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ing is not always best! ...from time to time.
마이르-0. 첫만남
마이클 브라이스. 트리플 A 보디가드였으며, 항상 "Boring is always best"(지루한 것은 언제나 최고이다.)를 입에 달고 다니는, 계획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재미라곤 눈 씻고 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뭐, 솔로에다 얼마 전에는 입양 '당해'버려선, 다른 사람 눈에는 재미있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는 요즘 최악의 인생을 살고 있다. 자신의 보디가드 등급은 돌아오지 않지, 안식년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인생에, 저 망할 커플 바퀴벌레들은 자신의 시야에서 벗어나질 않지! 개같은 다리우스!
그래, 모든 게 다 거지 같았다.
마이클은 오늘부터 삐딱해지기로 했다.
사춘기를 겪을 나이는 훌쩍 지났지만.
...
그래, 당신들은 뭘 바란 건지 모르겠지만, 상대는 마이클이다. 마이클이 어디 있는 줄 아는가?
바로 젤라토 가게이다.
뭐라 이야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순진한 브라이스. 어쩌면 좋을까!
이 귀여운 -키 70인치가 훌쩍 넘는- 보디가드가 갓 주문한 젤라토를 맛보려 할 때, 휴대전화에서 알람이 울렸다.
-알람바.-
띠링!
[안녕하세요!]
띠링!
[저...문의하러 왔는데요.]
마이클은 알림바에서 뜨는 메시지 내용을 보고 홀린 듯 알림을 눌러 채팅방으로 들어갔다. 우리의 워커 홀릭 브라이스. 마이클 머릿속에서는 예에에에에에에에에전에 카운슬러와 했던 "보디가드 금지."라는 약속이 스쳐 지나가지만 뭐 어떠련가. 이미 삐뚤어지기로 마음을 먹은 마이클인데.
이 의뢰만 마치고. 라고 조건을 건 다음 마이클은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다리우스와 소니아로부터 도망쳐 완벽한 보디가드 일로 등급을 되돌리고, 최고의 트리플 A 보디가드가 된 다음 최고의 안식년을 보내고ㅡ...
띠링!
[혹시 이번주 토요일에 시간 괜찮으실까요?]
아, 현실은 의뢰의 시작이다.
[네, 괜찮습니다. 하루 텅 비어있죠.]
띠링!
[그럼 하루만 부탁할게요. 금액은 얼마나 될까요?]
[NN달러에서 NNN달러 쫌이겠네요. 자세한 건 상황을 보고 매기려는데, 괜찮으신가요?]
띠링!
[네! 내일 (개인정보이므로 검열!)로 와주시면 좋겠네요.]
[알겠습니다. 내일 봬요.]
텁. 핸드폰을 뒤집는다. 내일 의뢰. 내일 의뢰로 브라이스는 자기 인생의 모든 걸 바꿀 예정이다.
후련하기도 해라!
마이클은 젤라토 가게를 나서면서 한 손에는 젤라토, 한 손에는 폰. 늘 하듯 통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 마이클 브라이스야.
내일만 지나면 난 최고의 보디가드가 될 거야.
기대해, 마이클."
아침은 개운했다.
마이클은 평소와 같이 정장을 입고, 시계를 차고, 후추 스프레이를 정장 주머니에 넣은 다음, 휴대전화는 바지 주머니에 넣고, 마지막으로 눈 부신 해를 막기 위한 선글라스를 챙기었다.
의뢰인 집 주소를 보아하니 매우 평범한 집. 자세한 건 천천히 따져나가면 되는 것이고 -평범한 집의 평범한 일반인을 보호해줄 일이 뭐가 있을까! (지루 그 자체이지만, 오히려 마이클에게 괜찮지 않을까?)- …아니면 대단하고 대단한 사람이 비상 숙소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항상 하던 것처럼 하면 의뢰인은 분명 만족할 것이라고 마이클은 생각했다.
그랬는데...
띵-동!
마이클이 누른 초인종 소리에 벌컥 열린 문과, 그 앞에는 앳된 학생처럼 보이는 애 한 명이 (머쓱한 듯 주먹을 쥐었다가 피고, 목 뒤를 잡는 모습으로 짐작하건대) 뻘쭘하게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 아, 안녕하세요."
정녕 의뢰한 사람이 맞나? 같은 생각으로 가득 찬 마이클.
"네, 그 의뢰인 연락처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 제 연락처요? (전화번호)이에요."
