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우타프리 드림
모치즈키 토우코는 세상이 무료했다.
자신이 천재여서가 아니라. 내가 있을 자리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서기 때문이다.
내가 있을 수 잇는 장소는 어디일까? 정신없이 삶을 보내고, 생존과의 다툼에서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 할 때 부터 생긴 공허함은 곧 삶의 의지를 완전히 증발 시키는데 일조했다. 반복적인 생활의 틈에 모치즈키 토우코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19살의 나이. 졸업을 했으면 진작에 했을 나이에 또 한 번 사오토메 학원에 입학서를 낸 것은 어쩌면 충동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발버둥일지도 몰랐다. 이유 또한 간단했다. “너는 음악을 듣고 있을 때 마음이 편해보여.” 친구도 아니고, 같은 알바생이 해준 말. 그 하나를 붙들고 이곳에 찾아왔다. 솔직히,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시험을 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주어진 오선지에 머리 속에 부유하던 음표들을 집어 넣고, 그 악상에 걸맞는 테마의 이야기를 가사로 적어내려간다. 아무런 감상도 없는 간단한 작곡놀이. 그 속에 가장 간절한 음을 적어 낸 악보.
그리고 정말로 받아버린 합격통지서.
“말도 안돼.”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고, 당연한 인생이 아니었던가? 덜컥 붙어버린 통지서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겁이 났기 때문이다. 어쩌면… 할 줄 아는게 이것 뿐이라. 이것마저 다른 사람에게 짓눌려버리면 정말로 남은게 없어서. 그럴지도 몰랐다. 부정하듯 적힌 S급 클래스는 토우코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걸로 업을 삼을 순 없어…”
나는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이걸 판다고 하면. 나 같으면 사지 않을 것 같았다. ‘즐거움' 과 ’사랑함'은 엄현이 다르다. 이 학원에는 음악을 사랑하는 자들이 모일 것이고, 아마 자신은 그 속에서 뒤쳐지고 말겠지. 여러 걱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어떻게 해야 좋지. 감정의 바다에 표류되어 한창을 떠돌던 차에 라디오에서 부드러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여러분, 전문적으로 배운다고 해서 그것을 직업으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 경험, 우리는 경험하고 성장하는 존재에요. 귀한 경험을 할 기회를, 부디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모치즈키 토우코가 고개를 들어 라디오를 바라보았다. 라디오는 다른 말을 떠들기 시작했지만. 머리 속에는 아까의 말이 떠나지 않았다.
새로운 삶의 지표가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경험해보는 건 나쁘지 않잖아. 오히려, 좋은 취미가 될 수 있어. 내가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배우자.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음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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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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