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6세대

운명 (3)

렘브리안트

렘브리안트는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새플리와의 만남을 가졌다. 이번에는 텐과 함께였다.

“아버지께 요청드립니다. 해당 정보는 허구일 확률이 87%, 보다 더 신빙성 있는 논문을 제안 드립니다.”

렘브리안트가 읽고 있던 단말기의 자료를 보던 텐은 자신의 단말기를 통해 새로운 자료를 전달해주었다. 참고로 단말기는 렘브리안트가 장만해줬다.

"감사…합니다마는 ‘아버지'라는 호칭는 어떻게 하시지 않을 생각입니까?“

“제 모델은 복종이라는 상하관계 하에 소유자를 보조하는 안드로이드형 장치입니다. 주인님, 소유자님, 등의 명확한 관계성 호칭는 원치 않으셨기에 가장 적절한 호칭을 서치. ‘아버지’가 가장 적합합니다.”

“그냥 이름으로도 괜찮은데요….”

“죄송합니다. 프로그래밍의 한계로 정해진 프로페싱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미개척 은하의 정보 이전에 안드로이드의 시스템 코딩을 연구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아뇨, 괜찮습니다….”

렘브리안트는 텐의 호칭을 바꾸는 것을 포기했다. 복잡한 안드로이드의 뇌를 처음부터 다시 건드리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느니 그냥 이따금씩 나오는 호칭 몇번만 참고 미래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렘브리안트! 저 왔어…어라? 못 보던 사람이 있네요.”

약속에 도착한 새플리가 렘브리안트에게 인사하다 텐과 눈을 마주친다.

“안녕하세요, 새플리 함장. 소유자명 렘브리안트. ‘아버지’의 생활 보조 안드로이드, 텐입니다. 아버지의 핵심 기억에서 당신을 자주 마주쳤습니다.”

“아버…? 이거 뭐예요?”

새플리가 질문했지만 말 없이 시선만 피하는 렘브리안트였다.

“공유 기억에서 새플리 함장을 분류. 관계성을 정리합니다. 우리의 관계는 ‘형제’라고 분류할 수 있을까요?”

“네?”

“되겠습니까….”

안드로이드의 특유의 무표정인 텐과 얼빵한 얼굴을 짓고있는 새플리, 그리고 한숨을 쉬며 눈 앞을 가리는 렘브리안트였다.

***

“그래서… 독립 생활의 보조형으로 구형 안드로이드를 주워왔다고요?”

자리에 앉아 음료를 한 모금 쭉 들이킨 새플리가 말을 이었다.

“그런게 필요하면 제가 좋은 걸로 장만해드릴 수 있는데….”

“독립하는데 굳이 손 벌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독립 자금을 지원 받는다 생각할 수도 있죠…!”

“아버지의 개조 시도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현 시점 존재하는 안드로이드를 데려와도 절 뛰어넘을 수 있는 개체는 없을 것이라 자부합니다.”

새플리가 렘브리안트 옆에 앉아있는 텐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검은 단발에 흰 외피. 그 사이로 빛나는 푸른 코어의 빛을 담은 눈이 시선이 맞는 듯, 안 맞는 듯 그것이 생물이 아니라는 이질감을 준다.

“우리는 상징의 색도 비슷합니다. 우린 닮은 점이 많군요. 형제라 칭해도 모두가 믿을 것 입니다. 아버지의 안위는 안심하고 제게 맡겨도 됩니다, 새플리함장.”

“자아암깐, 왜 멋대로 형제가 되는건데요? 그리고 안 닮았어! 종족도 다르잖아!”

“할로 또한 별개의 종족이나 당신을 ‘형'이라 칭합니다. 우리는 아버지의 유전적 신체 정보로 연결되어있습니다. 형제 말고 다른 관계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렘브리안트가 텐을 빤히 바라본다. 이미 저는 포기했다는 얼굴이었다.

“왜 이렇게 관계성에 집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호칭 설정이 필수라 그런게 아닐까 예상 중입니다.”

렘브리안트가 새플리에게 말했다.

“그럼 전 그냥 ‘새플리 함장‘으로 된 거 아닌가요.”

“…… 잘 모르겠군요. 다름이 아니라 오늘 새플리씨와 만나고자 함은 제 독립 여정에 함께할 텐을 소개시켜주기 위함이었습니다만…. 뭐, 더 설명해드릴 필요는 없어보이는군요.”

새플리가 텐을 바라보자 앉아있던 텐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목례한다.

“보조라면 저로도 괜찮지 않나요….”

“네? …전 평생을 함선 일만 하고 살아와서 평범한 인간의 생활에 대해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모릅니다. 생활의 전반적인 것을 도와줄 존재는 항시적으로 필요하고요.”

“그래서 저도 함장님께 말씀 드릴게 있는데요.”

"말씀하세요.“

새플리는 긴장되는 듯 잠시 뜸을 들이곤 외쳤다.

"저 은퇴 할 거예요!!“

눈을 꾹 감은채로 말이다.

“그리고 렘브리안트랑 같이 여정에 오르고 싶어요!”

“……. 네, 그럼 준비할 것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엥.”

“왜 그러시죠?”

렘브리안트의 생각보다 더 자연스러운 허락에 사고가 정지한 새플리었다.

“함…선을 지켜야한다 같은 책임으로 안된다 하실 줄 알았…어요.”

“함선은 더 이상 제가 관리하는 것이 아닙니다만.”

“그렇긴하지만! 뭐랄까, 렘브리안트는 그런게 있잖아요! ‘주어진 임무와 지위에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가져야합니다.’ 같은거요.”

