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엔다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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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나무 사관생도 2학년이 되고서는 (당연한 거였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원래도 빡빡하던 이론 강의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실습도 꽤 늘어나, 반은 내 의지, 나머지 반은 타의로 나름 부지런히 살았다. 해군 사관학교에 입학해 다함께 생도선서를 하기위해 연병장에 처음 섰던 작년 봄이 엊그제 같건만, 목덜미를 간지럽히던 봄바람은 어느새
로드 오브 히어로즈 나폴리탄 (상) 악몽: 마도서를 읽어주는 여자의 역동적 유희 이윽고 아발론의 ■■에게 인사를 드립니다.아, 인사가 너무 짧았나요? 가끔은 담백함이 더 중할 때가 있다만. 저는 드리는 입장이니 크게 상관은 없지만, 받으시는 쪽은 영 불만스러우신 듯 하니 수정해보죠. 그동안 무탈하셨을까요? 제국을 무너트린 동맹의 맹주, 용이 수호하는,
하지만 밤이 많이 깊었다 너의 이름이 정확히 walter 인지 walther 인지 찾다보다가 귀찮아져서, 그냥 walter 라고 기록한다. 아주 추운 날이었다. 정말 기이한 일이었지. 흰 국화들을 잔뜩 두른 관에 파묻힌 너는 제법 평안해보였지만, 네 품에 안긴 발뭉은 도저히 떨어지지가 않았다. 발뭉의 영향으로 남들보다 빠르게 노화가 온 너의 유
제목없음 1. 언젠가부터 나는 여름의 시작과 함께 열병에 종종 시달렸다.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오한과 두통, 수면 중 근육의 경련은 7월의 한가운데를 지나 8월의 머리를 짓밟아가며 깊어졌고, 8월의 허리를 향해 힘차게 달려갈수록 식은땀을 동반한 악몽의 빈도수가 높아졌다. 그렇게 여름을 앓았다. 마치 고대에서부터 신비롭게 이어져 온,
편지 부제: 모든 곳에 존재하는 듯한 너를 사랑하는 프라우 레망. 안녕? 조쉬. 안녕? 조슈아. 안녕? 조슈아 레비턴스. 안녕? 조슈아 레비턴스 특임대장. 이 문장들을, 그러니까 아주아주 오래된 유적의 벽으로 아로새겨진 이걸 바라보고 있을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끼적이는 이 문자들은 점차 희미해져가는 고대의 언
라이레이와 루미에 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 여기, 외로운 묘지기를 자청한 라이레이 옌 이 있다. 푹 가라앉은 어둠 속의 라이레이가, 그럼에도 환하게 빛나보이는 연유는 서글픈 과거를 억지로 몰아내지 않으려해서일까. 밤하늘에 박힌 별들을 가만가만 헤아려보던 손끝때문이 아닐까도 싶고. 가끔은 애저녁에 사멸한 동족들의 영혼과, 기어이 살아남아버린 자신의 선잠을
* 아주 약간의 리카비앙 요소가 있습니다. 로잔나와 비앙카가 체스 두는 글 “간만에 휴무 같은 휴무를 보내나 했더만.” 말은 그렇게 해도 별 싫은 기색 없이 비앙카는 재빠르게 외출복을 챙겼다. 얼마 전 산 와이셔츠가 상당히 맘에 들었다. 새하얀 셔츠를 꿰어 단추를 하나하나 잠그는 비앙카의 핏은 항상 그렇다. 붕 뜨듯이 여유로운 듯, 착 감기듯
@셜 님의 리퀘였습니다 :) 정오의 대련 야외 단련장은 아발론 왕성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많은 것들이 깨어있는 한낮의 태양빛이 눈 부셨다. 그 화려하게 쏟아지는 황금빛 속, 수많은 단련들로 거칠어진 흙바닥에 틈틈이 고이는 것은 서로를 마주 본 크롬과 즈라한의 낮은 숨소리 뿐이었다. 즈라한의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 번뜩이는
별이 우네요, 별이 울어요, 아주 아름다워요 "나! 는 나아느은, 난- 워어언래- 그런, 그런! 사람이지이-" 다그락다그락 다기를 만지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루미에는 어릴적부터 그리 여겨왔다. 생명에게 고유의 속성이 주어져 태어나는 거라면, 자신은 답도 없이 칠흑처럼 시커먼 어둠뿐일 거라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두 눈과 귀와 코와 입술,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