역시나. 이 아이가 의뢰인임이 틀림없었다. 항상 (예전엔) 거물을 보디가드하거나, 총을 쏘거나, 맞거나! -한 번이었지만. 마이클은 아직도 총 맞은 흉터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같았다.- 했지만, 이 아이는 마이클이 보디가드했던 사람들과 확연히 다른 사람이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새로운 경험도 좋지.
"오늘 하루 동안 맡게 될 보디가드인 마이클 브라이스입니다."
"...편하게 마르라고 불러주세요."
저 아이는 으레 겁에 질린 것이 틀림없다고 마이클은 생각했다. 마르는 브랜디 아닌가? 아니면, 화산지형? 이 꼬마가 겁에 질린 게 아니면 과연 가명으로 알려줄까?
그만! 머릿속에서 넘쳐나는 생각들을 마이클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냥 하루 동안 안전하게 보디가드만 하면 될 것이라.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
"하...하하... 정말 잠시만요. 정말정말 잠깐이에요. 제가 뭘 하던 거만 빠르게 마무리 짓고 올게요. 잠깐 여기 있어 주실래요? 이상한 건 아니에요. 이런 말 덧붙이지 말까요...? 어... 말이 이상해지네... 아무튼. 네."
마이클을 그늘에 두고 마르는 집으로 얼른 들어가서, 폰 기록을 살펴보았다.
정보를 찾아본 사람이랑 신상정보가 맞지 않다.
보디가드?????? 마이클 브라이스?? 도대체 누구야?
차근차근 기억을 되짚어본다.
가족들 사이에서 벗어나길 바랐던 마르는, 조건이 되자마자 집을 떠나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외로움.
집에 돌아오면 아무도 없고, 아프면 혼자서 아파해야하는 인생에, 친구들은 집에서 나오지를 않는 홈바디들이지! 자기들이 심심할때만 연락하고!!
... 그래서 생각한 나름의 최선책이 커들리스트였다.
사실 커들리스트와 만나면 뭘 하는지 궁금한 게 컸다. 외로웠기도 했고. 돈은 얼마나 드는지 상관없었다. 몇 끼 굶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그렇게 커들리스트 사이트에 들어가서 푸근하고 따스해 보이는 사람을 정하고,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폰에 입력하고 문의를 했어야...했는데..
"어라..."
마르는 지금까지 5와 6이 그렇게 비슷해 보이는 지 몰랐다. 그래, 5와 6 그 하나를 혼동해서 따뜻하고 푸근한 커들리스트가 아이돌 팬 싸인회에서만 보던 (사실 안 봤다.) 딱딱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보디가드로 바뀐 것이었다. 항상 이런 상황에서는 강박처럼 몇 번이고 잘 적었는지 확인하고 문의를 했던 마르지만, 이번엔 뭐가 쓰인 게 분명했던 것 같았다. 외로움이 환각제인 듯 하였다.
마르는 생각이 여기까지 도달하자,
결국 내 잘못이잖아! 하며 다시 마이클이 있는 집 문 쪽으로 달려나갔다.
-
"사실은..."
커들리스트 문의를 넣으려 했는데 전화번호를 헷갈렸다는 말이죠?
자초지종 설명을 들은 마이클이 정리를 해주니 마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혹시 괜찮으시다면 하루 쉬는 겸 그냥 제집에서 놀다 가실래요? 비용도 그대로 내고요. 제 잘못이니깐요..."
모든 상황을 고려한 것 같은 대답이지만, 뭔가 발목 잡힌 기분이 드는 마이클이었다. 자존심 때문일까? 그래서 차라리 거부하고 집에서 쉬려고 했지만..
"저야 그럼 좋겠지만 죄송하게도... 오, 이런.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마이클이 소니아로부터 전화가 오는 걸 받으니 통화 너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순간 몸을 움찔 거렸던 걸 보아 몇 걸음 떨어진 마르한테까지 들린 것 같다.
소니아의 아들 사랑 고백부터, 다리우스의 양말 위치 묻기, 저녁 메뉴 고민, 알콩달콩 바퀴벌레 부부의 애정표현까지 듣다 마이클은 중간에 통화를 끊어버린다. 이대로 집으로 향한다면 오늘 보디가드 일도 못 하고 이 집으로 가서 놀림을 받고 둘의 애정행각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골치가 아파진다.
에라 모르겠다.
"... 그럼 하루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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