새플리가 진지한 얼굴을 만들어내며 헤일로를 따라했다.

“뭡니까, 그게….”

“아…아무튼! 정말로 같이 가도 돼요?!”

“아버지께선 ‘은퇴’를 생각할 당시 이미 인류는 자신으로부터 독립하기 충분한 상태라 판단하였습니다. 기억 연산을 통해 아버지는 새플리함장이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일을 잘 정리하고 일을 선택했을 것이라 신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옆에 앉아있던 텐이 렘브리안트의 생각을 대신 전했다.

“…뭐 틀리진 않았습니다마는, 기억과 감각의 공유라는건 생각보다 더 디테일하네요.”

렘브리안트가 텐의 개조된 연산 능력에 감탄하였다.

“새플리 함장은 아버지의 기대에 걸맞은 준비를 마치셨다면 아버지의 여정에 합류하는 것에, 아버지께서 문제를 제기하길 확률은 0% 입니다. 아버지께선 새플리를 무한히 신뢰합니다.”

“…감사합니다…?”

새플리가 텐의 서술에 얼떨떨한 감상을 남겼다.

“꽤나 낯가려워지는군요.”

“분석. 아버지는 아직 감정표현에 서툽니다. 다양한 표현법을 행핼 기회를 늘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럼 사람도 모였으니 제가 갈 곳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죠.”

“앗, 바로 본론인가요.”

새플리가 렘브리안트가 내민 단말 앞으로 고개를 내밀어 집중한다. 단말에서 어느 한 행성이 떠오른다.

“미개척은하 속이긴하지만 이건 제가 개척 초창기때 발견했던 행성들 중 하나입니다. 교류 능력은 물론 외부 문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지성체가 있어야만 개척이 가능했기 때문에 이렇게 존재만 기록하고 만 행성들이 많습니다.”

“그럼 기록 행성들을 지금 개척하시려는 건가요?”

“아뇨, 그런건 아닙니다. 순전히 제 호기심 때문입니다. 새플리는 제가 태어날 당시 어떤 간섭이 있었는지 기억하십니까?”

“그 코어에서의… 말하시는거죠? 글쎄요…? 렘브리안트가 주었던 코어의 일부로 힘이 요동치는 것 외엔… 간섭같은 건 잘 모르겠어요.”

새플리는 렘브리안트의 태동을 느끼고 달렸던 때를 다시 떠올려보았다. 매마른 일상에 가슴에 울림을 줄만큼 강렬했던 태동을 다시 떠올리면 언제고 그때의 벅찬 기분이 몰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렇군요. 저는 당시 형체는 존재하지 않지만 의지와 물리력은 확실히 가진 무언가와 마주 했었습니다. 정확히는 그것을 통해 재탄생 할 수 있었죠.”

“신 같은건가요…!”

“신이라기엔 편중된 성향인 것 같았습니다만… 여튼. 그것을 통한 재탄생으로 저의 존재은 이전의 구조와는 다른 성질을 갖게 되었습니다.”

“귀여워지신거 말고 모르겠는데요.”

“…….”

“…알겠어요. 그렇게 보실 거까진 없잖아요.”

“대표적인 예시로 부정은 제 간섭아래서 기능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있죠.”

“아, 할로 그녀석 요즘 렘브리안트에게 통 손 대지 못해 잔뜩 성이 나 있었죠. 그래서요?”

“그래서 전 제 스스로에게 한가지 가설을 부여했습니다. 어쩌면 기존의 섭리법칙을 무시하고 새로운 질서가 성립되는 첫 발자국에 섰을지도 모르겠다는 가설을 말입니다.”

“음… 또 어려운 주제네요.”

눈을 질근 감고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는 새플리였다.

렘브리안트는 단말을 움직여 행성의 세부 정보를 띄웠다.

행성의 환경에 대한 수치 그리고 원주민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날개로 가득한 신체가 마치 새를 사람으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이해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요점은 이 가설에 힘을 실어줄 저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종족을 얼마전 발견했다는 것이고. 이들이 제가 떠올린 가설에 갈피를 잡아줄 수 있다는 겁니다.”

“동족찾기 인가요? 아니지… 동지…?”

“가설에 뒷받침하여, 새로운 질서의 첫발자국인 존재일테니 저는 신인류라 칭하기로 했습니다.”

“렘브리안트도 거기에 해당하고요?”

"어디까지나 가설이 확언이 되는 선에서 말이지요.“

“와. 생각보다 더 역사적으로 대단한 일이네요. 그리고 렘브리안트는 이걸 혼자 하려 했고요? 전혀 아무일도 아니지 않은거 같은데요?”

“예? 위험요소는 전혀 없다 판단했습니다만….”

렘브리안트의 말에 반박하듯 가만히 있던 텐이 입을 열었다.

“위험요소는 언제나 존재합니다. 지금 순간에도 부정적 사고를 겪을 확률 28%, 미개척은하로 진출 시 부정적 사고를 겪을 확률 87%. 사고의 위험도 93.2% 입니다. 아버지께선 아직 미취학 아동의 연령의 신체를 보유 중.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네?!”

“…그렇게 얘기하면 불안해하지않습니까. 제가 만날 행성의 주민들은 위험하지 않으니 걱정마세요. 이미 헤일로 때 만난적이 있습니다.”

“그때로부터 647년 2개월 경과. 해당 종족에게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위험을 대비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들도 장수종이라 거기까지 걱정할 필욘 없을 거 같습니다만….”

새플리는 둘의 대화에 속으로 굳게 결심한다.

꼭. 절대로 여정중에 렘브리안트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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