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차
가토 인어
몸이 가라 앉는다. 바닥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인 벌이다. 눈보다도 차가운 물살이 그를 감싸고 바닥으로 끌어당긴다. 저항하려는 행위를 비웃기라도 하듯, 발버둥칠수록 더욱 아래로 빠져든다. 탐욕스러운 바다가 카뮤를 집어 삼킨다. 더이상 닿지 않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으면… 누군가 알아줄까?
사라져가는 의식 사이로 저 멀리 있는 지느러미가 눈에 담긴다. 상어라고 하기에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지느러미가 곡선을 그리며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한다. 저렇게 아름다운 것은 육지의 어느 곳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천천히 다가왔다.
“괜찮아.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자, 내가 손을 잡아줄테니까. 놓지 마.”
귀에 가득 찬 물을 통해 목소리가 흘러들어온다. 단단한 목소리가 카뮤를 붙잡고 끌어당긴다. 급작스럽게 부유하기 시작한 몸이 수압에 눌린다. 그것의 숨을 나누어 받은 듯한 기억을 마지막으로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뭍 위였다.
“백작님! 아이고, 맙소사. 백작님이 여기 계셔!”
큰 소란에 육지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몇 몇의 사용인들이 자신을 찾으러 뛰어다녔는지 형편없는 몰골을 하고는 이쪽으로 서둘러 오고 있었다. 얼마나 지난거지? 카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바다를 바라봤다. 한때 자신을 집어 삼켰던 바다는 잠잠했지만, 원초적인 불안감에 카뮤는 바다를 마주할 수 없었다. 금방이라도 바다가 파도를 들어 자신을 덮칠 것 같았으므로.
“그 뒤로 바다에 나간건 저번에 네놈을 주워왔을 때 뿐이다.”
카뮤가 의자에 읽던 책을 덮고 자신의 앞에 있는 여자에게 말한다. 여자는 말을 못하는 듯, 종이에 글을 적어 카뮤에게 보인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글자를 적는 여자의 얼굴은 옅은 행복감에 젖어있었다.
[다른 것도 알려줘.]
“내가 왜 그래야하지?”
카뮤의 답변에 여자는 인상을 쓰더니, 다시 한 번 글자를 적어 카뮤에게 내보였다. [그럼 다른걸 가르쳐줘.] 종이를 들고 펜은 피아노를 향한다. 글을 읽은 카뮤는 픽 웃었다. “재주를 가르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그는 그렇게말하며 자리에 책을 두고 일어난다. 피아노로 성큼성큼 걸어가 피아노 의자를 빼고는 앉았다. 여자가 일련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자. 카뮤가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거기 가만히 서서 뭐하고 있는거지? 빨리 와서 앉도록 해. 가르칠게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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