와 사막이 인접한 곳, 지독하게 아름다우나 그만큼 악한 곳. 은빛의 아름다운 빛에 가려진 비합리적인 구조를 가진 나의 세계. 머큐리. 수은의 행성. 그곳이었다.

그래, 자신의 세계는 그곳에 있는 것이다. 그 수은에 중독된 자는 돌이킬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은 이 평화에 안주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었다. 그래. 내가 어떻게 나 혼자 이곳에서 평화롭게 살겠어. 우습게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을 인정하자 다시 숨이 쉬어졌다. 아, 그래. 이거였구나.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다. 느릿하게 웃으며 얼굴을 묻었다. 소기야..

“....곧 돌아갈게”

나의 아름다운 행성, 머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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