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차
가토 초콜렛
“손 끝을 더 세워. 그래, 그렇게.”
여자는 카뮤가 직접 피아노를 가르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는 여기서 가장 귀하고 높으신 분이라며 사용인들이 입이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한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자신도 그에 준하는 취급을 받고 있었다. 아무도 자신을 무시하지 않았고, 맛있는 것과 옷 입는 것 어느 하나 여자의 손을 거친 것이 없었다. 언젠가 그것을 카뮤에게 물었을 때, 카뮤는 고개를 기울이며 당연하다는 말투로 대답한 것을 기억한다.
‘당연한 일이지, 네놈은 이곳의 손님 신분으로 왔으니. 혹여나 괴롭히는 일이 있거나, 발각된다면 얼음으로 만들겠다고 말해두었다. 애당초에, 네놈이 소리를 내지 못하는게 원흉이니까.’
손이 많이 가는 아가씨군. 이라고 읊조리는 것까지 듣고 고개를 돌린 기억이 남아있다. 안 들린다고 생각한건지, 아니면 들으라고 하는건지! 여자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어이, 그렇게 세게 치지마! 몇 번이고 말하지만 피아노는 섬세한 악기다.”
카뮤가 여자의 손을 다급히 잡아 멈춘다. 피아노의 음이 끊겼지만, 여자의 머리 속에는 계속 소리가 들렸다. 조심스럽게 두 손을 피아노 위에 올려놓았다. 소리를 잡아 피아노에 집어넣고 울린다. 그것은 뭍에 있던 커다란 소라를 귀에 대었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었다. 잠깐 떠났을 뿐인데도 그립고, 또 가고 싶은…
“…바다에 가고 싶은건가.”
음이 멈추고,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생각이 들킨 것만 같아 고개를 저었다. 황급히 피아노의 뚜껑을 닫고 자리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등을 돌리면 카뮤가 여자의 손목을 잡았다. 다치지 않도록 섬세하게, 해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도 하듯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카뮤를 바라보면 그의 입에서 질문이 떨어진다.
“이름을 알려줘.”
점점 빨리 뛰는 심장을 부여잡으면, 카뮤는 여자의 손에 종이와 펜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손목을 놓았다. 발걸음을 옮겨 바닥에 떨어진 종이와 펜을 주워 여자에게 건넸다. 여자는 떨리는 손으로 종이 끄트머리에 이름을 적어 내려갔다. 카뮤는 소리내어 그것을 읽는다.
토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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