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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요수] 추억

열화요수 엽서북 《선령세상유람기》 참여 원고│w. 팝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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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한 거야? 옆에서 가볍게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긴장을 안 하게 생겼어? 욱하는 마음을 눌러 담은 채 앞을 바라보면, 처음 보는 이들이 가득했다.

“샤오지.”

“또 왜 불러!”

“긴장하지 마. 어디 갈 것도 아니고.”

고작 촬영에 이렇게 긴장해서 나중에는 어떻게 하려고 그래? 장난치듯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 말 그대로였다. 지금은 단순한 촬영일 뿐이다. 아무리 촬영이라 하더라도 제 옆에 사랑하는 이가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긴장하는데, 어떻게 저렇게까지 여유만만인지!

불시에 심통 난 목소리가 목 끝까지 차고 올랐으나, 내뱉지는 않았다. 사실 쉬엔지도 알고는 있다. 성령연이 무적인 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금 태연할 수 있는 것도, 그가 겪어왔기에 그러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가슴이 반응하는 것은 별개라고, 툭툭 한 마디씩 내뱉을 때마다 심통을 부리고 싶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누가 보면 너는 아무렇지 않은 줄만 알겠어!”

“적어도 너처럼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얼어 있을 정도는 아니지.”

“너 자꾸!”

두 분. 준비 끝나셨나요? 소리가 들려왔는지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토록 떠들었으니 안 물어보는 게 이상한 수준이지. 나름대로 납득할 법한 이유를 내뱉으며 문밖으로 나섰다.

그들은 이미 결혼을 했다. 성령연도, 쉬엔지도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산맹해서가 아닌 둘 서로가 함께하는 영원을 기약하는 행위. 그러한 행위를 결혼이 아니라면 무어라 또 부를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이미 결혼을 한 상태였다. 공식적으로 선고를 하지 않았을 뿐.

주변 이들조차 그들이 당연하게 함께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연인이라 여기는 이들도 있었고, 그 이상의 결혼하기 직전의 사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었다. 하나, 둘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점은 그들이 결혼했다고 보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들은 결혼하기로 했다. 이미 결혼했고, 그들은 영원히 서로 함께 살아갈 것이 분명하기에 이것은 그저 구실 맞추기에 불과했으나, 그럼에도 증명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래서 맞이하게 된 시작이, 사진이었다. 아무리 그들이 함께라고 한다지만, 결국 기록으로 증명되는 것은 또 기분이 다르지 않던가. 성령연은 어느 쪽이든 상관이 없었고, 쉬엔지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 했다. 그가 지금껏 엉망으로 만들어온 책들도 그러하지 않았던가.

**

“샤오지, 이거면 되는 거지?”

“충분해!”

그들이 찍힌 사진은 엄청나게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처럼 서로를 마주 보며, 웃고 있는 사진. 결혼식에 어울리는 사진이라기보다는 지나가며 한 번쯤 찍을 법한 사진이었다. 그저 흔한 사진 찍는 기계에서 찍을 법한 것들.

그럼에도 그들은 만족했다. 증명에 거대한 것이 필요하기라도 하던가? 함께 있더라면 충분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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