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연성

사이코패스 에유 대면 부분 조각

2019.12.04

, 하진.”

 

공안국 건물 옥상이었다. 사람이 특별히 올 리가 없는데? 하진은 뒤를 돌아보았고 그러자마자 작은 물체가 가볍게 날아왔다. 하진은 척 받아냈다. 간단한 사이코패스 측정 단말기였다.

 

이건......”

 

하진은 미심쩍은 눈으로 물건을 보고 태연하게 걸어오는 세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세나?”

여기 바람 좋네.”

그렇죠? ......가 아니라 이걸 왜 저한테 줘요?”

그냥. 한번 해봐.”

 

세나는 그러며 하진이 기대고 있던 난간으로 다가와 슬쩍 팔을 걸쳤다. 하진은 만지작거리다가 작동시켰다. 단말기가 하진을 스캔하고 데이터를 수집했다. 결과가 나오자 세나가 넘겨보았다.

 

블루이네, 일단은.”

문제없는 수치잖아요. 이건 왜요?”

다만 약간 혼탁하고 말이야.”

 

하진은 입을 고양이처럼 휘며 맹하게 웃었다.

 

아하하. 오늘 좀 피곤해서 그런가 봐요.”

오늘? 글쎄. 내가 보기에는 여기 온 이래로 점점 색상이 탁해지는 것 같은데?”

제 사이코패스를 의심해요?”

의심이라. 흐으음.”

 

세나는 짐짓 심각하게 하진을 흘겨보는 척을 했다. 하진은 너무하다면서 흑흑 우는 시늉을 했다. 세나는 피식 웃었다.

 

아니, 아직은. 하지만 선배 된 도리로서 충고는 한번 하려고.”

 

아래의 도시는 복잡하게 돌아갔다. 먼 곳에서 어렴풋하게 경적 소리나 사이렌 등이 들렸다. 그 도시의 광경을 뒤에 두고 세나가 말했다.

 

하진, 너 무리하고 있어.”

 

하진은 미소를 지웠다. 세나도 진지한 낯이 되었다


왜 그렇게 놀라, 선배?”

아니, 누가 온다고?”

충원이야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인력난이잖아?”

그건 그렇지만......”

 

세나는 사무실로 걸어가며 손목의 단말기를 조작해서 새 집행관의 정보를 띄웠다. 읽으면서 표정이 더 안 좋아졌다. 단순한 동명이인이 아니다. 이 사람을 못 알아볼 리가 없다. 세나는 이름을 곱씹었다.

 

백하진......”

기록이 특이하네. 전직 감시관이래.”

. 네 전 감시관이야.”

.”

 

현 감시관은 대충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 동료, 현 부하. 그것도 잠재범으로 추락한 사람...... 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전 동료에 대한 정이 올라오기에는 세나는 마음을 전부 정리했다.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도 아니다. 한마디로 일축하자면 부담스러웠다.

 

같이 일했어?”

. 그래서 뭔가, 좀 그렇네.”

왜 그래? 선배는 선배가 돈 떼먹은 상대라도 철면피 깔고 잘 대하잖아?”

야야, 아니거든? 사람을 뭘로 보는 거야?”

평소대로 보고 있지. 그게 아니더라도 선배 집행관 대하는 거 잘하잖아? 그러니까 하던 대로 해

 

옆의 녀석이 딴지를 걸지 않아도 그럴 예정이었다. 별다른 수는 없으니까. 다만, 세나는 팔짱을 끼고 감시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내가 집행관들을 두려워하는 건 쟤도 알아보지 못하게 잘 감추고 있나 보네.

 

그리고 돌려보내기는 늦었어. 벌써 왔거든.”

?”

 

옆에 녀석이 형사과의 문을 대뜸 열었다. 세나는 , 잠깐만!” 이라고 말하며 잡아채려고 했으나 늦었다. 그 때문에 마음의 준비도 없이 하진과 바로 마주쳤다.

 

하진은 사무실의 비어있던 자리에 벌써 짐을 다 풀고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은 처음 온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지나치게 익숙한 광경에 세나는 일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하진과 세나, 그렇게 둘이 4계의 감시관이던 시절로.

 

네가 하진 집행관이지?”

 

그러나 옆의 현 감시관의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왔다. 그를 부르는 말에는 집행관을 찍어누르려는 특유의 어조가 담겨 있었다.

 

전직 감시관이라지? 하지만 여기서 그에 따른 특별대우는 해 주지 않아. 집행관에세 허용된 활동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고 감시관의 명령에 따르도록. 반박은 받지 않는다. 알아들었나?”

 

여기서 세나가 어휴 저거 성격 봐라, 쟤가 원래 저래.’ 하면서 슬슬 타이를 타이밍이었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인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하진이 세나를 뻔히 다 알고 있는데 연극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대신 세나는 하진을 지켜보았다. 너를 모르겠어. 너를 믿을 수 없어. 네가 예전 그대로라고 장담할 수 없어.

 

하하 그럼요알겠습니다. 감시관님. 그리고.”

 

하진은 스스럼없이 웃으며 답했다. 세나로서는 반발이 없는 것이 더 신경 쓰였다. 하진은 곧 시선을 한 발짝 뒤에서 있던 세나로 향했다. 마주하는 눈은 한치의 미동도 없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세나 감시관님?”

 

태도는 그대로였다. 속도 그대로일까? 우선 세나는 지금 이 순간의 태도를 결정했다. 저쪽에서 예전처럼 대한다면 나도 그렇게 하자. 세나는 가볍게 말을 붙였다.

 

그래. 오랜만이다. 그나저나 너 헤어스타일 바뀌었다?”

 

긴장으로 속이 서늘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경계가 드러나지 않도록 눈가를 휘었다. 입가에는 미소가 방패처럼 걸려있었다. 이 정도 표정 관리도 못 하면 형사직은 진작에 때려치워야 했지.

 

더 잘생겨졌죠?”

 

실없이 대답하는 것이 예전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정말 그대로라면 집행관이 되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범죄계수가 높아졌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너는 어떻게 변한 걸까? 나는 왜 신경을 바짝 세우게 될까? 집행관으로 마주하게 되는 바람에? 그렇다면 너는 감시관으로 마주하게 된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글쎄, 옛날이 더 나았는데.”

 

세나 또한 장난스럽게 늘어놓았다. 하진의 눈을 똑바로 직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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