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요.

그건 좀 싫다아.

春川高校特別班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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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카메 치쵸. 사이비 간신 사기꾼 따위 불한당의 장기長技가 뭔지 아는가?

공감이다. 공감.


사실 신뢰란 게 참 애매하다. 무형의 가치가 다 그렇다지만 이건 유달리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축적되는 경향이 있고 어찌 잘 꾸려봐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잡음과 실착에 유난스럽기 그지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가 나누는 것은 믿음을 기반으로 한 약속보다 불안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계약에 가까웠다. 배신자 벌하기 위한 징벌적 제도. 달리 말해 사루카메가 랏키 도텐을 신뢰하지 못함을 의미했다.

…고 랏키 도텐은 생각한다.

네가 누차 의심했다시피 랏키 도텐은 세 치 혀 알랑대는 데에 도가 텄고 네가 바라는 그것과 거리가 먼 족속이 맞다. 단지 공감이 장기인 불한당이라는 거야. 그래도 딱 하나, 랏키 도텐을 그들에게서 가름할 수 있는 점은 공감을 학습이 아닌 천성에 의해 시연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공감할 수 있다는 건 네 맘을 통감할 수 있단 거고, 네가 듣기에 썩 나쁘지 않았다는 것은 내가 듣고 싶은 말을 그대로 들려 주고 있다는 의미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랏키 도텐, 그 여자 평범을 타고나서 죽이네 마네 논하기 시작하면 식겁하여 요만큼도 응하지 않을 범부다. 비단 그가 아니라도 이럴 것이다. 어지간히 궁하지 않은 이상 누가 이 정신나간 제안에 응하겠어.

다시 말해 그렇다.

나는 지금 이딴 정신나간 제안에 도취될 정도로,

충분히…….

외로워져 있었다.

마침 배신은 지긋지긋했다. 이 버러지 같은 곳. 맘 놓을 데가 너무 없죠. 우리는 그러지 말기로 해요. 배신하면 다른 새끼들과 동류라는 의미니까, 확실하게 응징하기로 약조하고.

말문 주체 못하고 죄 쏟아낸 후엔 그대로 작은 품에 기대 눈만 지그시 내리감았다. 터무니없는 조건을 걸었다는 불안보다 안도가 극심했다. 앞으로 내가 뭘 하든 배신 않을 ‘진짜 친구’가 생겼구나. 사루카메는 나를 진짜 친구로 여기겠구나. 텐 쨩이 아니라, 도텐으로.

그럼에도 나는 언젠가 사루카메를 배신할 수 있음을 직감한다.

미안해, 사루카메. 내가 원래 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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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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