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 9

ME AND MY SKY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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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하얀 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모건은 자동차 창문에 찰싹 붙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왜 하필 기차란 말인가? 마법사쯤 되면 용처럼 생긴 로켓을 타고 날아다닐 수도 있을 텐데. 마지막으로 기차를 탄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질 않았다. 자동차와 비행기가 있는데 무엇 하러 산업 혁명 시대에나 유행한 운송 수단에 몸을 의탁한단 말인가! 이윽고 런던 시내의 크고작은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서자 모건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쭈뼛 세웠다. 코츠월드에서 런던은 먼 거리가 아니었기에 그 풍경이 낯설지는 않았다. 하지만 히드로 공항이 아니라 킹스크로스 역으로 가는 것은 모건으로 하여금 어색하기 짝이 없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모건 미들턴은, 특히나 그 나잇대에서는 정말 드물게도, 기차보다는 자동차가, 자동차보다는 비행기가 익숙한 부류의 인물이었다. 그의 부모님, 비벌리 미들턴과 피트 미들턴 두 사람 모두 땅에 발 디딜 틈 없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빗자루를 타고 난 적은 없을 것이다. 두 사람 다 마법과는 손톱만큼도 연관이 없으니까.) 따라서 모건은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를 받은 날 자신이 살면서 본 비행기를 모두 합쳐도 모자랄 만큼 커다란 비행기가 자신을 태우러 오는 상상을 했다. 하다 못해 거대한 부엉이라도 올 줄 알았건만! 

현실은 이렇다: 모건은 아버지가 운전하는 멋들어진 세단에 타서 킹스크로스 역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 사실은 다소 실망스러웠으며 불만족스럽게도 느껴졌다. 퉁명스러운 딸의 얼굴을 발견한 것인지 피트 미들턴이 백미러로 시선을 옮겼다 말기를 반복했다. 저러다가도 막상 역에 도착하면 신이 나서 처음 눈을 맞은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리라. 다이애건 앨리에 갔을 때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으니 말이다. 


뒷자석 시트에 몸을 기대자 주머니에 찔러 넣었던 지팡이가 삐죽 튀어나왔다. 모건은 그것을 빼내어 들어 빤히 바라보았다. 서어나무 몸체에 용의 심근을 가졌다던 그것은 (모건은 목재니 심이니 하는 것들이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자기 손에 들어온 이래 별달리 놀라울 만한 일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물론 모건은 교과서를 펼쳐놓고 적혀 있는 주문을 따라 읊을 생각따윈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건만. 철없는 열한 살 소녀는 지팡이가 손에 들어오기만 하면 뭐든지 마음대로 바꾸어 놓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지팡이를 칼처럼 휘두르기 시작하자 피트 미들턴이 다시 백미러로 시선을 던졌다.


“ 학교에 가면 어떻게 마법을 쓰는지 가르쳐 줄 거라니까. ” 

“ 사람을 개구리로 만드는 마법만 가르쳐 주면 어떡합니까! ”

“ 설마 7년동안 그거 하나 배우고 말겠니. ” 


피트 미들턴의 경쾌한 웃음소리가 차 안에 울려퍼졌다. 모건은 두어 번 지팡이를 더 휘둘러 보다 옆자리에 그것을 내던졌다. 이러다가 아무 마법도 익히지 못하고 돌아오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순간 머리에 스쳤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이 금새 그 자리를 메꾸었다. 그래, 아버지의 말처럼 학교에 가기만 하면 자신도 자유자재로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옛 이야기에 나오는 뛰어난 마법사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마법을 부릴 줄 아는 파일럿이 되면 결과적으로 잘 된 일일지도 모른다!


“ 킹스크로스 역까지는 얼마나 남았습니까? ”


운전석에 몸을 바짝 붙이고 재촉하자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기다리라는 부친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무람이라기엔 웃음기가 가득한 것이 금새 활기를 되찾은 딸의 모습에 만족한 듯 했다. 모건은 몸을 거의 들썩이며 창 바깥을 기웃거렸다.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 약간 어둡고 칙칙했다. 하지만 기대감으로 가득 찬 소녀의 눈엔 그마저도 활기차고 밝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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