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아무말해요

과자를 좋아하는 이유

그 사람에겐 비밀이야_이아현의

“과자 먹을래?”

“오늘은 뭔데?”

“감자칩!”

늘 물어오는 질문에 늘 같은 대답을 해도, 너는 늘 해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더웠던 어느 여름 날에도.

“과자!”

“뭔데?”

“음……. 오늘은 새우깡!”

할 말이 없었던 가을의 어스름에도.

“음… 그러니까… 있지, 아현아!”

“말 해. 괜찮아.”

“헤헤……. 오늘은 칸쵸야!”

“그럴 줄 알았어.”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허연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던 겨울에도.

“아~현아!”

“오늘은 무슨 과자인데?”

“초코하임. 싫어했던가?”

“…아니, 좋아해.”

“그럼 다행이고!”

맑은 웃음을 짓던 너는 내 앞에서 두어 걸음 앞섰다. 말을 조심해야지. 실수로도 본심을 털어 말하지 않아도록 조심해야지. 어느새 저 멀리까지 가버린 너를 잡으려 나는 걸음을 빠르게 했다. 그 길은 위험한 차도야. 내가 널 놓치지 않게…….

“선화야!”

순간 스쳐 지나가는 하얀 색 승용차의 신형이 무서울 정도로 느리게 보였다. 내 품에는 네가 있었다. 과자는 놓쳐 바닥을 굴렀지만, 너는 내 품안에 안전히 있었다.

“큰일 날 뻔 했다…….”

“저 사람은 무슨 운전을……!”

이내 큰 소리가 났다. 우리의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함께했던 가로수 나무가 우지끈, 허리가 끊겨 무너지고 있었다. 주변의 소리는 느리게 흘러간다. 다친 사람을 부축해 나오는 사람들이 술냄새가 난다며 기겁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 사람으로 끝난 게 다행이지. …너만 아니라면야, 실은 누구라도 상관없었나.

“놀래라…….오늘은 일찍 집에 가야겠다. 아현이 넌 괜찮아?”

“난 괜찮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데려다줄게.”

“어차피 옆집이면서~!”

“그냥 해본 말이야.”

너는 웃으며 또 한번 앞서 걸었다. 1월 말, 조금 있으면 봉오리에서 꽃이 움트겠지. 고대하던 봄이 오면, 봄의 절정에 너에게 꽃다발과 네가 좋아하는 과자를 들고 찾아갈 것이다.

나는 사실, 과자를 좋아하지 않지만. …네가 좋아한다는데 나의 취향이 대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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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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