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
명여휘明餘暉. 자의 반, 타의 반. 소문을 몰고 다니는 요주의 인물. 한없이 긍정적이고, 한없이 부정적인 평가들. 개개인마다 극명하게 갈리는 이야기들은 일부러 만들어내려 해도 불가능할 수준이다. 걔 성격 진짜 이상하더라. 사람이 좀 꺼림칙하지 않아? 저번엔 무슨 일이 있었냐면 말이야……. 대놓고 험담하는 꼴을 목격해도 신경쓰지 않는다. 구태여 부정할 생각도 없다. 진실은 해명할 이유가 없었고, 거짓은 대개 터무니없는 낭설이었으므로.
하지만 소문을 완전히 외면하지는 못했다. 명여휘는 사람을 좋아했다. 홀로 남게 되는 걸 싫어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애정의 크기만큼 남들에게 돌려주고 싶어했다. 그를 유지하는 요소들은 하나같이 다정했다. 그건 곧, 곁에 사람이 존재해야만 비로소 성립된다는 의미였다. 편견이란 무의식의 영역일진대, 불유쾌한 소문을 달고 다니는 인물에게 선뜻 다가올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대로는 곤란했다. 그는 스스로를 가다듬었다. 본질을 감추는 대신, 일부는 선한 방향으로 표출했다. 자신을 위해서, 기저에 깔린 갈망을 좇기 위해서…….
명여휘는 신지해를 응시했다. 조금 전보다 생기가 도는 얼굴. 변함없이 공허한 한쪽 눈에 대비되는 선명한 보랏빛 눈동자. 콧잔등을 가로지르는 흉터. 특징적인 부분들을 하나씩 눈에 담다 보면, 파리한 낯 위로 잔잔한 미소가 떠오른다. 달싹이는 입술. 웃기는 소리긴 한데, 나는 네가 더 걱정돼…. 염려가 깃든 말소리. 상냥하게 다가오는 문장이 마음 한구석을 갉작이는 듯했다. 알고 있다. 이게 오롯이 자신을 향한 말이 아니라는 사실쯤은. 아무렴 상관은 없었다. 그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너그러웠고, 그게 다른 사람을 겹쳐보는 일이래도 매한가지였다. 명여휘는 오래전에 결정했다. 기꺼이 투영되기로.
“날 걱정할 이유가 뭐 있어.”
조곤조곤. 나긋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다른 아이들처럼 자주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위험한 일에 함부로 뛰어드는 성격도 아닌걸. 상대를 설득하려는 것처럼, 혹은 모종의 신뢰를 얻어내려는 것처럼. 부드럽지만 강단 있는 목소리가 매끄럽게 흘러나왔다. 짧은 호흡. 그 끝에 흔들림 없는 눈으로 시선을 마주한 명여휘가 더없이 환하게 웃음 지었다. 그러니까.
“괜찮아.”
난 그 애가 아니거든.
- 카테고리
-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