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3
take.9
서울 을지로 3가 대림상가 안쪽에 있는 전당포. 날씨 우중충. 태림은 자신의 전당포에 찾아온 경아를 바라보며 당혹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경아의 손에 들려있는 마대자루 하나 안에는 사람 시체 한 구. 태림의 책상 위에는 담배 꽁초가 가득 차버린 재떨이, 서류더미들과 꽤 값이 나가는 양주 하나가 어색하게 놓여져있다.
문에 달린 종이 딸랑이는 소리. 그리고 전당포 안으로 걸어들어 오는 윤경아.
윤경아 : 여기 사람도 받아요?
신태림 : 물건, 사람 안받는 곳인거 빤히 알지 않나.
윤경아 : 돈 냄새가 나도?
신태림 : 돈 냄새가 나도.
윤경아 : 쯧, 시시하네요. 대담한줄 알았는데.
경아는 들고 있던 마대자루를 쿵 바닥에 내려놓는다.
윤경아 : 5장이면 받아줘요?
신태림 : 전당포는 그런 곳이 아니야.
윤경아 : 그럼 오늘부터 그런 곳 하면 되겠네.
신태림의 헛웃는 장면과 경아가 옅게 웃는 장면이 교차되며 화면이 전환된다.
인천 근교. 컨테이너들 사이로 드럼통이 하나 놓여있다. 드럼 통 위에는 LA로 가는 주소가 적힌 스티커가 부착되어있는 상태. 드럼통이 화물수레에 실려 이동하며 태림의 시점으로 전환된다.
신태림 : 이걸 정말 해야겠어?
윤경아 : 가장 빠른 배편으로 알아봐 준게 누구인데요.
신태림 : …
윤경아 : 우리는 이런 사람들 이잖아요.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죄책감이라도 갖는 거야 뭐야?
경아가 담배를 하나 꺼내 문다. 태림은 익숙하다는 듯이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고.
신태림 : 우리가 아니라 나지, 당신은 이런 바다비린내 조차 역겨워 히는데.
태림이 물고 있던 담배 꽁초가 바닥에 떨어지며 클로즈업. 태림이 담뱃불은 구둣발로 비벼 끈다.
신태림 : 이게 정말 마지막이야.
윤경아 : 또 연락할게요.
신태림 : 전화선 끊었어.
윤경아 : 네. 알아요.
경아의 얼굴을 비추지 않은 채로 바다에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태림이 세수하는 화면 전환.
물때가 낀 화장실 거울 너머로 세수를 마친 태림의 얼굴이 비추어 진다. 이내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카메라가 흔들리며 화장실 밖으로 나간다. 누래진 인터폰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태림은 남은 물기를 털며 계단을 내려간다. -계단을 내려가는 신태림의 발 클로즈업. 태림이 집 대문을 열자 아무런 말 없이 경아가 그 틈을 밀고 들어온다.
신태림 : 여긴 어떻게 알았어?
윤경아 : …
신태림 : 여기는 어떻게 알았냐니까?
윤경아 : 전당포는 이제 접었어요?
신태림 : 내가 먼저 물었어. 여기는 어떻게 알았어?
윤경아 : 전당포는요?
신태림 : 허.
태림의 헛웃음. 그리고 경아가 문을 열고 태림의 집 안으로 들어온다.
윤경아 : 실례합니다.
신태림 : 실례는 얼어 뒈졌나봐.
윤경아 : 저는 블랙커피가 좋아요.
신태림 : 알아.
윤경아 : 그래도 각설탕 2개는 줘요.
신태림 : 그럴 돈 없어.
윤경아 : 알아요.
태림이 믹스커피 2잔을 가져와 탁자에 내려 놓는다.
신태림 : 이거만 마시고 나가.
윤경아 : 그때 왜 그랬어요?
신태림 : 그때가 언제인지 말해주는 게 먼저 아니야?
두 사람 사이에 긴장감이 흐른다.
윤경아 : 키스해줘요.
경아의 말을 끝으로 태림이 잠시 자리에 일어났다가 앉는다.
신태림 : 이건 또 키스가 아닌가?
윤경아 : 나쁘지 않네요.
신태림 : 역시 미쳤어.
윤경아 : 당신도요.
비어있는 찻잔으로부터 줌아웃 그리고 암전. 컷아웃.
“…컷. 오케이!”
대사가 끝나도 한참동안 떨어지지 않는 감독의 오더에 일순간 내려진 침묵이 깨졌다. 조명팀은 다음 촬영을 위해 장비를 정리하고 배우들은 감독의 곁으로 다가가 모니터링을 했다. 뭐 저런 오더를 내리나 싶어하던 태림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커피 잔에 남은 커피자국과 붉은 흔적. 소품팀이 따로 만든 건지 아니면 자신에게도 그 흔적이 남았는지 알수 없어 손끝이 따끔했다.
- 카테고리
- #오리지널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