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의 소풍
호수조 시니의 시선에서 (퇴고X)
톡 터진 꽃망울이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꽃잎은 시냇물이 흐르듯 한쪽으로 모아 드리운 머리카락에 안착한다. 머금은 백차가 은은한 향을 풍기며 목구멍을 넘어갔다. 달려오는 강아지를 받아낸 네가 유채꽃을 닮은 웃음을 터뜨린다. 남몰래 옷자락과 샌드위치 위로 떨어진 꽃들을 너는 들어 인접한 연못가에 내려놓는다. 꽃잎을 꾹 잡은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잘게 터지는 웃음이 등 돌린 너의 귓가를 간질이는지, 내리쬐는 햇볕이 뺨을 쫓아 간질이는지. 네 품에 안겨있던 강아지가 나비를 쫓아 뛰어들면 등짝을 고스란히 내준 너는 눈썹 끝을 바짝 올렸다 내리며 얼굴을 든다. 너는 얕은 연못에서 튄 물줄기에 젖은 얼굴을 몇 번 쓴다. 나비를 쫓아 연못에서 꽃밭으로 달려간 강아지와 연홍빛으로 수놓은 연못 대신 은방울꽃 향기가 나는 손수건을 너의 품에 넣는다. 얇게 눈을 뜨고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네 말에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꾸하더니 이제는 맨손으로 물을 훔치기까지 한다. 귓가가 붉어져 있는 줄도 모르는군. 네가 강아지를 부르는 사이 혀로 녹인 샌드위치의 치즈가 고소하다. 붉은 국물 위에 동동 떠 있는 떡은 부드럽게 씹히고, 상큼한 레몬을 띄운 물은 시원하게 입안을 적신다. 네가 품에 안긴 미야의 털을 고르는 동안 너도 과일주스를 한 모금 머금는다. 문득 네가 고백받았던 때가 떠오른다. 네게 고백한 지 백 년도 채 되지 않았으면서 금세 맞받아치는 너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괘씸하다. 물을 한 번 더 뿌려준다. 이럴 때만 빠른 눈치는 강아지의 뜀박질 때문이 아니란 걸 알아챈다. 너무 대놓고 웃었나. 그래봤자 네가 몸을 돌리기 전에 재빨리 수분을 날려 보내면 증거는 없다.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이 참 새파랗다. 콧노래를 몇 번 부르면 너는 비워진 네 컵에다 주스를 채워주고 있다. 텅 빈 통을 흔들며 더 가져오겠노라 걸어가는 너의 뒷모습에 한참이나 시선이 붙어 떨어질 줄을 모른다. 흩날리는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눈매가 낮아지고 눈동자는 한낮의 깊은 바다를 닮았다. 눈이 마주치면 멋쩍은 듯 실낱같은 미소를 그리는 네게 마주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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