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연성

사이코패스 에유 조각

2019.11.25

형사과 4계의 감시관 한 명이 다른 부서로 발령받아 떠나고, 일주일간 4계의 감시관은 세나 혼자였다. 그 사이 사건이 참 다채롭게도 터졌다. 인터넷에 어느 작자가 의도적으로 잔인하게 합성한 영상을 불법으로 뿌려서 시민의 사이코패스가 다량으로 악화되어서 잡으러 가야 했으며 불법 약물이 암거래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뭔 사이비 종교 단체가 처박혀서 수상한 짓거리를 해서 그것도 조사하러 가봐야 했다. 집행관이 아무리 많아도 감시관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고로 세나는 쉴새 없이 여기저기 출동해야 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랐겠지만 안타깝게도 세나의 몸은 하나였다.

 

“바빠서 돌아버리겠네. 아니 시빌라가 이렇게 활성화되어 있으면 치안이 완벽해서 형사과는 무능하게 놀고먹는 게 이 시대의 도리 아니야? 왜 이렇게 바빠?”

 

세나는 틈만 나면 그렇게 한탄했다. 그래서 새로운 감시관이 투입된다는 소식은 세나에게 아주 반가운 일이었다. 얼마나 반갑냐면, 오기 전부터 할 일을 맡길 계획을 세울 정도로 반가웠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회색 머리의 남성이 형사과에 들어오며 활기차게 인사했다. 형사과라는 장소에 얼어붙을 법도 한데 가벼운 분위기로 넘기는 것 같았다. 세나도 일단 밝게 웃으며 맞이했다.

 

“그래, 네가 이번에 발령받은 감시관 백하진 이지? 오자마자 미안한데 이것 좀 부탁한다.”

“네?”

 

그리고 퇴근부터 시작했다. 서류를 받아들고 저기요? 하며 당황해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세나는 못 들은 척했다. 집행관 둘이 뒤에서 기함을 하는 것도. 인간적으로 너무 피곤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에게 교육도 없이 일을 시키다니, 상부에서 시말서 제출하라고 할 짓이었지만 모르면 그만이다.

 

새로운 감시관 맞이는 집행관들에 의해 대충 이뤄졌고 세나는 몇 시간 뒤에 다시 마주했다.

 

“아까 봤지? 감시관 세나야. 잘 부탁해.”

“어...... 잘 부탁해요. 이번에 감시관이 된 백하진이에요.”

 

아까 세나가 벌인 일로 약간 어색한 기류가 도는 것 같았지만 세나는 철면피를 깔고 손을 내밀어서 악수를 청했다. 악수를 한번 거치고 감시관으로서의 대면이 이뤄졌다. 세나는 비어있는 사무실에서 하진을 마주하며 그의 서류를 넘겨보았다.

 

“의료교육을 거쳤네?”

“네! 큰 부상은 무리지만 자잘한 응급 처치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맡겨주세요.”

“그렇게 말한다면야. 앞으로 부탁 좀 한다.”

 

하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고 세나는 냉큼 답했다. 아직 열정에 차서 뭐든 하겠다고 할 때를 놓치지 않고 일을 넘겨놔야 한다.

 

“그런데 의료기술이 많이 필요할 만큼 이 일이 위험해요?”

 

세나는 서류에서 시선을 떼며 으음, 소리를 냈다. 얼굴이 한번 찌푸려졌으나 곧 볼펜을 돌리며 답했다.

 

“일단은 범죄를 상대하는 일이니까, 마냥 평화롭지만은 않지.”

 

하진은 긴장하는 기색이었다. 세나는 씩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래도 네가 직접 위험에 노출되는 일은 적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게 무슨 소리예요?”

“범죄자와 맞서는 것은 집행관들이 하는 일이니까.”

“에, 그럼 저희 감시관은요?”

“그런 집행관과 동행하고 그들을 통제하는 것이 우리 감시관의 일이지.”

 

하진은 그 말을 한번 곱씹더니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세나씨, 그 말은 감시관은 범죄자를 상대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뭐, 안 하는 건 아닌데. 집행관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리지.”

“무슨 소리인가요? 형사과는 범죄에 대항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요?”

 

세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다가 가늘게 눈을 뜨고 하진을 지켜보았다. 위험에 덜 노출된다니까? 그럼 다행인 것 아니야? 그런데 눈 앞의 집행관은 오히려 불만을 품은 모습이다. 왜?

 

“그건 맞지만, 하나의 목적을 위해 묶여 있어도 모두가 똑같은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역할을 분담하는 건 기본이라고. 물론 불가피한 상황이면 우리도 범죄자를 상대해야 하지. 하지만 아까 말했다시피 그건 우리의 주 업무가 아니라니까. 그건 집행관의 일이라고.”

 

세나는 청산유수로 말을 이었다. 그러나 세나의 말에는 아무리 매끄럽게 포장해도 드러날 수 밖에 없는 회피적인 태도가 있었다. 하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불가피하다니요?”

 

하진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감시관도 현장에 출동하고 도미네이터를 사용해요. 범죄자를 상대하기 위한 조건과 능력이 갖추어져 있잖아요. 범죄자가 있으면 범죄자에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범죄자 체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텐데, 나서지 않는다고요?”

 

세나는 냉정한 침묵을 유지하였다. 답답해진 하진이 외쳤다.

 

“당신은 형사잖아요. 범죄자를 잡을 의무가 있는 형사.”

 

세나는 태연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을 굴렸다. 아, 새로 온 감시관은 이런 사람이군. 고생 좀 하겠어. 세나는 팔짱을 끼고 싸늘하게 말했다.

 

“잘 들어, 하진 감시관. 감시관은 매우 중요한 존재야. 집행관이 아무리 많아도 그들은 감시관이 동행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기때문에 감시관이 없으면 소용없어. 감시관들이 당하면 바로 형사과 하나가 그대로 정지되는 거야. 그럼 도시 치안에 그대로 구멍이 난다는 것은 설명 안 해도 알겠지? 현재 감시관은 인력이 매우 부족해. 그러니 위험에 나서서 감시관의 숫자를 줄이는 일은 지양하도록 해. 범죄자의 상대? 그것을 위해서 집행관이 존재하는 것이라니까?. 그리고 어디까지나 네 임무는 집행관을 관리하는 것이야. ‘감시’관. 이 직책의 의미를 잊지 마.”

 

하진은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뿐이다. 말로 정신 빼놓을 수 있는 것은 딱 여기까지다. 세나는 제가 떠드는 것의 한계를 잘 알았다. 음, 실제로 사건 현장을 맞닥뜨리면 반발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별수 없지, 뭐.

 

“방금 좀 재미없는 이야기였다. 그렇지? 어쨌든 너무 달려들지 말고 적당히 해. 여기는 힘든 직장이어서 그렇게 하면 오래 못 버틴다.”

 

세나는 슬쩍 웃으며 말했다. 나름 마음을 쓴 말이었다. 상대방에게 어떻게 박혔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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