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하타케야마.
할 말이 있는데.
Q.네가 생각해둔 미래 설계에…. 이런 건 없나?
A. 랏키 도텐으로서의 답변: 네! 굽든 삶든 맘대로 하세요.
허나 내 답변은 그보다 근본적인 부분으로 돌아간다.
“정말로 랏키 씨 인생 내가 가져가 버릴까.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어.”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건 하타케야마 켄타가 내 인생을 대하는 개념이 근본부터 뒤틀려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고작 재밌는 생각 실현하자고 1억 7천을 떠안겠다고…. 이질감이 극에 달한 원흉은 ‘미래 설계’라는 단어에 있다. 누가 남의 삶 받기도 전에 입맛대로 개척해 나갈 셈을 하겠냐고. 거기까지 생각이 닿으면 문득 두려운 상상이 들었다. 그러니까 하타케야마는, ‘얼마나 즐겁게 인생을 수정할 수 있을지’조차 고려 사항의 일부일지 모른다는…….
“당신,”
“내 인생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구나.”
확신한다. 내가 악착같이 발버둥치며 주워 담으려 한 모래성은 네 도화지밖에 되지 않았구나. 선의를 보인 것도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구도를 잡고 있었을 뿐이구나. 내 인생이 캔버스로 보여? 내던지고 싶어서 고혈을 토한 삶에 이제야 미련이 생긴다. 진창에 구르던 생일지언정 네가 흙발로 헤집게 두는 것보다야 낫다. 절대로 당신이 재단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
“미워.”
막연한 상상이 형태를 갖추면 물기를 머금은 습한 감정이 심저 밑바닥에서 똬리를 튼다. 이건 충동이 아니다. 지금 네 옷자락을 틀어쥐는 것은 인사불성으로 주먹을 내지르던 것과는 다르다. 당신이 순전히 나를 알고 싶어할 뿐이라고 착각한 탓에 벌어진 사고. 그에 대한 결과. 과정이 있는 것. 당신에게만 느낄 수 있는 것. 하타케야마, 하타케야마…. 네게 처음이 많다.
“……당신 얘기도 들려주세요.”
나는 패를 다 드러냈잖아. 자긴 머리카락 한꺼풀 겨우 걷어놓고 너무 많은 걸 바라. 남의 삶에 붓질할 요량이라면 묻는 말에 답하는 정도의 성의는 들이세요. 하타케야마 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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