恒星
왜 정을 준 것들은 하나같이 떠나가는 걸까.
명여휘는 생각했다. 신지해의 부재를 깨달은 시점이었다.
공기 중에 비산하는 매캐한 먼지 더미가 지긋지긋했다.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운 공간은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같은 풍경만이 자신을 반겼다. 콜록, 반사적으로 터진 기침이 왼눈의 고통을 자각시킨다. 극심한 작열감이 쏟아졌다. 텅 빈 공간마저 전부 태워 버릴 듯이 맹렬한 감각이었다. 명여휘는 입 안쪽 살을 짓씹으며 고통을 감내했다. 먹은 것도 없는데 속이 울렁거렸다. 비릿하고, 텁텁한. 온갖 불쾌한 냄새가 한데 섞여 예민한 감각을 건드렸다. 한쪽만 남은 시선, 역겨울 정도로 그대로인 상황. 아무리 내달려도 제자리였다. 지금까지 겪어온 지난한 과정은 다만 쳇바퀴에 불과하다는 것처럼. 아, 기분 더러워…….
이상하지. 우린 무엇도 잘못하지 않았을 텐데,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걸까. 명여휘는 흐릿한 정신으로 과거를 되짚었다.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선 신경을 돌릴 거리가 필요했다. 무의식은 묻어두었던 것들을 파헤치기 마련이라, 불안정한 사고가 누군가의 창백한 얼굴이 끌어왔다. ……아니, 걱정하는 표정인가? 어쩌면 불안해하는 걸지도 모른다. 열 오른 머리로는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어차피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상대는 이 자리에 없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지해야. 목구멍 어딘가에 상대의 이름이 걸렸다. 내가 기꺼이 대체품이 되어주겠다 했잖아. 그걸로는 부족했어? 탓할 대상을 잃은 원망이 실체 없이 부스러진다. 악의라기엔 순수하고, 투정이라기엔 모진 이야기들. 명여휘는 신지해에게 전했던 모든 애정을 그러모았다.
너를 보면 별이 생각나. 스스로를 불태워서 남들을 밝혀주잖아.
명여휘는 신지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라, 서로가 바라보는 방향부터 정반대였다. 자기희생과 자기 연민, 낭만과 현실, 상냥한 사랑과…… 불결한 욕심. 내 것, 내 사람, 나의……. 박애라기엔 지나치게 편협한 선. 다정을 흉내내고, 애정을 베푸는 척한대도 결코 좁힐 수 없는 간극이었다. 신지해가 항성이라면 명여휘는 행성인 셈이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오직 다른 것들이 발하는 빛을 제 것인 양 도둑질하는 천체. 웃기지 않아? 정작 이름에 빛이 들어가는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인데. 난 다른 사람을 짓밟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거든……. 아, 그래서였나 보다. 정을 준 것들이 매번 자신을 떠나는 게. 새삼스러운 지각은 무의미했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지해야. 그곳은 어때? 여긴 지겨울 정도로 여전해.
우리를 잇는 선은 참으로 보잘것없다. 서로의 편린을 붙들고, 그것으로 상대를 해석하기 위해 애썼다. 너는 나에게서 과거를 보고, 나는 너에게서 미래를 보았다. 모르는 사이라기엔 친밀하고, 가까운 친구라기엔 기이하게 비틀려 있는 관계. 누구 하나 현재를 직면하지 않아 유지될 수 있는 순간. 이 얼마나 덧없는 명명인지······.
난 그것도 걱정돼. 의리보단 네 몸을 더 챙겼으면 좋겠거든.
너는 너보다 내가 더 걱정된다고 했잖아.
그러니 함께 나아가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누구 하나 고개를 돌리지 않는 이상, 같은 방향을 바라볼 일이 만무했으므로. 명여휘는 손등으로 제 눈가를 가렸다. 피곤했다. 목을 간질이는 껄끄러운 공기도, 사고를 엉망으로 헤집는 통증도, 어설프게 남은 미련도.
그렇다면 이게 네가 원하던 결말이야?
너, 결국 무엇도 지키지 못했잖아······.
사실 나, 별을 좋아하지 않아. 그건 내 것이 될 수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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