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2)
렘브리안트
새플리와 헤어진 렘브리안트는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왔다. 좁디 좁은 골목길을 지나 사람들이 한적한 길에서 나오면 공장구역이 나온다.
어린아이가 홀로 다니기엔 위험하지 않을까 한 생각이 들법도하지만, 렘브리안트가 지난 천여년간 이 함선을 짓고 운영하며 깨달은 바로는 그를 위협할 무언가가 있을만큼 이곳의 주민들의 윤리 의식이 낮지 않다.
하여 렘브리안트는 자신이 사랑하는 함선원들을 믿고 볼일을 보러 단신으로 움직이는 중이다.
공장 구역으로 온 이유는 독립의 준비를 위해서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 미개척은하를 돌아다니며 생활의 편리나 위협으로부터의 호신을 위한 보조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렘브리안트는 아직 여정의 동료를 구하지 못하였기에 기술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오셨… 오늘도 혼자네요. 보호자는요?”
“없습니다.”
약속의 위치로 도착하니 보호장비와 작업복을 갖춘 중년 남성이 나왔다. 그는 렘브리안트를 보더니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혼자선 가져가기 힘들텐데… 정말 혼자이신가요?”
“예. 운반은 걱정마십쇼.”
외관과 달리 덤덤한 말투가 들리자 곤란한 얼굴을 짓는 남성이었다.
“구형 고물이라 무게도 꽤 나갈텐데….”
렘브리안트는 말 없이 부유 장치를 꺼냈다. 무거운 짐을 나를 때 쓰는 보조 장치다.
도구를 확인한 남성은 자신이 참견할 영역은 다 끝났다 판단 되었는지 말을 줄였다.
“값은 지금 보내드렸습니다. 곤란하셨을텐데 제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렘브리안트가 단말을 들어 남성에게 송금을 마쳤다. 남성의 얼굴엔 아직도 탐탁찮아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거기까지였다.
“…혹시라도 필요한 부품이 있거나 다시 폐기하실거라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남성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렘브리안트는 몸을 돌리곤 제 몸집의 배는 넘어보이는 상자를 가져간다.
집으로 돌아온 렘브리안트는 보조장치로 운반한 거대한 철제 상자의 문을 열었다.
상자의 안에는 사람 외형의 안드로이드가 들어있었다. 구형인만큼 온전한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렘브리안트에겐 그다지 신경쓸 부분이 아녔다.
상자 밖으로 안드로이드를 꺼내고 후면의 회로를 점검한다. 생각보다 훨씬 양호한 상태가 유지되어 있었다.
몇가지 노후 된 회로를 재배치하고 배터리는 신형으로 교체했다. 벗겨지거나 망가진 외피도 마저 교체하고 아직 전원이 들어오지 않은 안드로이드를 자리에 앉히면, 제법 그럴싸한 외견이다.
렘브리안트는 눈 감고 있는 안드로이드를 살피더니 자신의 단말을 들어 안드로이드의 외관을 스캔하고는 무언갈 주문했다.
단말에 볼일을 끝내고 내려놓으면, 이제 정말 렘브리안트가 기다렸던 시간이 온다.
렘브리안트는 조금 긴장한 기색으로 안드로이드의 전원버튼을 눌렀다.
안드로이드에 푸른 빛이 들어오더니 이내 그것이 눈을 뜨며 움직인다.
“BI-10, 명칭 ‘텐’. 기동을 시작합니다.”
눈을 뜬 안드로이드는 자신의 모델 시작음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곤 아래의 렘브리안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알 수 없는 신원의 어린아이. 당신을 기억합니다. 폐기물 처리장에 무단 침입하여 폐기 직전의 본 기기를 회수하셨습니다. 필요한 일이 있으신가요?”
“사용자 등록을 하겠습니다.”
“두번째 사용자 등록을 시작하겠습니다. 사용자의 이름을 입력해주세요.”
“렘브리안트.”
“렘브리안트. 기기의 사용자 식별을 위해 간단한 신체 정보 스캔이 있겠습니다.”
“허가합니다.”
잠시 렘브리안트를 응시하던 안드로이드 텐은 금방 다시 입을 열었다.
“스캔완료. 사용자 등록을 마칩니다. 반갑습니다, 렘브리안트. 생활을 보조하는 보조 안드로이드 모델 BI-10. 현재 등록된 이름은 ‘텐'입니다. 변경하시겠습니까?”
“아뇨, 잘 부탁드립니다. 텐.”
“잘부탁드립니다, 렘브리안트.”
텐과 짧은 인사를 마친 렘브리안트는 문 밖에 배달된 것을 들고왔다.
옷이었다. 특별한 점이라면 렘브리안트가 입기엔 조금 많이 큰 옷이었다.
“텐, 이건 당신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앞으론 이걸 입고 활동해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렘브리안트. 착의 시작합니다.”
평범하게 의상을 전부 입은 텐은 자신의 몸을 살핀다. 흰색, 검은색, 푸른색의 라인 패턴으로 이루어진 어반테크웨어 형식의 슈트 의상. 텐의 푸른 전원 불빛과 잘 어울어지는 옷이었다.
“의상 정보를 등록했습니다.”
“텐.”
“말씀하세요.”
“지금부터 당신의 기능향상을 위해 몇가지 정보 전달과 함께 약간의 개조를 거치고자 합니다.”
“개조 관련 정보를 서치합니다. 현 함선의 권고 사항에 따라 안드로이드의 임의적 개조는 안전을 위해 지양할 것을 추천드리고 있습니다.”
“그건 저도 압니다.”
“추가 정보 제공. 본 기기는 8세대 전의 모델입니다. 현 시점의 개조 기술 경지를 수용할 수 없음을 경고합니다.”
“그건 괜찮습니다. 다른 방법을 통할겁니다.”
“추가 정보 서치.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반박하는 텐의 말을 뒤로 한채 렘브리안트는 텐에게로 다가갔다. 렘브리안트는 손을 뻗어 텐의 이마 앞으로 가져갔다.
“코어를 이식해드리겠습니다.”
“코어 이식 서치. 관련 정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괜찮습니다.”
렘브리안트가 이식할 코어는 헤일로코어. 즉, 헤일로의 권능이라는 뜻이다. 개조의 한계를 초월적 힘으로 덮어버리겠단 심산이었다. 기기에 특별이 능통한 것도 아니었으니, 전체 개조보다는 이런 활용이 더 효율적이다.
“성분 감지. 해석 불가.”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렘브리안트는 눈을 감아 집중한다. 그가 텐에게 전달할 것은 풍요로운 에너지 뿐만이 아니었다.
미개척은하 여정의 첫 동료이자 자신을 보호하고 보조해야할 안드로이드. 서치로 수집할 수 있는 정보 이상의 것을 수집사켜주어야만 미개척에서도 훌륭히 기능을 할 것이다. 이에 렘브리안트는 자신이 살아온 기억과 감각을 제공하기 위한 한 연결고리를 만든다.
“오류 발생. 정보의 안정화까지 약 34분의 대기시간이 소요됩니다.”
성공적 결과를 뜻하는 텐의 목소리가 들리며 렘브리안트는 성취의 미소를 짓는다.
안정적인 동료도 얻었으니, 이전에 혼란스러워했던 새플리를 조금이라도 안심시킬 차례다.
텐의 대기시간 동안 렘브리안트는 기분 좋게 여정에 필요한 의복과 물건을 챙기기로한다. 새 동료라는 이야기보다 더 충격적인 의사를 밝힐 누군가의 계획은 꿈에도 모른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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