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뮤토우

한 밤.

카뮤토우

람드림 by 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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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축복을 빌어. 당신이 불행하지 않도록.

남 몰래 그런 생각을 해. 당신이 행복하면 좋겠다는 사소한 것들. 그리고 조금씩 모아서 강에 흘려보내. 그럼 언젠가 그 소망들이 모여서 강이되고, 바다가 되어 나중에 바라보았을 때. 당신이 정말 행복해지지 않을까?

토우코는 카뮤의 방에서 보는 별이 좋았다. 하늘은 무엇이든 품을 수 있었으니까. 작고, 초라한 자신도 품을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숨길 수도 있을거다. 실크팔레스의 백작으로서의 일과, 프로 아이돌로서의 일 두 가지 모두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카뮤는 집에 와서는 좋아하던 독서도 할 수 없었다. 알렉산더와 놀아주는 것은 자연스럽게 토우코의 몫이었다. 똑똑한 강아지라 제 주인이 피곤한 것을 알아 보채지는 않겠지만, 자신보다 카뮤와 산책하는걸 기대하지 않을리 없었다. 그러면 토우코는 “미안해.” 라고 말하며 알렉산더를 쓰다듬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난 뒤, 집에 오면 소파에 앉아 고전 문학 대신 내일 사용할 대본집이 손에 쥐여진 채로 졸고 있는 카뮤를 볼 수 있다.


토우코와 알렉산더는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알렉산더가 담요를 끌고오는 동안 토우코는 카뮤가 깨지 않도록 대본집을 손에서 빼낸다. 그리고 쿠션을 밀어넣어 목이 아프지 않도록 받쳐준 뒤, 알렉산더가 놓고간 담요를 들어 덮어준다. 30분이 지나고서야 향긋한 홍차를 우리며 카뮤를 깨운 뒤 남은 일을 마무리한다. 이런 하루도 당신에게 행복할까? 토우코는 카뮤가 아니기에 알 수 없었다. 자면서 가끔 실크팔레스를 그리워하는 말을 해도 나는 이 방 어느 것이 실크팔레스의 물건인지. 지금 당신에게 도움이 될지 하나도 몰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나는 당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네.”

혹시나 열은 오르지 않는지 확인하며 창 바깥에 있는 별을 올려다본다.

토우코는 카뮤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무언가를 얻으면, 무언가를 포기했던 자신의 인생과는 다르게 두가지 다 쥐고 놓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빛난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은 당신이 차갑고, 비밀스러우며 혹은 심통맞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했다. 그야… 이렇게 삶에 목표가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거고, 아마 그 부분만 건들지 않으면 따뜻한 면모를 보여줄지도 모르고, 사소한 비밀은 말해줄지도 모르며, 웃음을 보여줄지 누가 아는가. 토우코는 사람은 변화한다고 믿었다. ‘성장’이라는 말로서.

그렇다면 카뮤 또한 변할 것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어떠한 과정을 거쳐 서서히 변해가겠지. 토우코는 한 순간, 그 과정을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럴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토우코의 선택은 언제나 남에게 강요되어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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