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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요수] 暗黑

열화요수 엽서북 《선령세상유람기》 참여 원고│w. 팝



暗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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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연···.”

샤오지는 제 눈앞에 있는 이를 보았다. 성소, 왕이라고 불리며 떠받드는 이. 그런 이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안다면 몇 명이나 알고 있을까? 어쩌면 그의 검령에게도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다. 샤오지조차도 사라지지 않았다면 -사실, 사라지지는 않았다. 아무도 그를 볼 수 없었으니 사라졌다고 이야기할 뿐- 그 풍경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사라지지 않았다면 이런 풍경을 보지 않아도 괜찮았을지도 몰랐다.

 

샤오지의 앞에 령연은 멋진 어른에 가까웠다. 자신이 이야기하는 것들을 전부 한 번에 들어주지는 않더라도 들어주는 일들도 많았고, 투정을 부린다면 들어주는 일도 잦았다. 악몽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았던가. 샤오지가 울고 있더라면 언제든 일어나서 달래주는 것이 그였다. 꼭 엄청나게 거대하고···, 믿음직스러운 이처럼 보였다.

누군가를 비이상적으로 동경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샤오지에게는 그것이 당연했다. 그를 유일하게 알아볼 수 있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이를 동경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적어도, 그는 불가능했다.

무제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한 번도 샤오지 앞에서는 보인 적이 없는.

 

“령연, 그렇게 있으면 아플 거야. 응? 너도, 너도 아픈 건 싫잖아···.”

 

그러니까 내가 있을 때도 계속 그렇게 했잖아. 악몽에 두려워하면 같이 일어나주고, 다친다면 바로 치료했잖아. 너도 아픈 건 싫어했잖아···. 발치를 붙잡지 못한 말이 늘어진다. 샤오지가 함께 있을 적에는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령연은 늘 어른스러운 존재였을 뿐, 지금처럼 막 나가는 이가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속마음이 들리지 않아 그것을 확실할 수는 없으나, 하나는 확실했다. 샤오지에게 성소는 언제나 믿음직스러운 존재였다. 지금의 모습은 악몽에서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급하게 다리를 붙잡자 잠시 멈췄다. 이제는 내가 보이는 거야? 나는 계속 여기에 있었어, 령연. 애타게 응시하더라도 들리는 말은 없었다. 분명 이전이라면 투정 부리지 말라고 이야기하던가, 귀찮게 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할 법도 한데. 그 무엇도 하지 않은 채로 성소는 지나갔다. 그의 검령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취급한 채로.

샤오지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정말로, 그것에 악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그저 조금 서글퍼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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