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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림 개인로그

신태림은 친구가 없다. 입학 할 때만 해도 500명 남짓했던 학교에서 졸업생은 단 50명만 남은 학교. 전부 미친건지 원래부터 학생수가 50명이았다 말하는 선생들과 주변인들. 기사 한 줄 나지 않고 조용한 동네와 이상을 느끼는건 단 한명. 그렇게 서서히 미쳐가는건 기억하는 그 단 한명이었다. 도시락을 2개나 싸왔던 애, 발이 빨라 계주에 나갔던 애, 학력모의고사에 1등을 한 애, ... 저기 저 자리는 누구더라. 아, 그래. 같이 공찼던 걔. 전부. 전부 없다.

  그렇게 한 줌 남은 졸업생.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스스로 뒷골목에 들어갔다. 부모님은 원래 잘 들어오질 않으니 동생을 맡기고 남은 시간은 많았다. 원래 단체 실종사고가 그리도 많나. 원래 실종되면 다들 모른 척을 하나. 원래, 원래도 그렇게 다들 쉽게 잊나. 도저히 평범한 방법으로는 진상을 알 방도가 없어서 정보상이 되었다.

  돈은 많다. 제 입을 열어 말을 전할 다른 이들은 없다. 이 바닥에서 신뢰를 얻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처음은 부잣집 도련님. 다음은 돈이 썩어 남아 작은 이야기라도 값을 쳐서 사가는 제정신 아닌 남자. 그렇게 서서히 미쳐갈 때 즈음에 갈피를 잡았다. 망각의 악마. 그날 내가 잠깐 눈을 감은 사이 남은 이들이 마주했던 것은 망각의 악마였음을 구르고 굴러, 닳고 닳은 자리에서야 알았다.

  일상엔 내가 돌아갈 자리는 없다. 어떻게 그 많은 이들을 홀로 기억하고 홀로 추모하며 살아가는가. 아니 애초에 그들이 정말 있긴 했던가. 나는 미쳐있는가? 나는, 나는 정말로 제정신 아닌 사람인가. 식음을 전폐하고 밖에 나가지 않았다. 어렸던 핏덩이는 그새 자라 중학생이 되어있더라. 문지방이 닳도록 갔던 전당포의 문을 닫아두고 용건이 있는 이들은 쪽지를 넣고 가라 했다.

망각이 누가 축복이랬나. 어느 누가 망각을 축복이라 칭하는가. 모두 잊은 세상에서 홀로 남아 기억한다면 그건 저주다.

  그게 얼마간 지났을까. 우습게도 목이 말랐다. 꺼끌거리고 갈라지는 느낌이 나 토기가 올리왔다. 먹은 것도 마신 것도 없으니 나올 것도 없는 것은 당연했다. 이러다가는 장기를 전부 토해버릴 것만 같아- 아, 그것도 나쁘지 않았겠지. 걸신들린 사람마냥 허겁지겁 물을 마셨다. 다른 이들은 이런 상황이면 바닷물을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일 텐데. 난 우습게도 너무나도 달아 아버지의 보혈이라도 되는 것처럼 기삐 받았다.

  신태림이 악마와 처음 계약한 날은 그 날로부터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이상한 감각이었다. 난 그 당시 고급-레스토랑에 와 있었고 제 발로는 절대 들어가지 않았을 공간이었다. 이깟 사치가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칼과 나이프를 드는 순간 그래 그순간. 암전되었고 난 접시 위에 올라 낱낱히 도축당했다.

“이런.. 육질은 참 좋은데 코카인을 했네.”

제 머리 위에서 혀차는 소리가 들렸다.

“폐는 이게 다 뭐야, 아주 시커매.”

이번엔 키득이는 소리가

“그래도 흉은 없네.”

  전신이 낱낱히 파훼되는 느낌이 퍽 불쾌했다. 반항할 생각조차 들지 않는 무기력이 덮쳐왔다. 이미 구정물같은 냄새가 나는 걸레짝 같은 몸. 길거리 창부들과 다를 바가 없는 몸뚱이를, 잡스러운 기억들을 안고 살 바엔 죽는 것이 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돼지처럼 비명이라도 질러대며 살려달라 할 줄 알았는데.”

  쇠꼬챙이로 전신을 꾹 누르는 감각이 선명한 것이 유쾌했다. 자신을 미식의 악마라고 소개하며 저와 혀를 같이 사용하는 것을 대가로, 매일 자신이 원하는 음식과 가장 좋은 포도주를 먹을 것을 조건으로, 더해서 흉지지 않을 것과 자신에겐 존댓말을 사용 할 것 이라는 역겨운 것들이 합쳐진 고상한 계약이 성립되었다.

  그렇게 신태림의 처음은 부잣집 도련님. 다음은 돈이 썩어 남아 작은 이야기라도 값을 쳐서 사가는 제정신 아닌 남자. 지금은 작은 고깃덩이가 되어 접시 위에서 해체되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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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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