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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

람드림 by 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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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날이 지났다. 이제 카뮤의 저택에서 토우코를 외부인으로 생각하는 자가 없었다. 토우코는 말할 수 없지만, 글로서 의견을 전달할 줄 알았고 음악으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해안가를 끼고 있는 저택 피아노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지역의 디저트의 맛은 훌륭했지. 빵의 질감이 제법 괜찮았던 것 같은데. 흠, 이번에 또 구해오는 편이 좋은가…”

카뮤가 서류를 보며 중얼거리자 토우코가 치던 피아노의 선율이 흐트러지고, 낮고 빠른 음계가 카뮤의 귓가에 울린다. 미간을 찌푸린 채 “무슨 일이지?” 하고 토우코를 올려본다. 그러면 피아노의 가운데 ‘도’부터 시작해서 순서대로 천천히 낮은 음계의 건반을 누른다. 천천히 한다는 건 움직임과 소리. 양쪽에 의미가 있다는 뜻이었다. 카뮤는 토우코의 손을 보며 듣다가. 하고 싶은 말을 유추해낸다.

“저번에… 먹지 않았느냐고?”

딩동댕동. 정답을 알리는 소리가 울린다. 토우코는 카뮤의 답을 기다리며 손을 피아노 위에 올려 놓고는 그를 바라봤다. 카뮤는 토우코와 눈을 마주치더니 심통이 난 사람 마냥 대답했다.“흥, 디저트는 언제 먹어도 나쁘지 않아.” 짧게 대답한 그는 토우코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금 아까 읽던 서류에 눈을 돌렸다. 그러면 피아노에서 불협화음이 여러번 강하게 울린다. 구태여 해석할 필요조차 없이, 화났다는 의사표시다.

카뮤는 이 저택에서 토우코가 자신을 우선시 하는게 마음에 들었다. 해안에 쓰러져있는 토우코를 발견한 순간 카뮤는 자신과 비슷하다는 감각을 느꼈다. 자신은 은인을 찾지 못했으니, 토우코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은혜를 갚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카뮤가 이것을 기회로 여겼다는 사실이다. 자신과 비슷한, 바다에 삼켜질 뻔한 여자. 분명 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뮤는 토우코의 눈에서 바다를 본 적이 있다. 창 밖을 보던 그녀를 불렀을 때, 자신을 돌아보는 눈동자에 비친 아름다운 바다. 금방이라도 햇살이 파도에 부서지듯 제 눈 앞에서 사라질 것 같은 토우코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손을 잡았다. 가지 말라고는 하지 않아.

하지만 조금이라도…

“내 곁에 있어.”

그렇게 말하면 토우코가 천천히 웃었다. 그 웃음을 보고 있으면 불안이 눈 녹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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