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어제 까먹고 안했어요
토우코. 이름이 혀에 걸려 떨어진다. 자신의 이름을 들은 여자는 잠깐 당황한 듯 눈짓하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기쁜걸까. 아니면… 아니, 생각은 그만두자. 카뮤는 단정 짓는 것을 그만두고 토우코의 손을 놓았다.
“그저, 네가 바닷가에 가고 싶다고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야. 내가 내키지 않는 일은 하지 않으니 구태여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리고… 앞으로 이 피아노는 네 마음대로 사용하도록 해.”
부수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지. 카뮤는 옅은 미소를 달고 토우코의 어깨에 손을 툭툭 치고는 먼저 방을 나간다. 토우코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카뮤가 말한 순간, 바다에서 올라왔다는걸 들킨다면 쫒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카뮤는 바다를 무서워하니까. 그래서 부러 시선도 돌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챈걸까? 카뮤가 나간 방향을 바라봐도 나오는 답은 없었다.
‘피아노 소리에서 바다가 들렸대. 그런데 싫지 않았대. 좋은걸까.’
다시 한 번 피아노 의자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공간을 가득 채운 적막을 음악으로 바꾸어 나간다. 건반이 울릴 때 나는 음, 페달을 밟을 때 달라지는 음. 간단한 필담으로는 전하지 못하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 토우코는 육지의 음악에 푹 젖었다.
“최근 서재에서 책을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음악과 관련된 서적을 읽은 모양이지. 그래서, 원하는 것은 얻었나?”
카뮤의 말이 끝나자 토우코의 손 끝에서 음악이 시작된다. 불만 가득한 선율과 꼬여있는 박자, 답답한듯한 울림. 나중에는 불협화음까지 내는 것을 보아 성에 차지 않은 모양이었다. 건반에 손을 뗀 토우코가 종이에 글을 써 카뮤에게 내민다.
[악보 읽는 법 알려줘.]
“여지것 악보도 읽을 줄… 아니, 확실히 가르친 적은 없었지."
카뮤가 토우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다음에 알려주도록 하지. 곧 외출이 예정되어있어서.” 말이 끝나면 몸을 돌려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의 뒤에서 음이 하나씩 위에서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카뮤의 귀에는 마치 바다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것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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